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 1
문은숙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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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곱 살의 나이의 사유는 돈 몇 푼에 한조에게 팔려 왔다. 비정하게 딸을 버린 아버지를 붙잡고 싶었지만 한조의 개들이 팔을 물어뜯는 바람에 아버지를 잡지도 못했다. 한조의 소유물로 참혹한 폭력을 견디며 모멸 찬 12년의 시간이 흘렀다. 가슴 속 깊이 숨겨둔 증오는 시간을 더할수록 점점 깊어져만 간다. 그런 사유에게 동화 속 왕자님처럼 멋지게 등장한 동화라는 이름의 아이. 지옥과도 같던 사유의 삶에 동화는 작은 위로가 되어 준다.

 

한조는 자신의 방식대로 사유를 다뤘다. 철저하게 자신의 소유물로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사유가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이면 거침없이 괴롭혔다. 소유욕이라고 하기엔 너무 지나친 한조의 방식은 사유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고 비틀린 소유욕의 댓가로 사유는 복수를 꿈꾸었다.

 

한조가 사유에게 보여주는 모습을 과연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1권과 2권의 차이가 조금 있지만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이해하기에도, 납득하기에도 어려운 한조가 사유를 사랑하는 방법. 하지만 결국에는 세상에 이런 지독한 사랑도 있다고 설득 당하고 만다. 잔뜩 비틀려 있는 한조가 많이 서툴렀던 것뿐이라고, 그렇게 말이다.

 

처음에는 이런 개객끼를 연발하다가 사유의 반전으로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푹 빠져들었다. 행간과 행간 사이에 숨어있는 한조의 애달픈 사랑 찾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고. 동전은 서로 다른 면이 만나 완성된다. 사이좋게 다른 면으로 만났으면 좋았을 한조와 사유. 절름발이와 같은 이들은 비슷하다 못해 정말 똑같아서 서로를 그렇게 힘들게 했나 보다. 끝나고 보니 이런 한조와 사유라서 가능했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p.218

"별이 없는 밤은 아무 의미가 없어.“

사유는 내 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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