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이다. 중년의 아줌마들이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한 누드 달력을 만드는 코믹한 이야기의 배경에는 요크셔 사투리 또한 한 몫 한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듣도 보도 못한 영화였지만, 여기서 영국 할머니의 추천으로 보고 나서 느낀 것은 정말 영국적인 영화라는 것. 영국인 할머니가 소장하고 있을만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막스 앤 스펜서, 부녀회 따위의 너무나도 영국적인 소재들이 나를 비롯한 미국영화와 문화에 익숙한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게 보일 수 있지만, 아름다운 요크셔를 배경으로 한 코믹함이 돈으로 치장된 알맹이를 상실한 껍데기의 대형 블록버스터보다는 나으리라. 게다가 이 이야기가 실화라고 하니 놀랍지 아니한가. 재미있게 본 몇 안되는 영국영화 중 하나이다.
이 책을 휴가중에 프랑스에 가져가서 읽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우습게 들린다. 그만큼 우울한 내용이기에 정말 파리의 햇살과 그 여유로움과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이 소설이 픽션으로서만 존재하는게 아닌 사.실.이라면........ 읽으면서 내가 걱정없이 다른 나라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사실조차 미안하게 느껴졌다. 마음 한 구석의 불편함, 그리고 경각심. 그리고 그들의현실을 간접적으로 겪으며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아니라 그들이 인간으로서 제대로 살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느껴야 한다. 초점이 우리에게 맞춰지고 그들을 우리의 감정적 도구로 삼는게 아닌. 그런 의미에서 Deborah Ellis의 책을 읽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정말 잊지 못한 하나의 좋은 경험으로 남겨질 것이다. The heaven shop에 이은 내가 읽은 그녀의 두 번째 책. 그 책이 아프리카의 말라위를 배경으로 한데 비해, 이 책은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역시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탈레반 정권 하에 자유롭게 살아가지 못하고 교육 또한 받지 못하는 혹독한 현실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정말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한편의 끔찍한 드라마였다. 에이즈, 가난, 죽음같은 단어들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의미 없게 들릴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결정짓는 단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말라위를 배경으로 에이즈에 걸린 관을 만들어서 파는 아버지와 언니, 오빠와 함께 살아가는 Binti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에이즈가 한 가정을 파탄시키고, 형제, 자매가 뿔뿔이 흩어져버리는 비극으로 전개되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러나 결코 현실에서는 해피엔딩이 되기 힘들지 않을까. Deborah Ellis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그녀의 쓴 책을 찾아보니 아프리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이 책 처럼 그들의 심각하고 끔찍한 현실에 대해 쓴 책이 대부분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린 인터뷰에서 그녀가 죽을 때 까지 책을 쓰고 또 그들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하는 글을 보니 그녀가 더없이 아름다워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 현실을 알고 있지만, 그것으로 끝이나버리는 것은 우리가 거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이 도와줄 것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나는 이제 뭘 해야 할까.
한국에 있었을 때 한국어로 번역된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그 감동이 원서를 읽고 나서도 그대로 느껴졌다. 어린이 책이지만 결코 유치하지 않은, 남녀노소 읽어도 최고로 꼽을 수 있는 'Charlotte's Web'!
살아가면서 싫어하는게 참으로 많지만, 곤충류 또한 실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거미는.... 정말 싫다. 그러나 이 책 속의 거미 Charlotte은 그야말로 여느 인간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우정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 거미, 1년을 살고 자기가 낳은 알에서 태어난 수많은 또 다른 거미들이 또 자기와 같은 거미를 낳고 죽는... 이 짧은 시간 속에서 진정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는 것, 거의 책을 읽지 않고 있던 내가 오랜만에 내 마음 한 구석을 자극하고 뭉클하게 만든 책을 만났다.
군데군데 있는 삽화 또한 예쁘고, 흔한 페이퍼백이 아닌 하드커버, 그야말로 잘 만든 한 권의 책이기에 정말 소장하고 두고두고 읽고 싶어지는 탐나는 책이다.
Milly-Molly-Mandy Stories는 Milly-Molly-Mandy 시리즈 중의 하나인데,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줄거리도 재미있고, 단어도 어렵지 않아서 어린이들이 처음 접할 수 있는 외서로서 제격인데, 책이 출판된지가 오래전이라 간혹 몇몇 단어들이 조금은 오래된 느낌의 촌스러운 단어일 수도 있다. 영국에 있으면서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여러 단어를 보고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만큼 흥미롭기도 했다. 모든 이야기가 'Once upon a time'으로 시작되고, 대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Milly-Molly-Mandy는 가족을 소개할 때 언제나 그녀의 이름만큼이나 길게 가족 한 명, 한 명을 열거해준다. 무척 귀여운 책인데, 각각의 에피소드도 절로 웃음을 자아낼 수 있게 해 줄 정도로 행복한 이야기이다. 귀여운 소녀 Milly-Molly-Mandy의 다른 시리즈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