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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사실 요즘 너무 딱딱한 책들만 읽다보니 가볍게 읽을만한 칙릿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아기자기한 표지와 제목으로 하여금 칙릿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책을 조금씩 읽던 중 칙릿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단번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해설에서 장정일도 이 부분을 언급했지만 이렇게 표지로 독자를 농락해도되나 싶을만큼 사실 불쾌한 감정이 먼저 일었다.
책의 겉과는 달리 이 책은 엉뚱하게도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촛불시위를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 캐나다의 레인보우 마을에서 쌍둥이 오빠를 찾으러 한국에 온 지오가 여러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6월 한 달 동안의 촛불시위의 역사적인 순간을 경험하는 내용이다. 지오는 이 기간 동안 한국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인과 한국 정부에 대해서 색다른 방식으로 고찰해본다.
2008년의 역사적인 순간에 나는 뭘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가 대학교 3학년이었으니 아마도 청춘의 정점에서 나는 촛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청춘을 만끽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열심히 시위 하겠지 싶었고 나는 학점 관리를 하며 소극적으로 블로그와 게시판에 쇠고기 파동에 대한 주장을 끄적였던 것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이 책을 읽고 그 순간 내가 왜 좀 더 적극적이지 못했는지 후회가 되었다. 만약 내가 그 때 적극적인 행동으로 참여했다면 이 책이 내게는 더욱 각별한 의미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정부가 국민에게 저지하기 위해 했던 만행은 누가 봐도 픽션이어야 말이 되는 듯 보인다. 이 사실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행해졌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도태되고 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전에는 대학 등록금 인하를 위한 촛불시위가 있었다. 나도 대학생이고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참여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옳을 것 같다. 이제는 등록금을 낼 필요가 없고 나의 또 다른 진로를 모색하고 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가 왔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난 내 생각이 옳다고 믿었다.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늦게나마 이 소설 한 권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잘못된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 점이다. 캔들플라워의 아름다움을 몸소 느낄 기회가 올 때 나는 이제 자리를 박차고 나갈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