죽은 자들의 방 뤼시 엔벨 형사 시리즈
프랑크 틸리에 지음, 이승재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시각 장애를 가진 멜로디라는 여자 아이가 납치 된다. 멜로디의 몸값이 들었던 돈가방을 가지고 나갔지만 교통사고로 주검이 되어 돌아온 멜로디의 아버지, 그 돈가방을 들고 사라진 교통사고의 주범. 그리고 이 모든 사건들의 시작이자 악의 근원인 납치범이자 살인자인 끔찍한 괴물이 등장한다. 경찰서의 말단 직원인 뤼시는 우연한 계기로 사건을 맡게되자 그동안 독학으로 공부했던 프로파일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여러 개의 사건이 쉴새없이 몰아친다. 정신없이 바쁘게 흘러가지만 산만하지는 않다. 정통 추리 소설이 강세인 프랑스 출판계를 강타한 단 한 편의 스릴러라고 하던데 틀린 말이 아님을 알게 된다. 드러나는 증거를 통해 범인을 추리하는 소설도 재미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대놓고 범인을 등장시켜 놓는다. 초반부터 범인이 등장하는 소설이라 작가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내심 기대도 했다. 범인이 질펀한 악의 파티를 위해 준비했던 시간들을 쫓으며 단서들이 하나씩 등장할때마다 소설 속으로 더 몰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미리 감지했어야 했다. 이렇게까지 소름 돋고 무서운 이야기일줄은 몰랐는데 읽는 내내 작가가 괴물이라 지칭하는 범인의 악의 뿌리까지 보여주는 듯한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냉정하고 잔인한 범인의 모습과 살인 방식도 섬짓했지만 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던 평범한 사람이 추악하게 변해가는 모습 또한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소설 속에서는 범인만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잔인한 사람이 아니다. 사건을 맡게 되면서 순탄한 미래와 죄책감을 동시에 가졌던 뤼시. 엄청난 돈가방 앞에서 무너져내린 비고와 실랭. 평범했던 사람이었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자신도 모른채 지니고 있던 잔인한 일면을 드러내게 된다. 누구나 지니고 있지만 살아온 환경이 달라 누구는 그 일면을 드러내며 악한 존재로 변모하고 누구는 그러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모른채 살게 되는거다.

 

원작을 바탕으로 <멜로디의 미소>란 영화도 있던데 등급이 19금이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과 눈으로 보게 되는 것에 대한 차이겠지만 소설은 19금이 아니니 영상이 궁금해진다. 소설 속 등장하는 박제술에 대해 얼마만큼의 디테일을 살렸는지도 궁금하고... 추운 겨울날 이불 뒤집어 쓰고 읽기에 딱 좋은 소설! 어깨까지 덮었던 이불을 오싹함에 머리 끝까지 덮어쓸지도 모르겠지만 재미면에서는 으뜸이니 한 번쯤 읽어볼만한 소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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