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메이드 퀸 세트 - 전3권 블랙 라벨 클럽 10
어도담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변두리 지방의 망한 귀족의 집안에서 식구들을 건사하며 지내던 아비게일. 별궁에 유폐된 5황녀 비올레타의 시녀로 궁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갑자기 찾아든 자객들에 의해 비올레타가 살해되고 아비게일의 목숨도 사라질 찰나 어느 귀공자의 도움으로 살아남는다. 비올레타와 비슷한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아비게일의 목숨을 쥔 귀공자는 죽은 비올레타 대신 아비게일을 황녀로 만들기로 한다.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처럼 따르던 미하일이 황제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황후인 파사칼리아와 손잡고 복수를 준비하던 라키엘. 그의 눈에 띈 아비게일은 자신의 처절한 복수극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적임자였다. 아비게일을 에델가르드로 데려오면서 시작되는 황녀 만들기 작전은 빠르게 진척되어 가는데 갑작스런 황제의 부름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초반 유쾌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이야기를 더할수록 묵직해진다. 판타지로맨스를 지향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다. 황제가 있고 황비들이 있고 황제의 자식들이 있고. 과거 조상들이 살았던 시대의 궁중암투를 가상의 나라 그란토니아로 옮겨온 거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복잡하게 꼬여있는 정치적인 상황이나 권력을 둘러싼 음모, 비극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사랑 등, 얽히고설킨 이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레디메이드 퀸이란 제목을 내 마음대로 정리를 하면 여왕(여제) 만들기쯤 되겠다. 시골에서 자라 세상물정 모르는 소녀가 우연한 기회로 황녀가 되고, 온갖 시련을 겪으며 결국에는 황녀가 여제가 되기까지의 길고 긴, 어쩌면 짧을 수도 있는 이야기. 블랙라벨클럽 시리즈에 대한 미더운 마음과 부담스러운 세 권의 분량 때문에 재미있다는 입소문에도 애써 외면했었다. 그 외면했던 시간이 미안해지게 만드는 레디메이드 퀸’.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읽었고, 재미있게 읽었고, 라키엘과 아비게일의 꽁냥꽁냥한 모습에 엄마 미소가 절로.

 

볼만하다라는 범주에 넣기에는 부담스런 분량과 복잡하게 느껴지는 정치 이야기라는 게 발목을 잡지만 한 번 잡으면 끝까지 훅 읽히는 레메퀸이다. 결말에 작은 불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 모든 걸 감수할 만큼 충분한 보상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무실에서도 몰래 꺼내 읽게 만들던 책이었으니 이 여운은 길고,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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