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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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를 타도하고자 하는 한 남자의 절규는 그저 처참히 묻혀버리고 말았다. 1984년을 조지 오웰이 이렇듯 처참한 미래의 모습으로 그렸다면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미소지을 수 있을까. 눈에 선연히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해도 그것이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현재 우리가 딛고 있는 이 공간에서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계급과 투쟁은 바로 1984의 또 다른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윈스턴은 당의 명령에 철저히 굴복하지만 그는 언제나 무산계급에 대한 동정과 연민 그리고 관심의 불씨가 늘 그의 가슴 속에서 불타고 있다. 또한 그의 잔인했던 과거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그에게는 더 이상 당에게 굴복하는 것 보다는 깨어 있는 인간으로서 무산계급의 인간성을 간직한 채 당의 명령에 불복종할 계획을 세우지만 결국 7년 동안의 당의 철저한 관심 끝에 고문으로써 그는 보이지 않는 이상인 빅브라더를 철저히 숭배하게 된다. 

이 소설이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미래소설이지만 철저히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의 모든 것이 상징적이며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바로 1984의 모습이 지금 버젓이 자행되고 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빅브라더를 숭배한 채 차등적으로 계급을 나누고 있고, 이성에 따른 판단보다도 대중의 힘과 포퓰리즘에 그저 끌려가고 있다.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용당하는 사람들의 자화상이 지금의 모습이기에 1984는 픽션이 아닌 논픽션만큼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우리가 꼭 이 책을 읽어봐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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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창문으로 영국을 보다 - 맨밥 같은 일상, 양념 같은 여행 처음 여는 미술관 2
김혜란 글.그림 / 인문산책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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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일 년 가량을 살다 왔지만 아직도 영국에 관한 책을 보면 흥미가 생긴다. 향수병을 심하게 앓았던 터라 갓 한국에 왔을 때는 영국의 '영'자도 듣기 싫었지만 이제는 그 기억도 추억과 그리움이 되어 버린 듯 하다.  

이 책은 여느 영국 소개서와는 다르다. 여행서라고도 할 수 없다. 저자가 아들과 딸을 데리고 영국으로 훌쩍 떠나서 무려 9년을 기러기 엄마로 살아온 이야기를 만화와 글로 엮은 책이다. 사실 만화의 질적인 면이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마추어적인 면이 돋보여서 깜찍했다. 저자가 영국에 머물며 느끼고 경험하는 소소한 일상들을 아주 짦게 보여주고 있는데 지나치게 짧다.

내가 반년을 머물던 곳은 아주 한적한 남부지방이었는데 저자가 머물던 곳도 런던이 아닌 한적한 시골마을이라서 만화와 사진으로 마을을 보니 더욱 그때가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사실 영국이라는 나라가 매력적인 이유는 런던을 제외한 여러 지방의 자연환경 보존이 놀라우리만치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원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가드닝gardening을 좋아하는 영국인들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황당스러울만큼 오타가 난무해서 책의 편집 상태가 엉망이다. 또 이 책은 여행을 가기 전이나 연수를 위한 책으로서는 적절하지 못하고 그저 저자가 기러기 엄마로 생활하면서 겪는 여러 일화들을 늘어놓은 것에 불과하니 장르를 에세이로 분류하는 게 적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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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좌파 -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 강남 좌파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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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관해서라면 할 말이 없다. 왜냐면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나도 뉴스에서 정치인들 얼굴을 볼 때면 그저 혀만 끌끌 찬다. 도대체 정치를 하겠다는건지 자기들 밥그릇만 채우겠다는다는건지 그 뻔뻔스러움에 어쩜 다 큰 어른들이 저럴 수 있나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젊은 세대 중엔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바로 얼마전에 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것이 바로 이 점을 반증하지 않았나싶다. 제발 이제는 추악함과 거짓말에 속고 싶지 않은 바람에 신선한 누군가를 애타게 바라고 있었기 때문인 듯 하다. 

언제부터인가 강남 좌파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싶다했더니 제목이 강남 좌파인 책 까지 나오게 되었다. 저자가 나름대로 강남좌파라고 칭해도 좋을 인물들을 선별해서 소개해주고 있는데 오세훈, 박근혜, 손학규, 문재인, 유시민, 노무현, 조국이다. 방대한 자료들의 활용 및 각 인물들의 행적을 가감없이 까발려주고 있는데 사실 정치에 관한 비평이 늘 그렇듯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으로 간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이런 책을 읽으면 저자의 생각에 동조하게 되어버리니 이 책을 덮고 조국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가진 반면 유시민은 그야말로 추악한 정치인의 대명사라고 해도 무색할 듯 보인다. 이 말은 즉 저자가 이 책의 인물들에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를 입증하는 셈이라고 하겠다.

내년에 있을 대선에는 분명 이 책에서 소개된 인물이 대거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학력에 재력을 갖추었으면서도 좌파스러운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게 요즘의 모든 세대들의 유권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트렌드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그들의 언행이 과연 일치하는가이다. 생각과 행동은 명백히 다르다. 좌파스러운 행동을 몸소 보여주는 게 진정한 강남 좌파이지 말만 떠들어대면 그저 강남좌파라는 가면을 쓴 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책에 소개된 몇몇 인물들에게는 그 껍데기가 너무나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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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씽커블 Unsinkable - 역경을 이겨내는 힘의 원천
소니아 리코티 지음, 윤경미 옮김 / 빅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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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좀 더 가치있게 살 수 있는 것이고 바른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것인가? 이에 대한 답이라고 나와 있는 무수한 책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그런데 너무 평범하다. 이미 수많은 책들에서 얻은 메세지의 중복에 불과하다. 그러니 자연스레 책에 집중이 안 되고 지겨울 수 밖에 없다. 참 좋은 말들이지만 무수히 들어왔던 말들을 또 듣는 것은 고역이다. 책 역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다독가인 내게 이 책은 특별할 것 없는 그렇고 그런 책에 불과했다. 

저자인 소니아 리코티가 미국에서는 실제로 얼마나 유명한지 모르겠고, 그녀가 쓴 책인 <쉽고 단순한 끌어당김의 법칙>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는 모르겠지만(이 책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1위에 오프라윈프리 쇼에서도 소개 되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당시 <시크릿>이 한창 인기를 끌었을 때 그와 비슷한 내용으로 어느 정도 독자층을 확보했다고 해도 이 책은 그에 비하면 실패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역경이라고 불릴만한 힘든 시기가 찾아온다. 아직 어린 나는 이렇다 할 역경을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또 왜 평소에 인간관계를 돈독히 해 두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후회할 것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현실에 안주하고 평온한 상태일 때는 사실 그 때를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 저자 또한 남편과 헤어지고 건강까지 악화되는 최악의 시기가 찾아왔을 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고 또 인생에 대해서 한층 성숙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또 더 나아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역경이 선물이라고 여겼기에 현재의 그녀로 다시 돌아왔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역경이 인간을 아무리 제압해도 인간만이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이유는 이렇듯 바로 신이 선물해준 언씽커블unsinkable, 가라앉히려고 해도 가라앉힐 수 없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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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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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과 '살인사건'이 제목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은 그 내용을 대충 짐작케한다. 수없이 많은 고전 추리소설들이 만들어 온 하나의 관습이기 때문이다. 저택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이 내부인을 범인으로 단정짓기까지 이들은 절대 집 밖을 나갈 수 없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살인사건은 또 다시 일어나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진다.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된 것이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진부함 때문에 읽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진부하지 않다. 이런 트릭은 처음이다. 많은 일본 추리소설을 읽어보았지만 이런 트릭은 여태껏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어딘가모르게 명쾌하지 않다. 독자로서 제대로 기만당했다는 불쾌함과 함께 어설프고 치사하게 트릭을 썼다는 생각에 높은 점수는 주고 싶지 않다. 허를 찌르는 트릭이기보다는 잔머리에 제대로 당했다는 생각이 앞선다. 

책의 저자인 쓰쓰이 아스타카는 일본 SF계의 거장이라고 한다. 이 말은 즉 본격 추리소설계에서는 명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몇몇 작품들은 그렇고 그런 내용으로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작품 역시 1990년에 출간되었을 당시에 굉장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으리라 본다. 지금에야 워낙 추리소설에서 기막히 트릭과 반전이 넘쳐나기에 왠만한 독자들은 이제 놀라지도 않지만 이 책은 그에 비해서는 꽤 신선하다.

혹자의 말대로 이 작품의 트릭은 아마 이 책에서만 유일하게 소개될 것이다. 이미 한 번 당한 독자들은 이 트릭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고 정신이 제대로 된 작가들이라면 그런 독자들에게 자신들의 작품에서 이 트릭을 또 소개해 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 트릭은 쓰쓰이 야스타카가 특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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