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라지다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1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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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읽어본 할렌 코벤 소설이었으며, 처음으로 읽어본 비채의 모중석 스릴러 클럽 시리즈였다. 한 사람의 이름을 걸고 선별한 스럴리물들이기에 그 자체로도 스스로 자부심을 내걸고 있을텐데, 독자로서 잔뜩 기대를 하며 읽어보니 그리 나쁘지 않았다. 사실 난 이런 소설을 좋아한다. 스릴러라면 이런 반전들은 기본으로 생각한다. 흡인력을 기본으로 해서, 독자의 허를 찌르는.. 그리고 허를 찔린 독자는 불쾌함이 아닌 되려 헛웃음이 나올 정도가 되면 이미 그 소설은 충분히 스릴러로서의 가치를 지녔다고 보여진다. 

어린 나이에 오랫동안 사귄 윌의 여자친구 줄리가 그 누구도 아닌 형의 손에 살해된다. 그 후 윌의 가족의 삶은 물론 그의 삶 마저 마치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듯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암울함의 연속이 되어버린다. 암에 걸린 어머니가 죽기 바로 직전 유언으로 형의 결백함을 실토한 후, 오랜세월 동안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은 도망자인 형을 찾기 위해 윌은 다시 그 사건을 되짚으며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창적인 캐릭터와 숨막히는 전개로 정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순간들이었다. 어쩌면 이 반전들이 너무 작위적이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정도였지만, 충분히 이 여름에 읽을만했던 스릴러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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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산책 - 작가가 포착한 환상적인 도쿄
마치다 코우 지음, 정하연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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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부터가 완전히 틀려먹었다. 저자가 그토록이나 산책이 아닌 여행, 표연한 여행을 강조했음에도 우습게 한국판 제목에 '산책'이라고 떡하니 붙여놓다니. 이것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책이 서점의 소설 코너에 있기에도 참 찝찝한 것이 소설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여행기 같기도 하며 또 에세이라고 할 수 도 있는 한마디로 그저 잡담을 끄적여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버지니아 울프도 울고 갈 의식의 흐름에 따른 끄적임이었다. 

도쿄에 살면서 여행은 하고픈데 본격 여행은 어딘가 싫고 사정도 잘 따라주지 않은 저자는 산책 같기도 하지만 산책이라고 하기엔 여행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법한 '표연한 여행'을 떠난다. 아무 목적 없이 그저 눈길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발길을 돌리며 진정한 표연이란 무엇인지 고찰하며 떠나는 그의 여행을 눈으로 쫓아가며 느낀 것은 나 또한 일상에서 탈출하고픈 욕구는 종종 느끼지만 여행다운 여행은 할 자신이 없을 때 자주 느꼈던 저자와의 공감이었다. 그래서 2년 전의 나는 표연한 여행에 대한 강박관념 보다는 그저 여기저기 홀로 서울 시내를 쏘다니기 일쑤였고, 혼자 다니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외로움을 철저히 느끼게 했는지 지금도 그 기분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면 나도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이 '이것도 책이냐'라는 책 같지도 않은 책에 대한 감상이었다면 나도 충분히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쓸 수 있다. 오히려 이 따위 일본 사람이 아니면 각주 투성이에 읽기 힘든 이런 책보다도 훨씬 한국인들의 공감을 살 만한 책을 잘 쓸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과연 이 책이 화려한 겉표지의 값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말 의문이다. 이런 책을 출간했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번역해서 예쁘게 포장하여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인 것은. 정말 미스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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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는 곳 사는 곳
다이라 아즈코 지음, 김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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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이 책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먹고 자는 곳 사는 곳'보다 '먹고 자고 사는 곳'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도대체 무엇에 관한 책일까라는 호기심도 있었다. 

책을 한 장씩 넘기며 점점 빠져드는 이 흡인력이란,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건축'을 소재로 한 독특한 매력과 함께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집'에 대한 내 사고방식을 뒤흔들어 놓았다. 단순히 안식처로서의 집의 개념에서 더 나아가 집을 짓는 마음이 다른 사람의 일생의 행복과 안락함을 결정 지을 수 있는 위대하고도 큰 의무가 따를 수 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건설 과정에서의 발주와 과정 그리고 건설회사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에 대한 지식도 알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먹고 자는 곳 사는 곳'이란 필시 건축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제목일 것이다. 새로운 분야에 흥미를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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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가격 - 예술품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지적 미스터리 소설
가도이 요시노부 지음, 현정수 옮김 / 창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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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해에서도 일본소설을 출간하는 놀라움과 호기심 그리고 예술품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지적 미스터리 소설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라는 궁금증으로 책을 들었다. 옴니버스 형식의 각각의 단편이 만들어내는 예술 미스터리라는 색다른 장르가 지금까지 자극적이고 피냄새나는 추리소설만 보아오던 내게 신선하게 느껴진 것은 물론이다. 

대학에서 미술 전공을 가르치는 강사 사사키와 미각으로 작품의 진품 여부를 알 수 있을 정도의 천재적인 가미나가라는 두 캐릭터의 독창성과 미스터리의 해결의 반전이 작품의 맛을 더했다. 그러나 미술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다면 더욱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을 아쉬움도 느껴졌다. 또한 일본 역사에 큰 비중이 있는 단편은 한국인으로서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추리소설이었다. 오랜만에 살인이 소재가 아닌 소설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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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ㅣ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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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의 일본소설들의 공통점은 언제나 시사성을 내포한다는 점이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이 사형을 소재로 했다면, 이 책은 '소년범죄'의 모순을 다루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딸과 남편과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던 여인이 낯선 소년들에 의해서 살해당하게 된다. 그러나 이 범죄를 저지른 흉악한 소년들은 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저 보호처분으로 처벌이 끝나게 된다. 아내의 죽음이라는 끔찍함에도 소년들의 인권이 더욱 중요시되는 현실에 분노를 느끼던 남편은 이 사건의 배후에 대해 추적하게 된다. 

나이가 적고 사리판단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살인이라는 가장 심각하고 큰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지 않는 소년범죄의 부조리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오래전에 시사 프로그램에서 갑작스러운 살인 충동으로 친동생을 죽인 소년에게도 이와 비슷한 처벌이 내려졌음을 본 적이 있었고, 학교폭력으로 급우를 죽음까지 이르게 한 소년들에게 또한 경미한 처벌만 주는 것은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소년범죄에 대한 처벌 시스템을 실시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소년'이라는 점에 앞서 '피해자의 인권'은 왜 보호받지 못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피해에 과연 미래가 창창한 소년들의 갱생이 더 중요한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굉장히 민감한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소년범죄'를 이 책에서의 스토리를 제외한 현실에서는 과연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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