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읍기행
이윤정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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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지금까지 도시 생활만 해 온 내가 가끔 시골에 여행을 갈 때면 몸과 마음이 모두 정화된 기분이다. 자연의 치유능력이 그만큼 위대하다는 것을 늘 느끼며, 스트레스만 쌓이는 지금의 환경에서 벗어나서 시골에서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많다. 그렇지만 그렇게 살기에는 너무 젊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다가, 시골에서 살면 처음에는 좋을지 몰라도 여러가지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단점을 감내할 자신이 없다는 생각도 한다.

 

이 책은 제목처럼 우리나라 곳곳의 작은 마을에 대한 소개를 담고 있다. 크지 않은 나라이지만, 오랜 역사를 통해서 각 지방의 특색이 살아 있다. 요즘에는 이촌향도 현상으로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일을 하러 떠나는 현상을 방지하고 살기 좋고 아름다운 농촌을 만들기 위한 지자체의 특별한 노력도 더해졌다. 그 중 하나가 마을의 담벼락 등에 벽화를 그리는 것인데 책을 통해서 이런 마을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너도나도 벽화를 통해서 마을의 특색을 살리고자 하는 것이 이제는 너무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서 더 이상 개성으로 여겨지지 않게 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염려도 든다.

 

서울의 몇몇 마을에 대한 소개도 곁들여졌는데, 그 중 '서촌'에 대한 소개가 인상적이었다. 같은 서울에 살아도 북촌만 가봤을 뿐 서촌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서울이기에 시간이 멈춘 마을이 서울의 한 복판에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나이가 들고 삶에 조금씩 지친다는 것은 추억을 되찾게 되고 멈춘 시간에 위안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시절에 자취를 하며 작은 마을에 살았었던 경험이 있다.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었던 때였다. 요즘도 가끔 그때가 그리운 것은 단순히 내가 대학생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정감 있고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었던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때의 행복했던 경험을 다시 느껴보기 위해서 이제는 발로 소읍기행을 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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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부하는가 - 인생에서 가장 뜨겁게 물어야 할 질문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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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마음에 든다. 왜 공부하는지에 대한 답은 하나만 있을 수 없으며 이는 매우 심도 있는 답부터 가벼운 답까지 다양한 답이 있을 듯 하다. 철학적일 수도 있고 내 전공인 사회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중 내가 생각하는 답을 말하자면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동물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생각하는 능력'에 있는 것이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이 무료하게 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공부하기'인 것 같다. 공부라는 말이 그저 따분하고 싫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학창시절에는 공부를 잘 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공부라는 것은 학생들이 교과과정을 통해서 배우는 학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을 통해서도 할 수 있으며 책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는 그 모든 것이 나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 김진애는 책의 구성을 총 여섯 파트로 나누었다. 공부비상구론, 공부생태계론, 공부실천론, 놀이공부론, 훈련공부론, 공부진화론으로서 공부가 저자의 인생에 어떤 단계를 거쳐왔는지, 또한 어떻게 공부해야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 역시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학교 공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다방면의 배움을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MIT에서의 유학시절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진정한 공부생태계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토론이 주축이 되는 공부, 진정한 석학을 가까이에서 접하며 '감동'적인 강연을 접할 수 있다는 것 등 그저 막연히 생각해 온 상아탑의 환상이 MIT에서는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공부하고자 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 제도가 잘 되어 있으며 담장 없는 학교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여러 강연이 언제나 개방되어 있는 문화는 미국이 선진국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말해주는 듯 했다.

 

이런 책들이 보통 그렇지만 자기자랑이 빠질 수 없다. 나는 김진애라는 사람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자기자랑으로 인해 그녀가 매우 대단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서울대 공대에서 유일한 여학생이었으며 국회의원으로서는 국가 발전을 위한 여러 건축에 관한 공적을 매우 잘 수행했다고 한다. 기실 이런 부분이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 이는 자서전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김진애가 책에서 알려준 공부방법이 이론적으로 매우 훌륭하고 효과적이며 성공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없으나 실천은 그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현재의 내가 끊임없이 배우려고 노력하는 이 자세가 나 스스로를 '자라게'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앞으로 더욱 더 크게 자라기 위해서 공부에 대한 나의 신념을 굳건히 해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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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크리에이터에게 묻다 - 좀 재미있게 살 수 없을까?
고성연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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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영국 땅을 처음 밟고 1년 가량 머물렀던 경험이 내게 준 영향력은 적지 않다. 예술에는 문외한이었지만, 예술이 얼마나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며 질적 성장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런던생활을 통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예술을 배우러 영국에 갔던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미술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으며 도시 곳곳에서 창의적이고 톡톡 튀는 조형물들은 그저 런더너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영국의 디자인을 '핫'하게 만들어 준 디자이너들을 직접 만나서 총 열여섯개의 인터뷰가 담겨 있는 이 책을 읽고, 런던의 디자인 저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폴 스미스부터 재스퍼 모리슨까지 우리나라의 유수 기업들도 디자인 컨설팅을 의뢰하는 이들의 사상과 신념은 그저 책으로 만났음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또한 상상력을 직접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나 또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것인데 런던 사우스켄싱턴에 위치한 왕립예술학교이다. 책을 읽으며 수없이 거론되는 이 학교 이름으로 인해, 이 책이 마치 그 학교를 졸업한 동문들의 업적을 다룬 목적으로 발간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만큼 실력있는 크리에이티브 리더들을 발굴한 명문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하지만 말이다. 

 

스마트시대에 스마트하게 살아가는 것은 곧 예술과 기술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능력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본다. 예술을 배제한 기술은 아무리 발달되어도 인간성을 잃는 것이며 아름다움을 잃은 건조함만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의 앞날은 무궁무진하다. 유럽이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런던과 같은 크리에이티브한 명소가 많으며 아주 오랜 세월동안 축적되어 온 예술적인 문화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스마트한 테크놀리지를 진화시키는 만큼 크리에이티브 리더의 발굴에도 앞장서야 한다. 대기업들이 우리나라 디자인 컨설턴트를 믿고 의뢰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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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 - 과학혁명, 인간의 역사, 이미지의 비밀
홍성욱 지음 / 책세상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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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다닐 때 부끄러운 역사 과목 점수가 말해주었듯이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 하지도 못한다. 나에게 역사는 우리나라 특유의 주입식 교육의 정점을 찍는 과목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다가 그 오랜 역사를 단지 시기와 역사적 사건 이름으로만 외우면서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다. 그러나 역사는 어디에나 있다. 그런 의미로 모든 학문에는 그 학문이 지금까지 다져올 수 있었던 역사가 있고, 학문 이름 뒤에 사(史)를 붙여서 또 하나의 과목으로 탄생된다. 과학사 역시 그 맥락이라고 하겠다. 대학을 다닐 때 교양과목이었던 '과학사'가 있었는데, 과학은 좋아하지만 과학에 대한 역사는 점수를 잘 받을 자신이 없는데다가 안 들어봐도 지루하기 짝이 없을 듯 해서 수강하지 않았다.

 

이런 내게 이 책이 그냥 과학사에 관한 책이었다면 선택되지 않았을 것이다.(모든 책을 다 읽고 싶은 나의 욕심으로 인해서 억지로라도 읽었을지 모르지만) 과학의 역사를 그림과 함께 보여주어서 더욱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과학이 발전되는 시기에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그림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그림이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책은 플라톤과 아르키메데스의 다면체를 다루며 이 당시 과학과 예술의 경계가 모호하여 많은 예술가들이 과학적 지식을 수반하였던 현실을 보여준다. 또 샤틀레 부인을 집중 조명하여 과학사에서 흔치 않는 여성의 업적에 대해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서 과학사에 하나의 업적을 세웠다는 점이 지금의 나를 깨워주었다. 이 외에도 지금까지 진화론부터 2008년의 광우병 파동으로 많은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프리온에 대한 실체 등을 모두 그림을 통하여 살펴볼 수 있었다.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의미가 없듯이 학문 분야에는 더 이상 배타적이고 고집스럽게 하나의 학문만을 지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어쩌면 아이러니하게도 플라톤이 살던 때에 많은 예술가들이 원근법을 연구하고 이를 그림에 표현했던 학문의 경계가 모호했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학문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될 듯 싶다. '그림'과 '과학사'가 절묘하게 만나서 지루함과 고리타분함이라는 편견을 깨 준 이 책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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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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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아주 숨 가쁘고 지루하게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이런 삶을 원하지는 않을테지만 대부분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꼭 이렇게 살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살게끔 하는 여러 가지 것들을 무시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런 갈등을 겪다가 결국은 갈등에 무감각해지고 순응하게 되며 삶이란 원래 이런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인생에 종지부를 찍게 되는 걸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 미친듯이 말이다. 바람을 쐬러 간다는 의미의 짧은 여행보다도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을 통해서 나를 다시 바라보는 성찰로서의 여행을 해보고 싶다. 대학생 때 해 본 긴 여행이 여행 같은 여행의 끝이었다. 혹자가 내게 여행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고 늘 대답했었는데, 지금의 내게 치유약은 '여행'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는 그 욕망이 더욱 강해졌다. 간결하면서도 담백한 산문들 속에는 단순히 몇 번의 여행만으로는 가질 수 없는 무게가 담겨있다. 삶과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과 배움들로 여행 하는 내내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아름다운 문장들을 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끊임없이 이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졌다. 쫓기고 치열하게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멈추고 뒤돌아보고 싶어졌다. 증오보다는 사랑을 더욱 하고 싶어졌다. 

 

이 책이 그런 나를 깨워주었다. 가장 인간다운 삶, 인간다운 고찰 그리고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여행만큼 낭만적인 치유약이 또 어디 있을까. 이 책 한 권으로 '여행'이라는 두 글자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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