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산책 - 작가가 포착한 환상적인 도쿄
마치다 코우 지음, 정하연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제목부터가 완전히 틀려먹었다. 저자가 그토록이나 산책이 아닌 여행, 표연한 여행을 강조했음에도 우습게 한국판 제목에 '산책'이라고 떡하니 붙여놓다니. 이것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책이 서점의 소설 코너에 있기에도 참 찝찝한 것이 소설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여행기 같기도 하며 또 에세이라고 할 수 도 있는 한마디로 그저 잡담을 끄적여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버지니아 울프도 울고 갈 의식의 흐름에 따른 끄적임이었다. 

도쿄에 살면서 여행은 하고픈데 본격 여행은 어딘가 싫고 사정도 잘 따라주지 않은 저자는 산책 같기도 하지만 산책이라고 하기엔 여행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법한 '표연한 여행'을 떠난다. 아무 목적 없이 그저 눈길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발길을 돌리며 진정한 표연이란 무엇인지 고찰하며 떠나는 그의 여행을 눈으로 쫓아가며 느낀 것은 나 또한 일상에서 탈출하고픈 욕구는 종종 느끼지만 여행다운 여행은 할 자신이 없을 때 자주 느꼈던 저자와의 공감이었다. 그래서 2년 전의 나는 표연한 여행에 대한 강박관념 보다는 그저 여기저기 홀로 서울 시내를 쏘다니기 일쑤였고, 혼자 다니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외로움을 철저히 느끼게 했는지 지금도 그 기분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면 나도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이 '이것도 책이냐'라는 책 같지도 않은 책에 대한 감상이었다면 나도 충분히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쓸 수 있다. 오히려 이 따위 일본 사람이 아니면 각주 투성이에 읽기 힘든 이런 책보다도 훨씬 한국인들의 공감을 살 만한 책을 잘 쓸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과연 이 책이 화려한 겉표지의 값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말 의문이다. 이런 책을 출간했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번역해서 예쁘게 포장하여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인 것은. 정말 미스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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