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로의 인형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1204/pimg_7883271081112731.jpg)
작년 ‘궁극의 아이’로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장용민 작가!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여기저기 추천도 많이 했고 작가의 전작까지 찾아보기도 했었다. 신작이 나왔다는 소리에 아끼고 아끼다가 뭘 읽어도 시큰둥한 요즘 이만한 책도 없을 것 같아서 꺼내기로 했다. 내용도 모르고 작가의 이름 하나 믿고 시작.
백연미술관 큐레이터이자 실력 있는 미술품 감정사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가온. 건강에 이상을 느낀 그에게 췌장암 판정이 내려진다. 인연을 끊고 살다시피 하던 아버지의 뜬금없고 알 수 없는 문자에 놀라는 것도 잠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들려온다. 아버지의 빈소가 차려진 안동의 어느 마을로 찾아간 가온은 아버지의 죽음이 우연한 사고가 아님을 알게 된다.
남사당패의 꼭두쇠였던 아버지는 어머니와 가온에게 무관심했다. 그런 가정에서 자란 가온은 아버지를 미워했고 불신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설아’라는 배다른 여동생이 존재함에 화를 내지만 이상한 기운을 풍기는 설아가 밉지만은 않다.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뜨개질만 하고 있는 설아는 가온에게 아버지가 남긴 의문을 초대장과 인형을 내민다.
설아가 가온에게 내밀었던 인형은 남사당패의 꼭두쇠에게만 전해지던 인형이다. 기괴하고 음침한 모습을 한 인형의 비밀을 둘러싼 미스터리! 작은 인형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나중에는 역사를 둘러싼 커다란 이야기로 변모한다. 진시황이 그렇게 애타게 구했다던 불로초의 비밀까지. 상상을 마구 마구 자극하는 작가의 농간(?)에 당하고 말았다.
세련된 문체는 아니다. 어딘가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 뜬금없는 로맨스도 살짝 불만이고. 하지만 그 모든 걸 상쇄할 정도의 강력한 힘은 있다. 독자를 쥐락펴락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궁극의 아이’에서도 느꼈지만 속도감과 몰입감은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이번에도 역시 평일 늦은 밤에 읽지 말았어야 했는데 결국엔 새벽을 꼬박 지새웠다. 기쁘다. 이런 책을 마주할 때의 기분은 뭐라 설명을 못하겠다. 이 좋은 기분을 다른 사람도 누렸으면 좋으련만. 그저 푹 빠져 즐기기만 하면 되니 한 번들 읽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