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의 이해 - 일신사회과학신서 033
노길명 외 / 일신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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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화인류학이란 세계 각 지역이나 민족이 지닌 문화와 그들이 속한 사회구조를 경험적 방법으로 비교연구하여 문화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명확히 하여 이론을 구축하는 학문이다. 역사와 현재 그리고 인간의 삶의 방식의 다양성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운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문화인류학의 개론서로 적절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계의 경제가 신자유주의화되어 초국적화되어가고, 이에 따라 이제는 문화 또한 서구화되어서 각 문화의 고유성이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인류학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나마 현재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아마존의 몇 부족과 아프리카와 뉴기니 등의 소수 부족들이 그나마 그들의 문화를 간직하고 있지만, 이들도 점점 문명의 혜택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됨을 알 수 있다. 이는 어쩌면 너무나 필연적일 수 밖에 없는 현상은 아닐까.

이 책은 문화와 문화인류학의 이론에 대한 설명과 사회계급, 혼인, 정치제도, 경제구조, 종교, 예술로 나누어서 문화인류학을 소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른 여러 분야가 있기에 문화로 세계를 탐구하는 것이 이처럼 책 한 권으로 모든 것을 다룰 정도로 간단하지는 않다. 게다가 문화인류학의 발전에 이바지한 여러 학자들이 대부분 서구출신이기에 이는 이 학문의 성격이 서구지향적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비록 절판되어서 더이상 나오지 않는 책이지만, 현재의 문화변동과 함께 변화된 정책을 다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문화인류학의 첫걸음으로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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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창공
로렌 아이슬리 지음, 한창호 옮김 / 강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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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날로 발전하면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더욱 철학과 인문학에 집중하고 인본주의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들어 인문학과 과학의 접목을 다룬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로렌 아이슬리의 1959년에 신시내티 대학에서 과학철학 교수로 강연했던 여섯 개의 원고를 묶은 이 책 또한 그와 맥락을 함께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아주 오래전의 강연 원고이지만, 약 오십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이 책이 더욱 가치 있어진 것은 과학의 발전이 그 당시보다 훨씬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 뿐만이 아니라 철학, 인문학에도 깊은 소양을 가진 학자답게 그의 글 속에서는 자연을 과학보다 우선하는 마음과 더불어 겸허함까지 느껴진다. 매끄럽지 못한 번역으로 인해 읽으며 막히는 부분이 적지 않은 점이 안타까웠지만, 문장 하나 하나에서도 그의 과학적 지식을 비롯한 지구적인 고찰과 지적 깊이가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과학을 문학과 접목하여 문학적인 시각과 마음으로 세계를 바라본 그이기에 그를 '시인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과학자'로 칭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자연스럽다'라는 말의 의미를 지구적 시간과 모든 생명체의 진화와 소멸을 두고 정의내렸을 때, 과연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어느때가 되었음을 의미하는지 모호할 뿐이다. 어쩌면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바라보던 것들이 모두 익숙하기에 이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여섯개의 원고의 제목 모두 세계, 죽음, 생명, 인간으로 나누어서 이것들이 얼마나 자연스러워졌는지에 다루고 있다. 과학에의 집중과 삶의 질의 향상이라는 목표가 자연스러워진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이것들이 더 이상 이런 과정으로 자연스러워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는 강조하고 있다. 이는 외부에서의 발전이 아닌 인간 내면에서의 발전을 지향해야 함을 뜻하는 것이다.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는 세상에서 모든 인간은 단 한 번의 삶을 삽니다. 따라서 인간은 오직 자신의 내면에서만 에덴동산의 비밀을 찾아야 합니다.

이 한 문장에 그가 강조하고 싶은 모든 것이 담겨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결국은 과학의 발전과 같은 외적인 것이 아닌 인간을 향한, 그리고 내면의 가치를 향한 것이 진정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이자 별빛보다 더 빛나는 가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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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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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릴리 프랭키가 위암 투병을 하고 있는 어머니 곁에서 쓴 것이라는걸 책을 다 읽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너무나도 소설같지 않은 담담함과 어쩌면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게 만드려는 속셈을 가지는 것으로 여겨질만큼 그 어떠한 화려함과 기교가 섞이지 않은 것이 그 때문일까. 어머니와 그만의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추억을 굳이 포장할 필요도 없거니와, 천상에 계신 어머니에게 바칠 선물로서는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할터이다. 2006년 일본 서점가를 휩쓸었던 이 책이 "전차나 버스 안에서 읽는 것은 위험하다. 눈물 콧물로 얼굴이 엉망이 될테니"라는 조금은 과장되고 오버스러운 광고문구로 무려 200만부를 돌파했지만 기실 지금에 이르는 일본문학의 자극성에 비하면 조금은 순한 측에 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눈물 콧물 짜내게 하는 것에는 한국문학도 만만치 않으니 그 유명했던 '가시고기'에 비한다면 이 책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가시고기의 너무나도 작위적인 부분이 조금 불편했다면, 이 책은 솔직함과 담담함이 빚어낸 감동이 있기에 더욱 높이 사고 싶다.) 

오래전 엄마와 함께 택시를 타고가면서 엄마와 택시기사가 나누던 대화가 생각이 난다. 중병에 걸린 택시기사의 어머니에게 그가 병수발을 하면서 그동안 못해드린 게 너무 많아서 세상을 뜬 지금도 너무나 후회된다고. 그리고 엄마도 고개를 끄덕이며 살아 생전 부모님께는 아무리 잘 해드려도 부족하게 느껴질 뿐이라고 동감하셨다. 그렇게나 외할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드렸던 당신이 그런 생각을 하시는데, 딸인 나는 얼마나 불효를 저지르고 있는 것인지. 집을 떠나 있으면 전화 한 통 할까말까에 중,고등학생때는 아침에 늦었다는 불평하는 내게 어떻게든 아침밥을 떠먹여주셨던 분이다. 지금에야 그 감사함을 잊지 않으려고 하지만, 막상 이런 시간이 너무 지속되면 결국은 땅을 치고 후회할 날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내내 궁금했던 릴리 프랭키의 어머니의 음식. 결국 그녀가 세상을 떠날 때 외롭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도 생전에 베푼 마음 덕분일 것이다. 비록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다, 한국 사람도 아닌 분이셨지만 그 한국적인 인정을 몸소 느껴보고 싶었다. 많은 이들에게 베풀었던 따뜻하고 정성 어린 밥상을 나도 함께 즐겨보고 싶었다. 그러나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이 똑같듯 정성이 담긴 밥상 또한 같을 것이다. 매일 엄마가 해 준 음식은 맛 없다고 투정버렸던 나도 오늘만큼은 정말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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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CEO 특강 2 - 글로벌 리더 EBS CEO 특강 2
『EBS CEO 특강』제작팀 지음 / 마리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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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이고 취업을 목표로 한다면 왠만한 기업에 대한 조사와 CEO의 경영철학 정도는 꿰차고 있어야 할테지만, 경영학도도 아니고 취업준비생도 아닌 내게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엔 큰 의미가 없어보였다. 지금껏 한번도 CEO에 관련된 책을 접해 본 적도 없거니와 사실 이 책 속의 아홉개의 기업 중 여태껏 들어보지 못했던 기업도 두 개나 있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는 큰 의미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완전히 틀렸음을 알았다. 이 책은 CEO와 리더십에 관련한 것 뿐만이 아니라 기업에서는 어떤 인재를 원하며,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인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등 모든 현대인들에게는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국적기업을 비롯하여 한국내에서도 큰 입지를 굳히고 있는 기업의 CEO 아홉명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지금의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젊은이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줄 것인가에 대한 인터뷰로 되어 있다. 흥미로웠던 점은 여태껏 소비자의 입장이기만 했던 내가 각 기업의 나름의 경영방식과 시스템의 내부 운영체제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점이다. 그리고 그들이 시련과 위기를 견디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가 여러 아이디어를 짜내서 과감히 실천해보고 실패를 하더라도 다음을 위한 발전의 계기로 여기는 자세와 상사와 부하직원간의 수평적인 관계 등을 추구하는 발전을 위한 다양성이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기업문화가 이렇게나 다양하고 중요할 줄은 몰랐다. 이렇듯 아홉개의 기업마다 각각의 문화가 있지만 모든 CEO들이 강조하고 있는 점이 있었으니 바로 '변화'이다. 인터넷 2.0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은 전세계의 모든 사람이 동등한 정보를 접할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세계는 평평하다'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던 사람이던 이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나가거나 앞서나가지 않으면 금방 도태되어버릴 수 밖에 없다. 한국의 IT기업들이 인터넷 1.0시대에는 전세계에서도 선두를 달렸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이유가 국내시장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발맞추지 않고 현실에 안주했기 때문임을 입증해준다.  

대학 졸업반이지만 남들과 달리 학업의 길을 선택한 나지만, 그런 내게도 이 책의 주옥 같은 CEO들의 메세지는 두고두고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나뿐만이 아닌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은 필독해야 할 책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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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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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한 가지 느낀 점은 그동안 내가 무척이나 극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의 일본소설만을 즐겨 읽었다는 점이다. 한 동안 자칭 열렬독자라고 생각했던 에쿠니 가오리도 이미 집어치운지 오래이고, 어느 때인가부터 간질거리고 전혀 파도 치지 않는 잔잔한 호수와 같은 일본소설은 흥미를 잃어버린 것을 느꼈다. 대신 미야베 미유키나 히가시노 게이고와 같은 작가들의 서스펜스에 확 마음이 잡힌지 오래이다. 음악으로 따지자면 R&B나 발라드에서 이젠 락으로 취향이 변했다고나 할까.  

이 책을 적당한 음악에 비유하기 위해서는 곰곰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바로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Bob Dylan의 'Blowin' in The Wind'이 그 어느 곡보다도 적절하기 때문이다. 책 속의 등장인물들과 스토리가 주인공이 내내 흥얼거린 이 한 곡으로 엮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름만 익숙할 뿐, 전혀 알지 못했던 곡을 책을 덮자마자 들어보니 다시금 책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동안 음식으로 따지자면 너무나도 자극적인 것을 섭취한 탓에 조금은 담백한 음식을 먹어도 그 고유의 맛을 잘 못 느끼게 된 것 같다. 이 책은 이 담백한 음식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어쩌면 좋은 재료를 잘 조리하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으니 영화에서는 과연 이 담백함을 잘 살려냈는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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