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위 - 꿈에서 달아나다
온다 리쿠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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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해석가 히로아키는 일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초등학생들의 집단 악몽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센터 측에서 전례가 없던 몽찰로 해야 할일은 점점 늘어만 가는데 십년 전 죽은 고토 유이코가 자신의 주위를 자꾸 맴돌고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최초의 예지몽으로 인정받았던 고토 유이코의 꿈. 예지몽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은 구했지만 정작 자신은 불의의 화재사고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자신의 형과 연인 사이였던 고토 유이코와 미묘한 관계였던 히로아키. 왜 그녀는 이렇게 혼란스러운 이 때에 자꾸 자신의 곁을 맴도는지 모르겠다. 이후 드러나는 단서들이 가리키는 것은 모두 고토 유이코였고, 미묘하게 어긋나면서 겹쳐지는 모든 것들이 터질듯 말듯 뿌옇게 덮인 짙은 안개 속을 헤매게 만든다.

 

남의 꿈을 보는 일이 가능한 시대이다. 꿈 해석가라는 주인공의 직업이 그렇듯 꿈이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금방 잊혀지고 마는 사소한 꿈처럼 생각했는데 몽위 속의 꿈은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 되어 불가사의한 사건들의 길잡이가 된다. 이렇게 특별한 꿈이라니. 나는 꿈을 거의 매일 꾼다. 자고 일어나면 잊혀지는 꿈이지만 꿈속의 장소나 사람 등은 희미하게 기억하곤 한다. 매일 꾸는 꿈이 뭐 그리 대단하냐 하겠지만 갔었던 장소에 또 가고 만났던 사람을 또 만나고 꿈을 이어서 꾸는 경험을 한 사람에게는 꿈이라는 것이 마냥 사소하지만은 않다. 나에겐 조금 다른 의미의 꿈이여서 그랬는지 '몽위'속의 꿈도 참 다르게 느껴지더라.

 

꿈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현실과 꿈의 불분명한 경계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게다가 미스터리 장르에 꿈이란 소재를 더해 한층 더 빛이 난다. 몽롱한 분위기에 취해 흐린 경계선 위에 서 있노라니 모든 것이 흐릿하지만 분위기 하나는 최고다. 출간되기 전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작품이라 기대도 조금 했었다. 언제 나오나 기다려지기도 했고. 그 기다림이 허무하지 않을 정도의 몽환적인 분위기여서 좋았던 것 같다. 워낙 이런 분위기를 특출나게 잘 쓰는 작가이기도 하니까.

 

온다 리쿠의 책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왜 외면하고 있었을까 싶다. 짙은 안개 속을 헤매는 기분이 결코 좋지는 않지만 분위기 하나로 나를 사로잡았으니 조만간 책장 속에 꽂혀 있는 다른 책도 찾아보련다. 온다 리쿠, 그녀의 세계를 이제라도 만난 게 다행이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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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해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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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을 찾아봤다. ‘극해라는 단어가 궁금해서. 남극이나 북극의 바다를 뜻하는 단어라고만 생각했는데 몹시 심한 해독이라는 의미도 있단다. 무슨 이야기를 얼마나 독하게 하려고 이런 단어를 제목으로 썼을까. 전작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를 읽고 느낀 강렬하고 묵직한 여운이 아직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작정하고 쓴 것 같은 제목에 호기심은 주체하기 힘들었다.

 

2차 세계대전으로 긴박한 전시 상황에 포경선 유키마루는 해군의 식량 조달을 위해 바다로 떠난다. 일본인, 조선인, 대만인이 함께 탄 유키마루는 시대를 대변하고 있는 축소판 같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일본인들은 허기와 갈증에 허덕이는 조선인과 대만인을 재촉하고 이들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게 되고 극해로 향하게 되는데... 극한 상황에 내몰린 이들과 달리 바다는 그저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인간의 본성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극한 상황에 내몰리자 순식간에 짐승으로 변모해버리는 이들의 모습은 낯설어 보여도 낯설지가 않다. 무간지옥으로 변해버린 유키마루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광기와 본능만 남은 이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침묵하는 바다일 뿐이다.

 

컨설턴트는 임성순 작가를 새로 알게 한 책이었고,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작가를 다시 보게 만들었고, ‘극해는 닥치고 임성순을 외치게 만들었다. 난 이렇게 독한 이야기가 좋다. 내몰고 내몰아 벼랑 끝에 서게 만들어 시시각각 숨통을 죄어 오는 그런 이야기. 자극적이고 노골적이어도 좋다. 그만큼 짜릿함과 아찔함은 배가 되니까. 동전의 양면 같은 인간의 본성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함과 악함의 그 간극이 얼마나 미세한지, 그 미세한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치열하고 견고한지, 생생하게 들려오는 비명에 온몸이 저릿해진다.

 

거친 남성미로 무장까지 하고 수컷 냄새를 물씬 풍긴다. 페르몬을 발산하는 생명체도 아닌데 무언의 힘으로 끌어당겨 몰입하게 만든다. 비탈에서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시시각각 무게를 더하며 무서운 속도로 내달린다. 묵직하게 가라앉아 입맛이 쓰다. 그렇다고 외면하지도 못하겠다. 강렬한 여운에 한참이나 멍하게 앉아 있었다. 그 여운이 또 아쉬워 책의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게 만든다.

 

사심 가득 담아 별 다섯 개, 아니 별 열 개라도 주고 싶다. 다시보자, 임성순! 흥해라, 임성순! , 이렇게 신간알림 신청하는 작가는 늘어간다. 그래봐야 다섯 명도 안 되지만. 꼭은 아니어도 한번쯤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거칠어서 좋고, 독해서 좋고, 처절해서 좋고. 이만하면 당신의 호기심은 충분히 자극되었다고 본다. ^.^ 올 여름 심장을 앗아갈 단 하나의 소설이라는 광고문구가 허투루가 아님을 당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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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나 1997 - 상 -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
용감한자매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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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걸려온 방송 섭외 전화에 지연은 놀란다. 이십대 때 썼던 소설 줄리아나 1997’이 어느 재즈 아티스트가 추천하면서 방송에 출연하게 된다. 얼떨떨한 기분을 추스르기도 전에 권태롭던 일상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다. 쫑파티에서 만난 국내 유명한 남성 패션 잡지의 편집장인 진수현과 따로 연락해 만나기에 이르고 이렇게 대화가 잘 통하는 남자는 생전 처음이란 사실에 놀란다. 바람둥이 같은 이 남자의 눈빛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 잡아도 이미 기운 마음은 되돌아올 줄 모른다.

 

주인공 지연은 아들도 있고 남편도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남편의 투자 실패와 외도로 상처 받았던 마음을 아들 현수에게서 위로 받았다. 결혼과 육아로 글쓰기에 대한 욕망도 잊고 지냈다. 이런 그녀 앞에 나타난 남자, 진수현. 언제 느꼈는지도 잊어버린 사랑이란 감정에 지연은 혼란스럽기만 한데 수현과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소위 말하는 막장 소재가 두루두루 포진해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 지연을 비롯해 줄리아나 오자매의 일원인 세화, 진희, 정아, 은영의 이야기도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하다.

 

이화여대에 다니며 나이트 클럽 줄리아나에 출입하던 오자매의 결혼과 사랑을 다룬 이야기이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가 그렇듯 솔직히 재미있긴 하다. 자극적인 소재에 호기심이 동하는 건 사실이고. 하지만 그렇다고 지연의 사랑에 힘을 실어주기도, 동조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농담이 지연에게는 진담이 되어 공감대 형성에는 조금 힘들다. 사십대 아줌마의 일탈이라 보기에도 수현과의 관계는 결코 가볍지 않았고. 진정한 사랑이라고 그럴듯한 포장을 해도 이건 세상의 잣대로 허락될 수 없는 사랑이 분명하니까.

 

사십대 언니들의 화끈한 일탈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어디에 힘을 실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언니들의 사랑을 심각하게 고민은 하지 말아야겠다. 가볍지 않아도 일탈은 일탈이니까. 이 언니들도 권태로운 일상에서 숨 쉴 구멍은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을까. 나를 잊고 살아온 세월로 충분히 보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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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술안주 (DVD포함) - 간단 안주의 황홀한 유혹 탐나는 스타일 DVD북 시리즈 1
강지수 지음 / 이덴슬리벨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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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결혼한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잦은 편이다. 모두 딸린 식구들이 있는 몸이다 보니 편하게 마음 놓고 먹을 기회가 별로 없다. 집에서 간단하게 아니면 새벽에 동네 자그마한 술집에서 모이는 게 고작인 우리의 술자리. 급하게 성사된 소소한 술자리에서의 안주는 역시 별로다. 배달 음식이든, 술집에 가서 먹는 안주이든 그게 그거 같은 안주들에 질려갈 때쯤 눈에 띈 한 권의 요리책인 탐나는 술안주’.

 

제목부터 탐나는 이 요리책은 꼭 술안주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보통 일상생활에서도 한 끼 식사로도 모자라지 않은 훌륭한 재료와 비쥬얼을 선보인다. 제목을 탐나는 한 끼 식사로 바꿔도 깜빡 속아 넘어갈 것만 같다. 처음에는 직접 만드는 술안주가 별 거 있겠냐 싶었다. 주부 9단은 아니어도 술상에 올라오는 안주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고. ^.^; 어느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메뉴와 견주어 봐도 손색없을 정도의 음식들에 맥주 생각이 간절해지기도 한다.

 

요리책의 미덕은 구하기 쉬운 재료와 어렵지 않은 조리 방법에 있다고 본다. 예전만큼 재료 구하기가 어렵지 않은 요즘이지만 그래도 구하기 쉬운 재료에는 우선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책에 나오는 요리들은 대부분 60분 이내에 할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음식들로 구성되어 있다. 새벽에 잠깐 허락된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는 나와 술친구들에게는 이러한 짧은 조리시간은 두 팔 벌려 대환영! 더운 여름날, 불 앞에 서 있는 시간이 짧아서도 좋고.

 

조리 시간과 난위도 표시는 한 눈에 보기 쉽게 정리해 놓았고, 안주와 어울리는 술을 권하는 센스 또한 빛을 발한다. 그동안 배달과 술집 안주에 질렸다면 한 번쯤 일독을 권한다. 요리 초보가 아닌 이상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럭셔리한 술안주가 어느새 만들어져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내가 만들어 먹는 음식이니 품은 좀 팔아도 믿고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독특하고 신선한 안주에 술병은 늘어만 가겠지. 우리의 럭셔리한 술자리를 위한 해피 타임을 조만간, 신속히 마련해야겠다. 직접 내 손으로 만든 비쥬얼 훌륭한 술안주와 함께라면 우리의 술자리는 당신의 술자리보다 분명 아름다울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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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군과 최군의 요즘 캠핑
김승욱.최수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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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때만 해도 유명한 관광지에 적당한 숙박시설이 없어 부득이하게 했던 게 텐트 생활이었다. 바다로 산으로 쏘다니며 번거롭고 힘든 캠핑이었을 텐데 내 부모님은 어린 동생과 나를 참 열심히도 데리고 다니셨다.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느라 집에 돌아오면 등과 어깨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고 허허 웃으시면서 얘기하신다. ^.^ 아무튼 캠핑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은 특별하다. 지금이야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하나의 건전한 레저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주위에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캠핑 다니는 친구도 있고, 지인도 있으니 관심은 저절로 생기더라.

 

이런 때에 골방 체질인 내가 캠핑을 즐길 수 있을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요즘 자꾸 쏠리는 관심도 상당했고 오랜 시간 남편과 둘만 지내니 다른 쪽으로 한 눈을 팔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말마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의 여유가 필요한 것 같기도 했고. 캠핑을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지침서가 되어줄 것 같아 궁금해졌다. 그저 캠핑은 이런 것이다라고 설명만 늘어놓는 글이 아니라 캠핑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책이었다. 에세이 형식으로 묶여 있다니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어 보이기도 했고.

 

우선 나에게 어울리는 캠핑 라이프 스타일를 간단하게 테스트 해보자. ! 이럴수가. 만사 귀차니즘에 시달리는 방콕, 골방 체질이 여기서 들통 난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귀차니즘의 소유자라고 결과가 나온다. 이런 결과에 쉬이 인정하기 싫어 내남자를 불러 테스트를 해본다. 정말이지 이런 곳에서 죽이 척척 맞는다. 둘이서 똑같은 결과를 보고 한참이나 웃었다. 누구 하나라도 다른 결과가 나왔으면 캠핑을 한 번 가볍게라도 가보자 했을 텐데 이건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

 

자연의 바로 옆에서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캠핑이 주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캠핑으로 푼다는 사람도 여럿 봤고. 그만큼 다양한 매력을 가진 캠핑에 중독된 이들이 있다. 바로 책을 쓴 우기군과 최군. 친구 같은 부부로 사계절 내내 주말마다 전국의 캠핑장을 돌아다니며 자연에서 느끼는 생생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고생스러울 법한데 마다않고 다니는 그들의 부지런함이 부럽고 또 대단하다고 느꼈다. 캠핑장 소개에 그치지 않고 지역 특산물이나 관광지 팁들은 소소하지만 사소하지 않다.

 

나 같은 캠핑 초보가 보기에 이만한 책도 없는 것 같다. 이제 캠핑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도 같다. 직접 몸으로 부딪혀 겪어보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지만 이론 공부를 조금 하고 나면 좀 더 특별한 캠핑이 되지 않을까. 책에서 소개시켜 주는 캠핑장들이 눈에 아른아른 하다. 캠핑이 주는 특별함과 설렘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 지금 당장은 떠나기 힘들어도 자연 속에 내 몸을 맡길 날이 언젠가 꼭 올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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