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랄라 하우스 - 묘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 개정판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김영하 작가의 책은 <퀴즈쇼>와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읽어 봤다. 이 작가의 책은 꼭 읽어야돼라던지 닥치고 찬양할 정도의 수준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챙겨 보고 싶은 작가중에 하나이긴 하다. 책장에 꽂혀 있기만 한 작가의 책도 두권쯤 있는 것 같고...; 이 책은 2005년에 나왔던 <랄랄라 하우스>의 개정판이다.

 

김영하 작가가 권하는 방에서 보내는 휴가법 세가지중 해보고 싶었던 한가지. 노트를 한 권 준비하고 가고 싶었던 나라로의 여행을 떠나기 위한 준비물 리스트를 빠짐없이 써내려 가는 거다. 지금 당장 떠날 순 없지만 훗날 떠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준비물을 하나씩 하나씩 메모 하다 보면 두근두근 설레이는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하는건 자주 있는 기회가 아니니 이렇게 준비물 리스트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잠시나마 지루한 일상에서의 탈출은 좋은 방법 같다. 메모를 다 끝내고 나서의 진짜 여행이 아님에 허무함은 부작용으로 남겠지만 말이다.

 

작가의 사생활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건 헌책방에서 발견되는 작가의 사인본들 이야기. 나도 작가들의 사인된 책들을 몇 권 가지고 있지만 중고책으로 내다 팔 엄두는 안나던데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인가 보다. 작가들에게는 자식같은 책들중에 하나일텐데 싸인까지 된 책이 중고책 서점에서 발견될 때의 씁쓸한 마음이 느껴져 작가들에게 짠한 마음도 생기더라. 그리고 작가가 서점에서 우연히 자기 책 사는 사람을 보면 그 책이 대박 난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진짜 '우연히' 발견해야만 이뤄진다는 꿈같은 이야기.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훔쳐 보는 일은 비밀스럽지만 즐거운 일임은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생활들을 엮은 에세이들이 있지만 특정 직업의 사람이 쓴 글들이 주는 즐거움은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김영하 작가가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는데 조금 놀랬다. 소설들에서 느껴지는 김영하 작가와 고양이랑은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작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건 책 속의 글들뿐이니 한계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

 

p. 65 

나이를 먹는다는 건 상상 속의 존재들과 이별하는 것이다. 

 

p. 104 

스크린 속의 요정이 사실은 피와 살과 뼈를 가진 존재이고 다치거나 죽으면 119 구조대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 놓고 상상하고 비난하고 숭배한다. 그러나 바로 그 무책임의 전력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양심 안에서,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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