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자 - 속삭이는 자 두 번째 이야기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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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기에 바빴던 속삭이는 자의 도나토 카리시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영혼의 심판후반부에 잠깐 등장하고 사라진 열혈형사 밀라와 함께 왔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밀라를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린 속삭이는 자사건 이후 7년이 흘렀다. 그 충격으로 강력반에서 실종전담반으로 자리를 옮긴 밀라 바스케스 형사. 실종자들의 사진과 매일 대면하며 사라진 사람들을 찾기 위해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 어느 날 17년 전에 실종되었던 남자가 나타나 일가족 살인 사건을 저지른다. 이후 세상에서 사라졌던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 의문의 살인사건은 연이어 터지고, 우연한 기회로 밀라는 이 사건에 투입된다.

 

연이어 터지는 사건에서 발견되는 증거들이 있다. 증거들로 사건을 예측하는 강력반 형사들과는 달리 순전히 직감에만 의존하는 밀라. 뛰어난 직감과 통찰력으로 사건을 꿰뚫어 보는 실력은 여전하다. 과거 어떠한 이유로 경찰 내에서 왕따가 된 베리쉬를 만나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정점에 오른다.

 

어두운 통로에서 그나마 작은 빛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밀라는 생각보다 잘 살고 있지 못하더라. 그녀의 행복을 무척이나 빌었는데... 뜻밖의 과거에 놀라기도 했지만 삶에 의욕을 불어넣을 수 있는 수단(?)인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선의로 시작된 일이 결국엔 악의에 의한 것임일 때 누가 그 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베리쉬가 주장하는 악의 논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결국엔 설득 당하고 말았다. 역시 도나토 카리시가 최고라고 외치게 만든다. 너무나 강렬했던 속삭이는 자와는 조금 다르다. 더 어두워졌고, 밀라는 더 고생스러워졌고. 또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고민도 하게 된다. 범죄학자의 경력을 살려 독자를 들었다 놨다하는 실력은 여전하니 한 번 맡겨보시라. 바쁜 일상, 지친 독서에 불끈 의욕을 불태우게 해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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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에 봄이 오면
우지혜 지음 / 청어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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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는 능력을 가진 해수. 능력 때문에 피하고 외면하는 게 힘들어 굳건하게 잠긴 그녀만의 성에 갇혀 지낸다. 밖으로의 통로 역할을 해주는 산호의 부탁에 운성의 회사를 찾아가게 되는데 운성은 해수의 뛰어난 해커 실력에 호기심이 동한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행동이 알 수 없는 감정을 부채질하는데 도도한 운성이 무너지는 건 일순간이었다.

 

죽음의 그림자와 대면은 언제나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래서 해수는 선글라스를 선택했고, 가려진 시야 덕에 그나마 아슬아슬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운성은 그녀의 선글라스부터 벗기기로 한다. 시커먼 선글라스를 왜 끼고 있는지 이유는 모르지만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는 해수가 애처롭기만 하다. 대책 없이 겁부터 집어먹는 그녀에게 마음이 불편해진 운성은 심드렁한 말투로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데 해수는 그런 그가 부러질 줄 모르는 대나무처럼 느껴져 자꾸 기대고 싶어진다.

 

평생 겨울에만 갇혀 지낸 해수에게 운성은 따뜻한 온기를 품은 봄 같다. 손을 내밀기도 전에 먼저 따뜻한 품을 내어주는 운성의 어깨는 넓고 단단하다. 조금씩 차오르는 감정이 낯설어 서툴기만 한 그녀. 운성은 그녀가 세상을 당당하게 마주할 용기가 생길 때까지 온 마음을 다해 아껴준다.

 

전작과의 출간 텀이 짧아 걱정도 조금 했다. ‘해바라기, 피다에서 애틋하기만 했던 강준이의 감정이 아직도 잡힐 것 같은데 짧은 시간 내에 얼마나 탄탄한 글로 돌아왔을지 내심 기대도 했다. 걱정과 기대는 접어두고 그냥 좋다. 좋기만 하다. 소금기 듬뿍 담은 산호도 좋고, 드디어 봄을 맞이한 해수도 좋다. 빈틈없이 잠긴 해수의 마음을 순식간에 허물어뜨린 느물대는 운성은 더없이 좋고.

 

해수의 봄을 함께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너무 짧아 아쉬운 계절, 봄처럼 말이다. 차기작을 언제나 만날 수 있을까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부디 그 시간이 길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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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섬
이경자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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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건너편 섬’. 평소에 단편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다. 글이 짧아 뚝뚝 끊기는 감정이 낯설어서 말이다. 하지만 건너편 섬은 하나의 연작 소설처럼 느껴졌다. 덕분에 처음의 걱정과는 달리 편한 마음으로 읽었다. 주인공들이 대부분 나이 든 여자, 이를 악물고 험난한 시대를 살았던 여자들이다.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자면 얼마든지 하겠지만 별로 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는 직접 눈으로 보고 느껴야한다고 생각하니까.

 

콩쥐 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마리아는 자기희생으로 가족들을 먹여 살렸고, ‘언니를 놓치다에서의 세희는 사상이 달랐던 언니 명희와 분단 후 이산가족으로 만났고, ‘세상의 모든 순영 아빠에서의 순영 엄마는 경찰이었던 동네 사람에게 겁탈당한 후 죄책감으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여자들의 이야기는 마주하는 게 좀 힘들다. 역사의 한 귀퉁이에 작게 쓰인 이들의 아픔은 크기만 작을 뿐 느껴지는 체감의 크기는 커다래서 들썩이는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내 주위에 누군가가 겪었을 법한 진짜 같은 가짜 이야기. 이웃집 할머니가 해주는 이야기처럼 따뜻한 이야기면 좋으련만, 코끝이 시큰해지는 이야기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단편마다 뚝뚝 묻어나는 시큰함이 싫어질 법도 한데 작게나마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책장은 자꾸 넘어간다. 시대가 지났고, 시간이 흘렀고, 그 시절의 애틋한 감정만이 흐릿하게 남아있는 우리가 그녀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픔만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서 따로 위로가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제목처럼 외롭게 떠 있는 섬 같기도 하다. 외로움이 독해지면 고독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든든한 어깨가 되어 따뜻하게 안아주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냥 이대로 꾹꾹 눌러 담아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고 가슴 한 구석에 담아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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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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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을 내고 최소한의 생활비를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있는 오영준 작가, 영준이 마지막 책을 낸 만화 출판사의 영업부 부장이지만 형 같은 상사 김 부장, 만화가로 데뷔 전 영준에게 스승이었던 싸부, 고시공부중인 영준의 후배 삼동까지. 어쩌다 주인공 오영준의 옥탑방에 모여 살게 된 네 남자의 유쾌하면서도 쌉쌀한 일상을 들여다보자.

 

어떻게 보면 하나같이 루저라고 해도 전혀 모자라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는 인물들이다. 좁디좁은 옥탑방에서 등치가 산만 한 남자 넷이 같이 생활한다는 게 만만치 않다. 서로 싸우기 바쁘고, 조용할 날이 없는 영준의 옥탑방이지만 어느새 정이 흠뻑 들어버린 네 남자의 온기로 가득해진다.

 

일에서, 인생에서, 결혼에서, 미래에서 연체된 인생. 누구 하나 쨍하게 환한 앞날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지금보다 더 나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구질구질한 인생에 큰 걸 기대하는 사람도 없다. 인생 뭐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넉넉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남자 넷. 아구아구 해장국 한 그릇 먹고 탁 털어 버리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 구석이 시큰해진다.

 

칙칙하고 쾌쾌할 것 같은 네 남자의 일상은 생각보다 훈훈하다. 끈끈하다 못해 철썩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정 때문에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유쾌하고, 따뜻한 망원동 브라더스의 일상을 편하게 즐겨 보자. 되도 않는 말장난에 하고 터지는 미소는 덤이다. 그 말장난과 코드가 맞는 사람이라면 배꼽 잡고 웃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냄새 물씬 나는 이 아저씨들과 함께 산책하는 마음으로 망원동 나들이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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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의 에로틱 라이프
마르코 만카솔라 지음, 박미경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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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슈퍼히어로들을 만나면서 이들의 사생활이 궁금해졌던 적이 있다. 외모는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는데 그들이 가진 능력 때문에 생기는 호기심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 호기심을 해결해 줄만한 책이 나왔다. 이탈리아 작가 마르코 만카솔라가 쓴 슈퍼히어로의 에로틱 라이프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야릇한 표지의 책. 은밀한 이들의 사생활이 무척 궁금하다!

 

영화 판타스틱4’에서 고무인간으로 유명한 리드 리처즈가 처음 문을 연다. 화려했던 시절을 마감하고 소소하게 우주 비행사들을 가르치고 연구에 매진하며 살고 있는 리드. 아내 수잔과는 이혼을 했고, 아들 프랭클린은 국민들 사이에서 인기남이 되어 있다. 이성과의 진지한 사랑을 갈구하지만 현실은 그의 겉모습에 혹해 접근하는 여자들뿐이다.

 

그리고 배트맨!! 내가 제일 좋아하고 애정하는 히어로인 배트맨은 이제 늙었다. 꽃중년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정말 의외의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 그. 나의 환상을 무참히 깨뜨린 작가가 야속하기도 하지만 남의 성적 취향에 관대한 나라에서 사는 사람이니 그러려니 이해하기로 한다. ‘브루스 드 빌라는 책에 등장하는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핵심 인물이다. 다른 등장인물들에 비해 특별한 능력은 없어도 존재 자체가 특별하다.

 

자신의 특기를 한껏 살려 tv쇼에서 유명인사로 변신하는 일을 하고 지내는 미스틱, 모든 히어로들의 능력을 다해도 이길 수 없다고 알려진 슈퍼맨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슈퍼맨도 늙는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씁쓸해진다. 익히 알고 있던 히어로들의 화려한 모습이 아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환상 속에 존재하는 이들의 모습은 당당하고 멋있는데 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나이 들고 늙어 예전 같지 않음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평소 히어로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어서 두말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그동안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히어로들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더라. 상상은 상상으로만 그쳐야 더 좋은 법인가 보다. 씁쓸하게 만드는 이들의 늙은 모습은 낯설지만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사생활 훔쳐보기는 계속 될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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