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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2 - 복수는 버티는 자의 것이다 ㅣ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평점 :
2권도 방콕에서 다 읽었다. 1월의 방콕 날씨는 판타스틱했지만, 수영을 할 정도로 덥지가 않아서 내가 최애하는 수영 조금 하다가 선베드에서 하는 독서는 아니었다. 이번 여행은 퇴사 기념 힐링여행이었는데, 우한 폐렴의 기습으로 호텔에서 주로 지내며 읽었다.
1권과 내용이 이어지는게 아니라 2권은 또 다른 업무적 이슈(?)가 나온다. 맥락은 1권과 비슷하다. 한 기업이 비즈니스를 위해서 은행에 대출을 받는다. 은행은 검토 끝에 대출을 해준다. 그러나 상황이 변해서 기업이 대출을 상환할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된다. 현재까지의 1권과 2권의 주 내용이다. 단순히 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서 이런 결론이 초래된게 아니라 관련된 사람들 사이의 이권 다툼 및 서로 간 모종의 계약으로 비밀리에 이루어진 담합의 결과였던 것이다. 바로 이런 비밀을 한자와가 파헤친다.
은행원이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터라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간접 경험을 해 볼 수 있었다. 한자와가 입사했을 당시에는 은행원은 지금의 공무원과 같이 평생직장의 개념으로 좋은 직업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역시 영원한건 없다. 지금 좋은 직업이 앞으로도 좋을리는 만무하다. 책에서는 입사 동기 중 한 명인 곤도가 은행원 생활을 하다가 정신병을 얻게 되어서 휴직 후, 파견 회사인 중소기업으로 발령나게 된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은행보다 더 힘든 직장생활을 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중소기업을 많이 다녀본 터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내 직장생활을 비유하자면 튼튼하고 굵었던 줄이 점점 한올씩 터져나가고 결국에는 끊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패기있던 내 모습은 점점 해가 갈수록 지쳐가고 일과 사람에 치여서 아침에 출근하는게 고역이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회사를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틈 없이 퇴근하고 집에 와서 조금 여유를 즐기다보면 다시 아침이 오는 생활에 나는 번아웃이 되었던 것 같다. 어쩌면 회사를 나오고 난 후에 남는건 조그마한 업무적 스킬과 돈이 아닐까. 그 외의 것들은 사실 남는것보다는 잃는게 더 많은 것 같다. 특히 '시간'의 희생을 돌이켜보면 안타깝다. 내 인생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로... 수많은 날들을 긴장하고 촉을 세우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다녔던 것에 비해서 내게 주어진 돈은 사실 제대로 된 보상이라기엔 턱없이 적었던 것 같다. 한가지 확실한 건 이런 마음으로 회사생활을 지속한다는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왕 해야 된다면 마음을 바꿀 수 밖에 없다.
책의 마지막 구절에 바로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인생은 한 번 밖에 없다.
어떤 이유로 조직에 휘들리든 인생은 한 번밖에 없는 것이다.
가슴속에 불만을 품고 부루퉁한 얼굴로 일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앞을 바라보자. 그리고 걸음을 내딛자.
해결책은 반드시 있는 법이니까.
그것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자. 그것이 인생이다.
-p.413-
닥치고 일해야 된다면 그나마 저런 마음을 가지고 해야 프롤레탈리아로서 버틸 수 있다. 직장인은 그저 버티는 것이다. 1권을 읽고도 느낀 것이지만 이 시리즈는 픽션 오브 픽션이다. 팩트는 절대 튀지 않고 회색빛 인간이어야 성공하는게 바로 직장인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