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여신 - 상
서희우 지음 / 단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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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화를 바탕으로 한 로맨스 소설이라는데 솔직히 기대는 안 했다. 대한민국에 살면서도 잘 모르는 한국 신화 때문이었는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소재임에도 아무튼.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 내 취향, 못 알아봐서 미안하다! 유리여신!!

 

성은 현이요, 이름은 온. 조금 특이한 이름을 가진 온은 고고미술사학과 박사 과정을 재학중인 학생이다. 교수의 프로젝트 자료 수집을 하러 간 일본에서 몇 달간의 조사를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온. 거대한 몸집에 거만한 인상으로 흑곰 같아 보이는, 유독 눈에 띄는 남자의 옆에 앉게 되었는데 이 남자 자꾸 눈에 거슬린다. 비행기 안에서 자료를 정리하던 중 우연히 보게 된 남자의 얼굴은 자고 있었지만 악몽이라도 꾸는 듯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이성으로 통제하기 힘든 알 수 없는 힘에 강렬하게 끌리는 온과 성준. 성준은 온에게 석불을 함께 찾아달라며 제안을 하는데 평화롭던 온의 삶은 성준의 제안을 수락한 이후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된다. 정체불명의 석불의 존재는 온에게 출생의 비밀을 알게 하는데...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한국 신화들은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을 지키는 여신이나 모든 신들의 어머니라는 마고 등. 소소하지만 전혀 사소하지 않은 신화들은 적절히 배합된 양념처럼 이야기 곳곳 스며들어 보다 깊고 진한 농도로 이야기에 힘을 불어 넣어준다. 신화라고 해서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었는데 의외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어 즐겁게 읽었다.

 

등장하는 조연들의 활약도 대단했는데 짠내 물씬 나는 남조, 현백을 빼놓을 수 없다. 아련아련 열매를 먹은 것 마냥 애틋하고 아릿한 현백. 이런 캐릭터에 한없이 약해지는 나란 여자. 너의 마음, 나의 마음 할 것 없이 세상의 모든 여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까칠한 매력의 말명이와 덩치 값 못하는 귀여운 호종이까지 통통 튀는 캐릭터들로 재미는 배가 되었다.

 

출생의 비밀과 얽혀있는 석불의 존재와 석불의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며 온에게 드리워지는 기운이 밝지만은 않지만 그녀의 사랑하는 사람인 성준으로 인해 그다지 어두워 보이지는 않는다. 로맨스라는 카테고리 안에 둘러싸인 채 세상에 나온 유리여신’. 로맨스라는 하나의 장르에 가두는 것보다는 쉴 틈 없이 빠르게 내달리는 속도가 무기인, 힘이 느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조금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지만 그걸 모두 상쇄할만한 재미는 충분하다. 앉은 자리에서 두 권을 훅 읽은 몰입감은 최고였고. 결코 짧은 이야기가 아닌데 짧게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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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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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19금 딱지 만큼이나 명성(?)이 자자한 살육에 이르는 병을 이제야 만나봤다. 예상대로 잔인함의 표현수위는 높았고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게끔 만드는 반전에 어안이 벙벙. 스포를 밟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유명한 만큼 반전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기어이 당하고 말았다.

 

가모우 미노루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다. 여섯 건의 살인과 한 건의 살인 미수를 저질렀다. 체포되는 순간에도 태연한 그의 태도는 진짜 범인이 맞나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연쇄살인범 미노루와 그의 어머니인 마사코, 미노루를 쫓는 전직형사 히구치까지 세 명의 시선을 따라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전대미문의 살인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마사코는 자기 아들이 범죄자가 아닐까 하는 의문에 사로잡힌다. 요즘 때때로 보이는 행동이 이상하고 점점 침잠해 가는듯한 아들의 어두운 기운이 낯설기만 하다. 평범한 대학생인 미노루는 대학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그녀에게 이상한 충동을 느낀다. 이게 사랑인지 성욕인지 혼란스러운 가운데 조심스럽게 그녀를 향해 접근(?) 한다.

 

사실 마지막 반전 하나만을 위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 뒤쪽의 구구절절한 해설을 읽고 나서야 제대로 된 이해를 했다. 해설은 늘 그렇듯 어려운 이야기만 쏟아내는데 어찌 되었든 나한테는 반전이 전부가 되어버린 조금 아쉬운 이야기가 된 것 같다. 작가의 농간에 놀아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견고한 장치들은 대단했지만.

 

뒤통수 후려치는 짜릿한 반전은 좋아도 본격 미스터리를 즐겨 읽지는 않는다. 그 반전을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너무 지루하고 지난해서. 취향에는 사회파 미스터리가 딱인데 요즘 뭘 읽어도 시큰둥한 기분에 일부러 얇은 책을 골랐다. 얇고 작은 판형이라고 우습게 봤던 게 조금 미안해진다. ^.^; 제목만큼이나 강렬했던 살육에 이르는 병’. 재미는 차치하고 소문만 자자한 명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봤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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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스 스토리콜렉터 2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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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년만인 것 같다. 본격적인 세계관이 드러나고 강력한 조력자인 스칼렛을 등에 업은 신더의 눈부신 활약이 돋보였던 루나 크로니클의 두 번째 이야기였던 스칼렛을 읽고 후속작을 기다리던 시간 말이다. 누구나 다 아는 동화를 각색한 것도 모자라 상상 속의 존재들까지 등장시켜 무한한 판타지의 세계를 구축한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 애타게 기다려왔던 시간을 보상받을 만큼은 아니었지만 세 번째 이야기인 크레스도 재미있게 읽었다.

 

루나에서 쫓겨나 인공위성에 갇힌채 세상과 단절하고 살아온 크레스. 바깥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인 시빌 마님의 손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신더와 스칼렛을 위기에서 구해준 인연으로 크레스의 탈출을 돕기로 한 신더 일행. 뜻밖의 일로 크레스의 탈출이 실패로 돌아가고 신더 일행이 탔던 우주선은 추락하고 스칼렛은 시빌에게 인질로 잡힌다. 지구를 레바나 여왕의 마수에서 구해내야만 하는 절제절명의 위기에 닥친 신더는 잘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

 

일부러 로맨스 소설도 찾아 읽지만 개인적으로 여주의 열렬한 짝사랑이 돋보이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쁜 남자, 카스웰 함장을 향한 크레스의 오랜 짝사랑이 내 취향에 딱 걸린 게 잘못이겠지. ‘신더스칼렛에서 보여주던 여주의 당차고 강한 성격이 스칼렛에게 많이 모자라지 않았나 싶다. 각각의 이야기가 주인공의 성격을 닮아가는 건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조금 소극적인 스칼렛의 이야기도 그랬던 것 같다. 주인공들이 다시 만난 후에는 속도가 좀 붙긴 하지만 그 전에는 650페이지가 넘는 책이 살짝 부담되더라.

 

시리즈 중에서 제일 두꺼움을 자랑하고 있지만 숨을 고르고 잠시 쉬어가는 이야기인 것 같다. 빠른 속도로 독자들을 정신 차리지 못하게 하던 전작들에 비해 호흡이 느린 편이다. 하지만 전편들보다 확실히 화끈해질 후속작을 기대하는 마음은 부풀고 부풀어 배가 된다. 1년을 기다려야 할까? 그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길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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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 페스티벌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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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권의 책도 읽어보지 않았는데 신작이 나오면 꾸준히 책을 사게 되는 작가가 있다. 처음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었을 때 이유모를 수집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츠지무라 미즈키가 그 작가에 속한다. 처음에는 표지에 낚여서, 두 번째는 절판 소식을 듣고서였는데 어쩌다 보니 읽지도 않은 이 작가의 책이 수두룩하다. ‘물밑 페스티벌을 읽으면서 동반자 같은 수집병(?)에 대해 반성도 좀 했고 의외의 실력과 필력에 반해버렸다. ‘뭐 나오키상도 받았는데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지하는 우스갯소리도 생각났고. ^.^

 

해마다 록페스티벌이 열리는 작은 마을 무쓰시로’. 마을의 발전을 위해 유치한 페스티벌이지만 주인공인 고등학생 히로미의 유일한 탈출구이기도 하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광장(?)에서 여배우 오리바 유키미를 알아보는 히로미. 같은 마을 출신의 유키미는 오래 전에 마을을 떠나 여배우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유키미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유키미에게 쏠리고 히로미는 그녀를 둘러싼 여러 소문을 듣게 된다. 유키미에게 호기심을 느낀 히로미. 마을 호숫가에서 우연히 만난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유키미가 마을로 돌아온 이유는 분명 있다. 복수를 꿈꾸는 유키미에게 히로미는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유키미가 전해주는 마을의 숨겨진 비밀을 듣게 된 히로미. 고등학교 2학년의 평범했던 히로미의 일상은 단숨에 무너져 내린다.

 

사춘기 소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소설은 아니다. 광고는 연애소설이라고 하지만 성장소설 혹은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해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마을의 비리를 둘러싼 음모론은 히로미를 정신없이 흔들었고 사랑의 열병으로 뜨겁게 유지되던 체온이 순식간에 식어버릴 만큼 히로미를 격정 속으로 몰아넣었다. 처음과는 너무나 다른 방향으로의 전개가 뜻밖이어서 뭐라 설명할 길이 없네.

 

소년의 불안정한 심리, 마을의 음모, 사랑의 열병, 거듭되는 반전 등. 지루할 틈 없이 쏟아내는 이야기들은 말 그대로 페스티벌이 아니었나 싶다. 분위기가 좀 어두운 축제 같은. ㅋㅋㅋ 예쁜 표지처럼 말랑한 이야기를 기대하지 마라. 말랑보다는 좀 과격한 이야기여도 축제를 즐길 마음만 있다면 푹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의외의 실력과 필력에 반했으니 집에 모셔두기만 한 작가의 다른 책도 차근차근 읽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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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의 인형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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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궁극의 아이로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장용민 작가!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여기저기 추천도 많이 했고 작가의 전작까지 찾아보기도 했었다. 신작이 나왔다는 소리에 아끼고 아끼다가 뭘 읽어도 시큰둥한 요즘 이만한 책도 없을 것 같아서 꺼내기로 했다. 내용도 모르고 작가의 이름 하나 믿고 시작.

 

백연미술관 큐레이터이자 실력 있는 미술품 감정사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가온. 건강에 이상을 느낀 그에게 췌장암 판정이 내려진다. 인연을 끊고 살다시피 하던 아버지의 뜬금없고 알 수 없는 문자에 놀라는 것도 잠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들려온다. 아버지의 빈소가 차려진 안동의 어느 마을로 찾아간 가온은 아버지의 죽음이 우연한 사고가 아님을 알게 된다.

 

남사당패의 꼭두쇠였던 아버지는 어머니와 가온에게 무관심했다. 그런 가정에서 자란 가온은 아버지를 미워했고 불신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설아라는 배다른 여동생이 존재함에 화를 내지만 이상한 기운을 풍기는 설아가 밉지만은 않다.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뜨개질만 하고 있는 설아는 가온에게 아버지가 남긴 의문을 초대장과 인형을 내민다.

 

설아가 가온에게 내밀었던 인형은 남사당패의 꼭두쇠에게만 전해지던 인형이다. 기괴하고 음침한 모습을 한 인형의 비밀을 둘러싼 미스터리! 작은 인형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나중에는 역사를 둘러싼 커다란 이야기로 변모한다. 진시황이 그렇게 애타게 구했다던 불로초의 비밀까지. 상상을 마구 마구 자극하는 작가의 농간(?)에 당하고 말았다.

 

세련된 문체는 아니다. 어딘가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 뜬금없는 로맨스도 살짝 불만이고. 하지만 그 모든 걸 상쇄할 정도의 강력한 힘은 있다. 독자를 쥐락펴락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궁극의 아이에서도 느꼈지만 속도감과 몰입감은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이번에도 역시 평일 늦은 밤에 읽지 말았어야 했는데 결국엔 새벽을 꼬박 지새웠다. 기쁘다. 이런 책을 마주할 때의 기분은 뭐라 설명을 못하겠다. 이 좋은 기분을 다른 사람도 누렸으면 좋으련만. 그저 푹 빠져 즐기기만 하면 되니 한 번들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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