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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저택'과 '살인사건'이 제목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은 그 내용을 대충 짐작케한다. 수없이 많은 고전 추리소설들이 만들어 온 하나의 관습이기 때문이다. 저택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이 내부인을 범인으로 단정짓기까지 이들은 절대 집 밖을 나갈 수 없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살인사건은 또 다시 일어나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진다.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된 것이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진부함 때문에 읽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진부하지 않다. 이런 트릭은 처음이다. 많은 일본 추리소설을 읽어보았지만 이런 트릭은 여태껏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어딘가모르게 명쾌하지 않다. 독자로서 제대로 기만당했다는 불쾌함과 함께 어설프고 치사하게 트릭을 썼다는 생각에 높은 점수는 주고 싶지 않다. 허를 찌르는 트릭이기보다는 잔머리에 제대로 당했다는 생각이 앞선다.
책의 저자인 쓰쓰이 아스타카는 일본 SF계의 거장이라고 한다. 이 말은 즉 본격 추리소설계에서는 명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몇몇 작품들은 그렇고 그런 내용으로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작품 역시 1990년에 출간되었을 당시에 굉장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으리라 본다. 지금에야 워낙 추리소설에서 기막히 트릭과 반전이 넘쳐나기에 왠만한 독자들은 이제 놀라지도 않지만 이 책은 그에 비해서는 꽤 신선하다.
혹자의 말대로 이 작품의 트릭은 아마 이 책에서만 유일하게 소개될 것이다. 이미 한 번 당한 독자들은 이 트릭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고 정신이 제대로 된 작가들이라면 그런 독자들에게 자신들의 작품에서 이 트릭을 또 소개해 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 트릭은 쓰쓰이 야스타카가 특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