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동물원 - 동물들과 함께 한 유쾌한 여름방학 이야기 아무도 못 말리는 책읽기 시리즈 2
이사벨 코르도바 지음, 유혜경 옮김, 전민영 그림 / 책빛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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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외국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오니 강아지가 있었다. 그 전까지 한 번도 애완동물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고 비위생적으로만 여겼으니 집 안의 털 달린 동물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기분이 매우 이상했다. 그러나 이내 나는 우리집 강아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24시간 함께 붙어있곤 했다. 지금은 부모님이 애완동물 키우는 것을 싫어하셨던터라 다른 사람에게 준다고 해놓고 몰래 내가 자취하고 있는 곳에서 키우고 있다. 그래서 가끔 부모님이 우리집에 오실 때나 내가 집으로 내려가야 할 때 강아지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는데 이게 참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함께 있을 때는 좋은데 꼭 이런 상황이 닥치고 보면 은근한 스트레스이다. 동물병원에 맡긴다고 해도 거의 방치수준이고 만오천원이나 되는 거금을 줘야 해서 지금까지 딱 한 번 맡겨보고 그 후에는 지인에게 맡기고 있다.  

이런 내게 책의 여름 동물원은 정말 이상적이다. 실비아는 시험에서 낙제해서 가족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하게 된다. 대신에 집에서 할머니와 남아 공부를 해야 하는 엄명이 내려진 것이다. 실비아가 불쌍했던 두 동생은 벼룩시장에 실비아가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동물을 맡아준다는 광고를 몰래 냈고 이윽고 몰려온 손님들의 동물을 모두 맡게 된다. 동물을 맡는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모두에게 기쁜 마음으로 돌려준다. 

내 주위에 실비아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른 사람이 키우던 동물을 아무런 금전적인 이득 없이 맡아준다는 게 쉬운일이 아님을 강아지를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수도 비교적 적고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매우 많기 때문에 동물을 위한 사소한 복지조차 잘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어딘가에 동물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차려 놓은 여름 동물원이 존재하지는 않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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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 - 스무 살 때는 알 수 없었던 여행의 의미
박정석 지음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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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렇게 감상적인 책을 읽는 기쁨이라니. 카페에 앉아서 커피와 함께 아주 맛있게(?) 읽었다. 2009년에 저자가 동유럽을 여행하고 쓴 책인데, 우연히도 나도 그 때 당시에는 유럽에 있었다. 영국에서 연수 중이었지만 유럽여행이라고는 영국을 벗어나서 프랑스에 가 본 게 전부였었는데, 늦게나마 이 책을 통해서 동유럽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니 그 때 가본지 못한 안타까움을 느낀 반면에 책으로나마 여행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강원도의 바닷가 마을에서 개와 닭들을 키우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저자는 어느 날 문득 더 이상 일상의 권태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우게 되고 그 여행의 장소로 핀란드를 최종 목표로 삼는다. 터키를 시작으로 하여서 폴란드, 루마니아 그리고 라투아니아, 라투비아 그리고 에스토니아를 거쳐서 핀란드를 최종으로 한 여정이다. 저자와의 동행이 내게 더욱 감칠맛 났던 이유는 내가 영국에 다녀 온 후 여행서를 거의 읽지 않았기에 오랜만에 느낀 여행서만의 여유로움을 느꼈기 때문이고 돈 보다는 시간이 좀 더 소중해지는 나이가 된 저자의 여행관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느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을 다녀온 후 변한 내 모습의 가장 주된 원인은 바로 현지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이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떠나기 전에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나와 공통된 문화와 관습을 가졌기에 크게 다름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나 외국에서 만났던 다양한 국적의 여러 친구들은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을만큼 내 인생관과 안목 그리고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후 나는 여행서에서 저자가 동행 길에 만난 여러 친구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저자와 함께 했던 스위스 친구인 줄리안이 이 책에 더욱 매료될 수 있게 한 이유가 되었다. 실제로 내가 본 스위스인들은 자국에 대한 애국심이 굉장했고 친절하지 못한 공통점이 있었는데 줄리안 또한 아이덴티티가 굉장히 강하고 평범하지 못한 여러 면모가 독자를 더욱 즐겁게 해 준 듯 하다. 

유럽에 있었을 때는 어찌나 한국과 한국 음식이 그립던지. 책을 읽으면서도 저자의 그리운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다시 떠나겠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는데 이제는 아주 조금씩 내가 속한 곳에서 벗어난 다른 나라를 다시 한 번 여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 때도 이십대였고 지금도 물론 이십대이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이제 다시 유럽 땅에 발을 딛게 된다면 그 때와는 다른 마음으로 여행해 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아마 저자처럼 좀 더 나이를 먹은 삼십대에는 모험과 같은 여행이 아니라 즐기면서 여유있게 여행하는 내 모습으로 변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동유럽만을 여행했다고 떡하니 내놓은 책을 처음 읽어보았다. 지금까지 무수히 뉴욕과 런던 등의 메트로폴리탄에 대한 여행서들을 읽어왔고 실제로 내가 그 곳으로 갔을 때에는 책에서 소개해준 곳들은 책에서 봤던 느낌과 너무나도 달라서 실망했던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읽은 이 책이 그런 여행서들의 편견을 깨 준 것은 차치하고 오랜만에 유럽을 책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반가움과 그리움이 내 마음 한 켠에 새록새록 피어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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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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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너무 딱딱한 책들만 읽다보니 가볍게 읽을만한 칙릿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아기자기한 표지와 제목으로 하여금 칙릿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책을 조금씩 읽던 중 칙릿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단번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해설에서 장정일도 이 부분을 언급했지만 이렇게 표지로 독자를 농락해도되나 싶을만큼 사실 불쾌한 감정이 먼저 일었다.  

책의 겉과는 달리 이 책은 엉뚱하게도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촛불시위를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 캐나다의 레인보우 마을에서 쌍둥이 오빠를 찾으러 한국에 온 지오가 여러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6월 한 달 동안의 촛불시위의 역사적인 순간을 경험하는 내용이다. 지오는 이 기간 동안 한국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인과 한국 정부에 대해서 색다른 방식으로 고찰해본다.  

2008년의 역사적인 순간에 나는 뭘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가 대학교 3학년이었으니 아마도 청춘의 정점에서 나는 촛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청춘을 만끽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열심히 시위 하겠지 싶었고 나는 학점 관리를 하며 소극적으로 블로그와 게시판에 쇠고기 파동에 대한 주장을 끄적였던 것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이 책을 읽고 그 순간 내가 왜 좀 더 적극적이지 못했는지 후회가 되었다. 만약 내가 그 때 적극적인 행동으로 참여했다면 이 책이 내게는 더욱 각별한 의미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정부가 국민에게 저지하기 위해 했던 만행은 누가 봐도 픽션이어야 말이 되는 듯 보인다. 이 사실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행해졌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도태되고 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전에는 대학 등록금 인하를 위한 촛불시위가 있었다. 나도 대학생이고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참여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옳을 것 같다. 이제는 등록금을 낼 필요가 없고 나의 또 다른 진로를 모색하고 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가 왔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난 내 생각이 옳다고 믿었다.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늦게나마 이 소설 한 권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잘못된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 점이다. 캔들플라워의 아름다움을 몸소 느낄 기회가 올 때 나는 이제 자리를 박차고 나갈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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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 경영 - 낭비를 이익으로 변화시키는
왕중추 지음, 허유영 옮김 / 라이온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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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자명하지 않은가? 디테일 경영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낭비를 줄이는 경영이고 이는 오래전부터 회자되던 경영방식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은 철저히 중국인 독자들을 상대로 쓰여졌다는 생각이 든다. 디테일 경영에 성공해서 지금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선 기업들은 한국에서도 제법 많기 때문이다. 중국이 경제 성장 시대를 지나서 지금은 경쟁이 과도해진 시대에 도래하게 되었고 바로 이 시점에서 수익 창출보다는 낭비를 줄임으로써 수익을 만들어내자는 메세지는 사실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대학을 졸업하는 내가 사회생활을 해 본 곳이라고는 언론사뿐인데 이 곳도 하나의 기업으로 따졌을 때 직원들의 낭비성은 놀라웠다. 애사심은 갖고 있지만 사무비품을 쓰는 데 있어서는 애사시과는 별 개의 문제라고 느껴졌었다. 그도 그럴것이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법인카드와 외국에 출장가서 취재하는 비용 등은 광고료가 바탕이 될 수 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좀 더 질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낌 없이 투자하는 것이 회사 방침이기 때문이다.  

사실 낭비를 줄여서 이익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회사 뿐만이 아니라 가정생활에서도 중요한 미덕으로 자리잡고 있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가정생활에서는 그 미덕을 철저히 지키지만 직장에서는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는 직장에서는 주인의식이 결핍되기 때문이고 이 주인의식의 결핍은 낭비를 자제한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회의주의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 내에서의 이익 분배를 최대한 투명하고 공평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점은 낭비를 줄인다고 해서 직원들의 기본적인 복지마저 기준 이하로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철저히 경영인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을 마치 부속품처럼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골고루 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런 점에서 다소 불쾌함이 느껴졌다. 

낭비를 이익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디테일 경영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하는 자세이다. 이는 바로 직원들로 하여금 주인의식을 갖게 할 것이며 자연스럽게 경영인이 원하는 디테일 경영이 자연스럽게 수행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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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
데이비드 헌트 지음,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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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포크 거리에는 몸을 사고 파는 남창과 그 중에서도 미성년자들만 찾는 남자들 그리고 마약거래 등으로 낯선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주인공인 나는 사진작가로서 오랫동안 이 거리에서 몸을 팔았던 팀과 친밀하게 지내던 중 어느 날 토막사체가 되어서 돌아 온 팀을 보게 된다. 이에 충격을 받고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발벗고 나서서 사건을 파헤치게 되고 이 사건은 십오년 전 이 거리를 끔찍한 분위기로 뒤덮었던 또 다른 사건의 모방범죄로 드러나게 된다. 

시종일관 어두컴컴하며 자극적인 소재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추리소설 캐릭터는 그 중요성이 점점 더 해가지만 이 책에서는 캐릭터보다는 내용에 더욱 매력이 느껴진다. 범접할 수 없는 소재와 탄탄한 구성이 흡인력을 만들어내고 길고 길었던 내용의 책도 덮고 난 후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진부하지 않기에 더욱 뇌리에 깊게 남는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살인사건의 장소는 사람들이 흔히 접하기 힘든 범죄와 일탈의 공간이고 책에 등장하는 인물 또한 레즈비언을 비롯하여 남창까지 다소 충격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독자는 이들이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나의 사건을 축으로 하여 보여지는 이들의 성격과 지나온 인생사를 들여다보게 해 줌으로써 독자는 오히려 그들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 점에서 나는 이 책을 높이 사고 싶다.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하였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그 이면의 모습을 드러내주어서 이 도시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짙어졌다. 이 책 속의 강한 캐릭터들과 샌프란시스코의 조화가 절묘했고 탄탄하고 상투적이지 않은 내용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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