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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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을 내고 최소한의 생활비를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있는 오영준 작가, 영준이 마지막 책을 낸 만화 출판사의 영업부 부장이지만 형 같은 상사 김 부장, 만화가로 데뷔 전 영준에게 스승이었던 싸부, 고시공부중인 영준의 후배 삼동까지. 어쩌다 주인공 오영준의 옥탑방에 모여 살게 된 네 남자의 유쾌하면서도 쌉쌀한 일상을 들여다보자.

 

어떻게 보면 하나같이 루저라고 해도 전혀 모자라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는 인물들이다. 좁디좁은 옥탑방에서 등치가 산만 한 남자 넷이 같이 생활한다는 게 만만치 않다. 서로 싸우기 바쁘고, 조용할 날이 없는 영준의 옥탑방이지만 어느새 정이 흠뻑 들어버린 네 남자의 온기로 가득해진다.

 

일에서, 인생에서, 결혼에서, 미래에서 연체된 인생. 누구 하나 쨍하게 환한 앞날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지금보다 더 나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구질구질한 인생에 큰 걸 기대하는 사람도 없다. 인생 뭐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넉넉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남자 넷. 아구아구 해장국 한 그릇 먹고 탁 털어 버리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 구석이 시큰해진다.

 

칙칙하고 쾌쾌할 것 같은 네 남자의 일상은 생각보다 훈훈하다. 끈끈하다 못해 철썩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정 때문에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유쾌하고, 따뜻한 망원동 브라더스의 일상을 편하게 즐겨 보자. 되도 않는 말장난에 하고 터지는 미소는 덤이다. 그 말장난과 코드가 맞는 사람이라면 배꼽 잡고 웃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냄새 물씬 나는 이 아저씨들과 함께 산책하는 마음으로 망원동 나들이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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