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오아시스 1
나자혜 지음 / 가하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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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오아시스 오만 무스카트 지점. 수민은 다른 세상으로의 비상을 위해 호텔 총지배인으로써의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갑작스럽게 걸려온 회장님의 전화를 받고 3개월의 유예 시간을 갖게 된다. 서울에서 오만 무스카트 지점으로 발령이 난 지완을 공항으로 마중 나간 수민. 11년이 흘러 호텔 오아시스 그룹의 전략기획팀 이사가 된 지완의 비서로 그를 만난다.

 

지완과 수민은 11년 전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다. 비오는 날 엘리베이터에서의 만남은 강렬했고 이들에게 남겨진 건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었을 거다. 시간이 흐르며 호기심이 호감으로 변해버렸다. 어느새 살며시 변해버린 호감을 감지하지 못했던 거였다. 서로가 분명히 끌리고 있음에도 섣불리 손을 잡지 못했다. 지완의 애틋한 마음을 밀어내기만 하던 수민은 결국 오랜 시간 돌고 돌아 마주 서기로 한다.

 

한 사람씩 태울 때마다 갖고 있는 시간을 조금씩 태운다는 늙은 낙타 히미, 두 다리를 잃고 넓은 바다로 거침없이 헤엄쳐 나가는 절름발이 게 꾸미, 안녕하지 못해도 안녕한 척. 안녕 이상의 감정이 있어도 안녕하세요, 하며 그게 전부인 척 하는 수민과 지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둥둥 울려댄다.

 

머리에, 가슴에, 기억에 유독 깊게 남겨진 단어들이 있다.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이 지완과 수민에게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는 순간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고, 사랑할 거라고 믿는다. 단단하게 맞물린 손가락이 오래오래 떨어지지 말기를, 열사의 사막에서도 온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로가 서로에게 쉬어갈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어주어 고맙다. 슈크란 이수민, 슈크란 민지완, 슈크란 꿈꾸는 오아시스’, 슈크란 우리 모두.

 

 

p.135(2)

"지금 이 순간이. 사랑받는 건 세상에서 가장 완전무결한 권력이거든.“

 

p.290(2)

사는 것은 시간을 조금씩 태우는 것. 가끔은 흔들리고 휘청거린다 할지라도,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미약하면 미약한 대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짊어지는 것. 그 삶은 내가 나를 믿는 만큼 위대하고 내가 나를 의심하는 것만큼 초라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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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벗다
이파람 지음 / 스칼렛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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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이 뿜어대는 가스에 너덜너덜한 얇은 옷만 걸친 채 한 겨울 집밖으로 내몰렸다. 크리스마스였던 그 날, 산타에게 빌었다. 빨리 죽게 해 달라고... 저주같던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가은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았다. 치료할 돈이 없어 엄마는 폐암으로 돌아가셨고, 알콜중독자 아빠,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치는 오빠. 가은에게 가족은 버릴 수만 있다면 버리고 싶은 존재였다.

 

그녀가 알바를 하고 있던 커피숍에서의 만남은 강렬했다. 동생 현준과 헤어짐의 댓가로 당당하게 돈을 요구하던 당돌한 그녀. 동생의 여자친구를 어느새 마음에 담아버렸다. 이성으로 통제하기 힘든 미묘했던 감정이 크기를 불려가며 온통 그녀 생각뿐이다. 빈틈없이 완벽한 그의 삶에 격한 파동을 일으키는 가은을 가질 수만 있다면 이 남자, 현우는 무엇이든 할 계획이다.

 

끝을 정해놓고 하는 사랑은 없다. 현실적인 상황에서 느껴지는 현우와의 차이로 가은은 이 남자와 연애는 하되 미리 이별의 준비를 한다. 현우와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작은 여지조차 두지 않는다. 가은과의 사랑을 목말라하는 현우는 항상 한 발짝 물러나 있는 가은이 안타깝지만 애써 자신의 품에 가둬두려 하지 않는다. 현우가 보여주는 애달픈 사랑이 가은에게 얼마나 따뜻한 온기가 되는지 그도, 그녀도 짐작하기 힘들다.

 

찢어지게 가난한 나이 어린 여자 주인공과 재벌 3세 후계자 남자 주인공이 나온다는 것만 봐도 전체적인 줄거리가 쉽게 예상될 정도로 뻔하고 뻔한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렇게 뻔한 이야기에 새벽까지 날 새는 줄 모르고 읽었다.

 

신데렐라 스토리, 신파 같은 이야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진부한 설정임에도 빠져든 건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현우와 당차고 똑똑한 가은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꾸었을, 꿈같은 이야기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가 재밌듯이 뻔하디 뻔한 이야기가 재밌는 것도 분명 이유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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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 1
문은숙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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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의 나이의 사유는 돈 몇 푼에 한조에게 팔려 왔다. 비정하게 딸을 버린 아버지를 붙잡고 싶었지만 한조의 개들이 팔을 물어뜯는 바람에 아버지를 잡지도 못했다. 한조의 소유물로 참혹한 폭력을 견디며 모멸 찬 12년의 시간이 흘렀다. 가슴 속 깊이 숨겨둔 증오는 시간을 더할수록 점점 깊어져만 간다. 그런 사유에게 동화 속 왕자님처럼 멋지게 등장한 동화라는 이름의 아이. 지옥과도 같던 사유의 삶에 동화는 작은 위로가 되어 준다.

 

한조는 자신의 방식대로 사유를 다뤘다. 철저하게 자신의 소유물로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사유가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이면 거침없이 괴롭혔다. 소유욕이라고 하기엔 너무 지나친 한조의 방식은 사유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고 비틀린 소유욕의 댓가로 사유는 복수를 꿈꾸었다.

 

한조가 사유에게 보여주는 모습을 과연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1권과 2권의 차이가 조금 있지만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이해하기에도, 납득하기에도 어려운 한조가 사유를 사랑하는 방법. 하지만 결국에는 세상에 이런 지독한 사랑도 있다고 설득 당하고 만다. 잔뜩 비틀려 있는 한조가 많이 서툴렀던 것뿐이라고, 그렇게 말이다.

 

처음에는 이런 개객끼를 연발하다가 사유의 반전으로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푹 빠져들었다. 행간과 행간 사이에 숨어있는 한조의 애달픈 사랑 찾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고. 동전은 서로 다른 면이 만나 완성된다. 사이좋게 다른 면으로 만났으면 좋았을 한조와 사유. 절름발이와 같은 이들은 비슷하다 못해 정말 똑같아서 서로를 그렇게 힘들게 했나 보다. 끝나고 보니 이런 한조와 사유라서 가능했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p.218

"별이 없는 밤은 아무 의미가 없어.“

사유는 내 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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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미학
정이원 지음 / 신영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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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제목 때문이었나, 따분한 인문서 같은 제목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잔잔한 여운이 가득한 이야기라는 소리에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은. 귀한 책이 되어 나름 몸값을 자랑하는 책이라 도서관에서 발견하곤 너무 반가웠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대출 4번 만에 드디어 다 읽었다. 숙제 끝낸 기분이네. ^.^;

 

이교는 자주 가던 공원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자신의 이름을 한 영이라고 소개하는 여자의 눈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작은 도움을 필요로 했던 그 날 이후 그녀가 있는 복지원을 지나다니며 이교는 어느새 그녀를 찾고 있었다. 성인이 된 영은 복지원에서 더 이상 지내기 힘들었고 이교는 갈 데 없는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담배도 적당하게, 술도 적당하게, 연애도 딱 필요한 만큼만. 적당주의 인생관을 펼치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던 이교. 자신의 평소 지론대로라면 집으로 영을 데려온 것은 뜻밖의, 의외의 선택이었다. 동정도 아니고 애정도 아닌 감정은 너무 낯설지만 앞을 못 보는 그녀와의 동거 생활은 이교에게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말할 때 인생미학의 주인공인 영은 시각 장애인이다. 책 속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만 있을 뿐 대놓고 장애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어디 한 부분이 불편한 사람인거다. 작은 이해와 배려를 필요로 하는 영이지만 이교 앞에서든, 누구 앞에서든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인내하는 모습은 그 누구보다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런 영과 이교의 사랑이라서 그런지 작은 행복에도 큰 기쁨을 느끼는 이들이 참 애틋하고 예쁘기만 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영과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완벽한 남자, 이교와의 사랑은 처음부터 쉽지 않다. 따뜻한 온기만을 바라던 이들의 사랑이 불같은 열기로 변해갈 때까지 그려지는 모습들이 잔잔하면서도 덤덤하다. 일기장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일인칭 시점의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교의 입장에서만 써내려간 인생미학은 그래서 나에게 조금 특별해졌다. 이교가 아니었다면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건 좀 힘들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에. ^.^

 

 

p.135

부질없는 짓이었다. 감정은 미루자고 미뤄지는 게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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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메이드 퀸 세트 - 전3권 블랙 라벨 클럽 10
어도담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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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지방의 망한 귀족의 집안에서 식구들을 건사하며 지내던 아비게일. 별궁에 유폐된 5황녀 비올레타의 시녀로 궁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갑자기 찾아든 자객들에 의해 비올레타가 살해되고 아비게일의 목숨도 사라질 찰나 어느 귀공자의 도움으로 살아남는다. 비올레타와 비슷한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아비게일의 목숨을 쥔 귀공자는 죽은 비올레타 대신 아비게일을 황녀로 만들기로 한다.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처럼 따르던 미하일이 황제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황후인 파사칼리아와 손잡고 복수를 준비하던 라키엘. 그의 눈에 띈 아비게일은 자신의 처절한 복수극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적임자였다. 아비게일을 에델가르드로 데려오면서 시작되는 황녀 만들기 작전은 빠르게 진척되어 가는데 갑작스런 황제의 부름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초반 유쾌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이야기를 더할수록 묵직해진다. 판타지로맨스를 지향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다. 황제가 있고 황비들이 있고 황제의 자식들이 있고. 과거 조상들이 살았던 시대의 궁중암투를 가상의 나라 그란토니아로 옮겨온 거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복잡하게 꼬여있는 정치적인 상황이나 권력을 둘러싼 음모, 비극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사랑 등, 얽히고설킨 이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레디메이드 퀸이란 제목을 내 마음대로 정리를 하면 여왕(여제) 만들기쯤 되겠다. 시골에서 자라 세상물정 모르는 소녀가 우연한 기회로 황녀가 되고, 온갖 시련을 겪으며 결국에는 황녀가 여제가 되기까지의 길고 긴, 어쩌면 짧을 수도 있는 이야기. 블랙라벨클럽 시리즈에 대한 미더운 마음과 부담스러운 세 권의 분량 때문에 재미있다는 입소문에도 애써 외면했었다. 그 외면했던 시간이 미안해지게 만드는 레디메이드 퀸’.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읽었고, 재미있게 읽었고, 라키엘과 아비게일의 꽁냥꽁냥한 모습에 엄마 미소가 절로.

 

볼만하다라는 범주에 넣기에는 부담스런 분량과 복잡하게 느껴지는 정치 이야기라는 게 발목을 잡지만 한 번 잡으면 끝까지 훅 읽히는 레메퀸이다. 결말에 작은 불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 모든 걸 감수할 만큼 충분한 보상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무실에서도 몰래 꺼내 읽게 만들던 책이었으니 이 여운은 길고,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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