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진리 - 말레이시아 원주민 세노이족과 함께 한 10년
로버트 울프 지음, 김정한 옮김 / 홍익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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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말레이시아의 세노이족에 관한 체험 보고서라고나 할까. 문화인류학자가 아닌 심리학자로서 저자가 오랜 기간 그들과 함께 머물면서 집필한 책인데, 서구인의 눈을 통해 들여다보지 않은 모습이 더없이 아름답다. 미개하다는 것은 문화적 가치를 무시한 채, 철저히 왜곡된 시선으로 보는 것을 의미하고 문화인류학에서 이를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현지체험을 하게 되면 서구인의 오랜 사고방식이 알게 모르게 이런 벽을 만든다. 비단 서구와 동양의 개념이 아니더라도 모든 분야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세노이족은 온화한 미소로 낯선 사람을 대하고 수줍음이 없으며 물질문명을 조금씩 흡수하지만 그들만의 문화를 간직하며 물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나와있다. 그러나 저자가 당시 그들과 함께 생활했을 때가 꽤 오래 전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세노이족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미지수이다. 지구상의 많은 부족들은 그들의 전통과 현대사회의 문명을 혼합한 채로 살아가고 있고 이를 '오염'이라고 칭한다면 오염되지 않은 부족이 드물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선택해야 할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할 폭이 좁은 세노이족이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점을 알게 되었을 때, 과연 내가 느끼는 불행은 선택의 무게에 짓눌려 있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밖에 없었다. 또 부유하지 않지만 가난하지 않고 소유의 개념이 없는 그들의 삶이 황금만능주의에 찌들린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정말 행복과 부는 비례하는 것일까.  

책이 점점 뒤로 갈수록 이해하기 모호한 '영적체험'위주로 무게가 실려서 혼란스러웠다. 저자가 체험한 현상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 또한 오래된 진리의 하나라면 세노이족은 정말 신비의 부족이 아닐까. 나는 가끔 진리가 무엇인지를 잊고 산다. 환경적인 요인에 휘말려 신념을 잃는 그릇되고 나약한 나 자신을 굳건히 지켜줄 진리는 바로 책에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한 사람의 오랜 체험 속에서 찾게 된 진리를 엮은 이런 책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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