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벗다
이파람 지음 / 스칼렛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연탄이 뿜어대는 가스에 너덜너덜한 얇은 옷만 걸친 채 한 겨울 집밖으로 내몰렸다. 크리스마스였던 그 날, 산타에게 빌었다. 빨리 죽게 해 달라고... 저주같던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가은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았다. 치료할 돈이 없어 엄마는 폐암으로 돌아가셨고, 알콜중독자 아빠,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치는 오빠. 가은에게 가족은 버릴 수만 있다면 버리고 싶은 존재였다.

 

그녀가 알바를 하고 있던 커피숍에서의 만남은 강렬했다. 동생 현준과 헤어짐의 댓가로 당당하게 돈을 요구하던 당돌한 그녀. 동생의 여자친구를 어느새 마음에 담아버렸다. 이성으로 통제하기 힘든 미묘했던 감정이 크기를 불려가며 온통 그녀 생각뿐이다. 빈틈없이 완벽한 그의 삶에 격한 파동을 일으키는 가은을 가질 수만 있다면 이 남자, 현우는 무엇이든 할 계획이다.

 

끝을 정해놓고 하는 사랑은 없다. 현실적인 상황에서 느껴지는 현우와의 차이로 가은은 이 남자와 연애는 하되 미리 이별의 준비를 한다. 현우와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작은 여지조차 두지 않는다. 가은과의 사랑을 목말라하는 현우는 항상 한 발짝 물러나 있는 가은이 안타깝지만 애써 자신의 품에 가둬두려 하지 않는다. 현우가 보여주는 애달픈 사랑이 가은에게 얼마나 따뜻한 온기가 되는지 그도, 그녀도 짐작하기 힘들다.

 

찢어지게 가난한 나이 어린 여자 주인공과 재벌 3세 후계자 남자 주인공이 나온다는 것만 봐도 전체적인 줄거리가 쉽게 예상될 정도로 뻔하고 뻔한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렇게 뻔한 이야기에 새벽까지 날 새는 줄 모르고 읽었다.

 

신데렐라 스토리, 신파 같은 이야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진부한 설정임에도 빠져든 건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현우와 당차고 똑똑한 가은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꾸었을, 꿈같은 이야기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가 재밌듯이 뻔하디 뻔한 이야기가 재밌는 것도 분명 이유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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