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뒤집어본 영문법
오성호 지음 / 김영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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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내가 한국의 여느 영어책에 대해 생각하듯 그저 하나의 젠체하면서 알맹이는 없는 책일거라고 짐작했었다. 영어를 아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중급 이상인 수준에 어학연수까지 다녀오니 한국에 나와 있는 모든 영어책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영어책을 읽고 영어권 나라에 갔지만 정작 내가 한국에서 배워 온 영어가 실생활에는 쓰지 않음을 알고 얼마나 통탄했던가. 진짜 영어를 알게 되니 오랜 세월 동안 영어를 '공부'해 왔던 나 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인들은 좌절감에 빠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머리말에서 저자가 언급한 영어는 '공부'하기 위한 영어가 아닌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영어라고 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내용은 다를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무척이나 알찬 내용과 이해하기 쉬운 설명, 그리고 교과서적인 쓰레기 영어가 아닌 '진짜' 영어를 가르쳐주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Grammar in Use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에 나오는 개략적인 문법 및 평소에 내가 헷갈려 했던 부분까지 빠짐 없이 착실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정말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 정도의 훌륭한 영어책이었다.

저자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영어를 대하라고 했다. 그러나 내가 한국으로 돌아온 후, 다시금 머리로 하는 영어로 방향이 바뀌는 이유는 무엇이든 결과로 보여져야 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다시 책으로 영어를 공부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영문법의 특성상 이 책이 오롯이 가슴으로 영어를 대하는 법보다는 오히려 머리로 이해하는 영어 위주의 학습법을 알려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저자도 그 점은 시인하고 있지만, 어떤 언어이든 문법이 기틀이 되어 있어야 함을 알아야 할 때 이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줄곧 외워왔던 공식들을 저자는 입으로 말하면서 '각개격파'를 하라고 알려주었다. 영어라는 학문은 수학 공식처럼 대입했을 때 짠하고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영문법 학습법은 제대로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이 책을 완독한 후 영문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총정리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정말 감사한 마음까지 느껴졌다. Grammar in Use 다음으로 칭송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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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비밀
톰 녹스 지음, 서대경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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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허구로 이루어진 픽션보다는 사실에 기반을 둔 팩션이 더욱 매력적이다. 이 책은 그 매력에 흥미진진한 소재로서의 매력이 더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는 말이다. 성경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하다고 해도 좋은 독자인 내게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만큼 꽤 재미있는 책이었다. 제목을 보고 흔히 예상되는 것과 달리 성경과 관련된 비중이 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해도 좋을까.  

런던과 터키라는 공간이 교차하고 각기 다른 인물을 교차하는 구성으로 해외 특파원인 주인공은 '사원' 괴베클리 테페의 비밀에 대해서 알게 된다. 오랫동안 묻혀져 있던 사원의 발굴과 이 비밀을 쫓는 주인공과 이를 저지하려는 집단 간의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플롯은 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 이 책이 다른 스릴러물과 비슷함에도 차별을 둘 수 있는 가장 큰 핵심은 바로 소재의 독특함에 있다. 또한 '인신 공희'에 대한 숨막히고 끔찍한 묘사에 이르러 기자로서의 저자의 역량이 충분히 드러났다고 본다.  

책을 덮고 어디서 어디까지나 팩트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사실이 아닌 허구이기를 바랄 수 밖에 없었다. 인간 본성의 비밀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과연 폭력성과 자인함을 지닌 유전자가 실제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고, 아브라함이 그를 입증하는 인물로 그려졌다면 이건 순전히 허구로서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인류의 농업혁명 또한 단순히 발전한 형태로의 노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인간 스스로를 힘겨운 노동의 굴레에 가두는 도태된 형식이라는 점에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주 흥미진진한 팩션이었다. 극적인 우연으로서의 상투성이 아쉽지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팩션이 좋다. 이 책이 그런 책들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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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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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미국적인 소설이라고나 할까.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인물을 축으로 미국 소도시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묶은 단편집이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들의 어머니로서의 그녀는 흔히 독자들이 예상해볼만한 성격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 흥미롭다. 거대한 체구의 그녀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는 저도 모르게 상처를 주고, 남편에게 더없이 무뚝뚝한 그녀는 책장을 넘길수록 더욱 알고 싶고 재미있는 인물로 다가온다.  

재작년 영국에 머물고 있을 때 올리브 키터리지와 무척이나 닮은 패트리샤라는 이름의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적이 있었다. 패트리샤 역시 거구에 남편을 잃고 혼자 살아가는 여인이었다. 따뜻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녀 내면의 본성이 마치 그걸 방해라도 하듯 가끔씩은 냉정하고 퉁명스럽고 다가가기 힘들었기에 책을 처음 읽으면서 덮을 때까지 내 머릿속의 올리브 키트리지는 패트리샤였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이 소설을 더욱 재미있게 읽은 이유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퓰리처상 수상작으로서의 명예가 아니더라도 이런 사람 냄새 나는 소설이 좋다. 포장 되어 있지 않기에 더럽고 끔찍한 현실과 흡사하기에 이런 소설들이 나를 더 위로해주는 느낌이랄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서로 부대끼며 악착같이 살아가야 하며 그 재미없음 속에서도 소소한 재미와 낭만을 느끼는 게 인생이라고 스스로 정의내리고 산다면 비단 나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님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위안 받을 수도 있다. 20대로서의 내게 올리브 키터리지가 말한 결혼 따위의 인생 중대사를 아직은 겪어보지 못했기에 극도의 공감은 아니지만 공감이기 전에 노년의 삶을 미리 내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예상했듯 늙는 다는 것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님을 알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혼자 살아가는 삶이 어쩌면 악몽같을 수도 있음을 알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에의 목마름은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사그라들지 않기에 어쩌면 인생은 참 어렵고, 비참하고, 외로울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모든 것을 구멍 숭숭 뚫린 치즈와 같다고 비유했고 빨리 세상을 뜨길 바란다는 말을 매일 같이 해도 정작 그렇지 않다고 했을 때의 희망을 보았다. 아, 정말 삶이란 이리도 현기증 나는 무엇인 것 같다.  

모든 이들은 저마다의 인생이 있고, 고민과 걱정이 있는데 이 모든 것을 소설이라는 허구적인 스토리에서까지 들여다보게 되니 참담했다. 그러나 올리브 키터리지가 그랬듯 원래 인생이란 구멍 숭숭 뚫린 스위스 치즈같다지 않은가. 이처럼 멋있는 표현이 어디있을까. 그리고 이처럼 참담하고 어렵기에 멋있는 인생이 어디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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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진리 - 말레이시아 원주민 세노이족과 함께 한 10년
로버트 울프 지음, 김정한 옮김 / 홍익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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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세노이족에 관한 체험 보고서라고나 할까. 문화인류학자가 아닌 심리학자로서 저자가 오랜 기간 그들과 함께 머물면서 집필한 책인데, 서구인의 눈을 통해 들여다보지 않은 모습이 더없이 아름답다. 미개하다는 것은 문화적 가치를 무시한 채, 철저히 왜곡된 시선으로 보는 것을 의미하고 문화인류학에서 이를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현지체험을 하게 되면 서구인의 오랜 사고방식이 알게 모르게 이런 벽을 만든다. 비단 서구와 동양의 개념이 아니더라도 모든 분야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세노이족은 온화한 미소로 낯선 사람을 대하고 수줍음이 없으며 물질문명을 조금씩 흡수하지만 그들만의 문화를 간직하며 물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나와있다. 그러나 저자가 당시 그들과 함께 생활했을 때가 꽤 오래 전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세노이족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미지수이다. 지구상의 많은 부족들은 그들의 전통과 현대사회의 문명을 혼합한 채로 살아가고 있고 이를 '오염'이라고 칭한다면 오염되지 않은 부족이 드물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선택해야 할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할 폭이 좁은 세노이족이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점을 알게 되었을 때, 과연 내가 느끼는 불행은 선택의 무게에 짓눌려 있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밖에 없었다. 또 부유하지 않지만 가난하지 않고 소유의 개념이 없는 그들의 삶이 황금만능주의에 찌들린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정말 행복과 부는 비례하는 것일까.  

책이 점점 뒤로 갈수록 이해하기 모호한 '영적체험'위주로 무게가 실려서 혼란스러웠다. 저자가 체험한 현상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 또한 오래된 진리의 하나라면 세노이족은 정말 신비의 부족이 아닐까. 나는 가끔 진리가 무엇인지를 잊고 산다. 환경적인 요인에 휘말려 신념을 잃는 그릇되고 나약한 나 자신을 굳건히 지켜줄 진리는 바로 책에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한 사람의 오랜 체험 속에서 찾게 된 진리를 엮은 이런 책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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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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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서울의 강남이 부흥하기까지의 변천사를 담았다. 그리고 그 중간엔 삼풍백화점이 있다. 무너지는 강남의 백화점, 그리고 소설의 끝은 어쩐지 현실에 반기를 든 느낌이다. 일제시대부터 박정희 정권에 이르러 강남 개발이 이루어지던 시기에 부호들의 투자는 투기에 기반을 두었고, 서민은 그때에도 강남 특권을 누릴만큼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은 결국 재력과 권력이 돈 놓고 땅먹기를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강남에 살고 있지만 강남의 개발과 부흥에 관한 역사는 접해본 적이 없었다. 이에 관련한 문학은 커녕 영화나 드라마 마저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재미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황석영의 필체는 독자로서 다시 접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다소 마초적인 필력 때문이라고나 할까. 

삼풍백화점의 붕괴를 축으로 각기 다른 인물들의 연결 형식과 거슬러 올라가는 서사가 흥미로웠다. 과거형보다는 붕괴 후의 서사가 더욱 흥미로웠을 것 같아서 조금 실망스럽기도 하고, 일제시대 부분에서는 지나치리만큼 많은 분량으로 호흡이 길다고 느껴진 아쉬움도 있다.  

강남의 개발 이후 발전사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좁은 땅덩어리에 이만큼의 부흥은 또 다시 생길 것 같지가 않다. 지금의 땅 투기는 허허벌판에 미래를 보는 통찰력 하나로 투자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고 더욱 발전이 이루어지기엔 이 나라가 그만큼 넓어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강남몽은 이제 한 때의 꿈 같던 시대의 한 켠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게 된 황금시대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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