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 - 스무 살 때는 알 수 없었던 여행의 의미
박정석 지음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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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렇게 감상적인 책을 읽는 기쁨이라니. 카페에 앉아서 커피와 함께 아주 맛있게(?) 읽었다. 2009년에 저자가 동유럽을 여행하고 쓴 책인데, 우연히도 나도 그 때 당시에는 유럽에 있었다. 영국에서 연수 중이었지만 유럽여행이라고는 영국을 벗어나서 프랑스에 가 본 게 전부였었는데, 늦게나마 이 책을 통해서 동유럽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니 그 때 가본지 못한 안타까움을 느낀 반면에 책으로나마 여행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강원도의 바닷가 마을에서 개와 닭들을 키우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저자는 어느 날 문득 더 이상 일상의 권태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우게 되고 그 여행의 장소로 핀란드를 최종 목표로 삼는다. 터키를 시작으로 하여서 폴란드, 루마니아 그리고 라투아니아, 라투비아 그리고 에스토니아를 거쳐서 핀란드를 최종으로 한 여정이다. 저자와의 동행이 내게 더욱 감칠맛 났던 이유는 내가 영국에 다녀 온 후 여행서를 거의 읽지 않았기에 오랜만에 느낀 여행서만의 여유로움을 느꼈기 때문이고 돈 보다는 시간이 좀 더 소중해지는 나이가 된 저자의 여행관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느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을 다녀온 후 변한 내 모습의 가장 주된 원인은 바로 현지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이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떠나기 전에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나와 공통된 문화와 관습을 가졌기에 크게 다름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나 외국에서 만났던 다양한 국적의 여러 친구들은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을만큼 내 인생관과 안목 그리고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후 나는 여행서에서 저자가 동행 길에 만난 여러 친구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저자와 함께 했던 스위스 친구인 줄리안이 이 책에 더욱 매료될 수 있게 한 이유가 되었다. 실제로 내가 본 스위스인들은 자국에 대한 애국심이 굉장했고 친절하지 못한 공통점이 있었는데 줄리안 또한 아이덴티티가 굉장히 강하고 평범하지 못한 여러 면모가 독자를 더욱 즐겁게 해 준 듯 하다. 

유럽에 있었을 때는 어찌나 한국과 한국 음식이 그립던지. 책을 읽으면서도 저자의 그리운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다시 떠나겠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는데 이제는 아주 조금씩 내가 속한 곳에서 벗어난 다른 나라를 다시 한 번 여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 때도 이십대였고 지금도 물론 이십대이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이제 다시 유럽 땅에 발을 딛게 된다면 그 때와는 다른 마음으로 여행해 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아마 저자처럼 좀 더 나이를 먹은 삼십대에는 모험과 같은 여행이 아니라 즐기면서 여유있게 여행하는 내 모습으로 변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동유럽만을 여행했다고 떡하니 내놓은 책을 처음 읽어보았다. 지금까지 무수히 뉴욕과 런던 등의 메트로폴리탄에 대한 여행서들을 읽어왔고 실제로 내가 그 곳으로 갔을 때에는 책에서 소개해준 곳들은 책에서 봤던 느낌과 너무나도 달라서 실망했던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읽은 이 책이 그런 여행서들의 편견을 깨 준 것은 차치하고 오랜만에 유럽을 책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반가움과 그리움이 내 마음 한 켠에 새록새록 피어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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