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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평점 :
'지성이면 감천이라'.. 아직 내가 이 말을 믿고 살고 있다는 데에 새삼스레 다행스러움과 고마움마저 느껴진다. 바꿔말하면 무언가에 미친듯이 빠져들어 쓴맛,단맛 다 겪어본 인생이 아니라, 아직 무언가에 과감한 시도를 해보지 않았기에 아직 내 자신을 믿고 있는게 아닐까... 아니 여기서 '아직'이라는 말을 쓴다면 '연금술사' 를 읽은 의미도 없을 뿐더러 더나아가 이 책에 대한 무례라고 까지 할 수 있겠다.
고3때 나의 담임선생님은 항상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했다.
"너거가 11월 17일 수능날에 수능을 4교시 (혹은 5교시)까지 다 치르고 나서는 몸에 기가 다 빠져서 앰뷸런스에 실려가야 되는기 정상인기라. 시험을 치를 때의 그런 정신과 집중력으로 평소에 열심히 하면 안 될끼 뭐가 있노! "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다지 담임선생님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아마도 담임선생님 역시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리라, 그도 그럴것이 일년동안 야자를 했던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이고, 그렇다고 성적이 썩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마 고3담임으로서는 나같은 학생이 가장 미운 존재일것이다. 어쨌든 저말을 들을 때 나는 겉으로는 코웃음 쳤지만 속으로는 다른 학생들처럼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고 마음을 다잡고는 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미친듯이 했는데도 안되면 그건 하늘의 운이라고 생각하고 그때가서 포기하든가."
'어쩐지.. 좋은말 하나했다. 꼭 뒤에가서 김빠지게 저런다니까... ' 난 싫었다. 꼭 뒤에 이 말을 붙여서 하시는게... 이건 마치 정말 훗날 미친듯이 공부해서 시험을 치고도 실패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싶어서 하는 무책임한 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저런 말은 선생님 입에서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난 들을 때 마다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안되면.. 어쩌구 저쩌구..' 이런 말을 싫어한다.
난 낙천주의자는 아니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 성적비관으로 자살한 뉴스를 보더라도, 또 얼마전 남들 못지 않은 실력과 연습에도 불구하고 주전으로 뽑히지 못해 벤치만 지키고 있는 '식스맨'이라고 불리우는 농구선수들을 TV에서 봐도, 내가 직접 실패의 쓴맛을 보기 전까지는 '열심히 노력해도 안되면..' 이라는 말은 한갓 쓰잘데기없는 거짓나부랭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역시 세상의 진리가 그러함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는 책이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270여쪽에 달하는 이 책의 내용을 이 한마디로 표현해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저 말만 항상 자기 가슴에 묻어두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꺼내보고 생각해본다면 파울로 코엘료도 더 바랄게 없겠지 아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지만, 이 책에 대한 평은 아주 가지각색이다. 아주 유익하고 재미있었다는 평에서 부터, 재미없을 뿐만 아니라 지겹기 짝이 없고, 당최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평까지... 솔직히 나도 조금 이해가 되지 않고 지겨웠던 부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책장을 넘길 때 마다 튀어나오는 주옥같은 글귀들과 특히 에필로그에서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았을 때의 그 희열이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의 다소 아쉬운 부분을 보완해 주었다.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시작할 때, 혹은 그 시작부터가 두려워 엄두를 내지 못할 때가 있을 것이다. 나도 길면 길고 또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런 적이 왜 없으랴... 주저하고 복잡하게 생각할 때면 차라리 단순무식하게 일단 저지르고 보는 인생철학(?)을 지닌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었다. 바로 이 책 '연금술사'가 소심하게 주저하는 이들에게 조금은 단순무식한 용기를 가져다 주는 비타민같은 존재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일단 저질러라.. 주저하다가 시간만 가고 후회만 남을 뿐이다. 저지르고 열심히 한다면 온 우주의 만물이 당신이 바라는 그 길로 인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