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에 봄이 오면
우지혜 지음 / 청어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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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는 능력을 가진 해수. 능력 때문에 피하고 외면하는 게 힘들어 굳건하게 잠긴 그녀만의 성에 갇혀 지낸다. 밖으로의 통로 역할을 해주는 산호의 부탁에 운성의 회사를 찾아가게 되는데 운성은 해수의 뛰어난 해커 실력에 호기심이 동한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행동이 알 수 없는 감정을 부채질하는데 도도한 운성이 무너지는 건 일순간이었다.

 

죽음의 그림자와 대면은 언제나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래서 해수는 선글라스를 선택했고, 가려진 시야 덕에 그나마 아슬아슬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운성은 그녀의 선글라스부터 벗기기로 한다. 시커먼 선글라스를 왜 끼고 있는지 이유는 모르지만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는 해수가 애처롭기만 하다. 대책 없이 겁부터 집어먹는 그녀에게 마음이 불편해진 운성은 심드렁한 말투로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데 해수는 그런 그가 부러질 줄 모르는 대나무처럼 느껴져 자꾸 기대고 싶어진다.

 

평생 겨울에만 갇혀 지낸 해수에게 운성은 따뜻한 온기를 품은 봄 같다. 손을 내밀기도 전에 먼저 따뜻한 품을 내어주는 운성의 어깨는 넓고 단단하다. 조금씩 차오르는 감정이 낯설어 서툴기만 한 그녀. 운성은 그녀가 세상을 당당하게 마주할 용기가 생길 때까지 온 마음을 다해 아껴준다.

 

전작과의 출간 텀이 짧아 걱정도 조금 했다. ‘해바라기, 피다에서 애틋하기만 했던 강준이의 감정이 아직도 잡힐 것 같은데 짧은 시간 내에 얼마나 탄탄한 글로 돌아왔을지 내심 기대도 했다. 걱정과 기대는 접어두고 그냥 좋다. 좋기만 하다. 소금기 듬뿍 담은 산호도 좋고, 드디어 봄을 맞이한 해수도 좋다. 빈틈없이 잠긴 해수의 마음을 순식간에 허물어뜨린 느물대는 운성은 더없이 좋고.

 

해수의 봄을 함께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너무 짧아 아쉬운 계절, 봄처럼 말이다. 차기작을 언제나 만날 수 있을까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부디 그 시간이 길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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