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한 가지 느낀 점은 그동안 내가 무척이나 극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의 일본소설만을 즐겨 읽었다는 점이다. 한 동안 자칭 열렬독자라고 생각했던 에쿠니 가오리도 이미 집어치운지 오래이고, 어느 때인가부터 간질거리고 전혀 파도 치지 않는 잔잔한 호수와 같은 일본소설은 흥미를 잃어버린 것을 느꼈다. 대신 미야베 미유키나 히가시노 게이고와 같은 작가들의 서스펜스에 확 마음이 잡힌지 오래이다. 음악으로 따지자면 R&B나 발라드에서 이젠 락으로 취향이 변했다고나 할까.  

이 책을 적당한 음악에 비유하기 위해서는 곰곰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바로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Bob Dylan의 'Blowin' in The Wind'이 그 어느 곡보다도 적절하기 때문이다. 책 속의 등장인물들과 스토리가 주인공이 내내 흥얼거린 이 한 곡으로 엮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름만 익숙할 뿐, 전혀 알지 못했던 곡을 책을 덮자마자 들어보니 다시금 책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동안 음식으로 따지자면 너무나도 자극적인 것을 섭취한 탓에 조금은 담백한 음식을 먹어도 그 고유의 맛을 잘 못 느끼게 된 것 같다. 이 책은 이 담백한 음식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어쩌면 좋은 재료를 잘 조리하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으니 영화에서는 과연 이 담백함을 잘 살려냈는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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