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멤노크 1 - 뱀파이어 연대기 5-1
앤 라이스 지음, 김혜림 옮김 / 여울기획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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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악마 멤노크는 확실히 안티크라이스트의 냄새가 많이 풍기는 소설이다.
앤 라이스가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면,
분명 끌려가 주리를 틀든지 피뽑는 고문을 했던지 했을것이다.


흔히 사탄, 루시퍼라고 말하는 타락천사 "악마".
한때는 신이 가장 사랑했으나, 추방당한 신의 반역자.
이책에서는 그의 이름이 "멤노크"이다.
사탄이니, 루시퍼니 하는 이름들은 인간이 붙인 이름이고, 악마 본인은 그 이름들을 싫어한다.
"선한 것이 하느님, 악한것이 악마"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인데,
이 소설에서 악마는 "악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그저 "신의 반역자"일뿐이다.
 
너무 순진하여 잔인하기 까지 한 하느님.
자신이 만들어놓은, 자신을 닮은 피조물 인간의 고통을 바라보며, 그저 방관하는 하느님.
그들의 고통이 고통스러워 악마 멤노크는 신에게 따진다.
그들 인간들은 완벽한 사후세계, 즉 천국을 바라고 있다고.
살아가며 받는 고통을 위안받을수 있는 세계가 있다고 분명 믿고 있다고.
그러니 죽은 인간의 영혼을 혼란과 후회만 가득한 지옥도 천국도 아닌
완전한 무의세계 "셔올"에서 꺼내 천국으로 데려오자고,
감히 악마 멤노크가 순진무구한 신에게 요구하다가 천국에서 추방되어,
셔올에서 인간의 영혼을 가르치고, 한명도 빠짐없이 천국에 다 들여 놓을수 있을 때,
멤노크는 다시 가장 사랑받는 천사가 될수 있다는 얘기가 대략적인 스토리이다.

이 소설에서는 감히 악마가 신을 가르친다.
인간의 고통을 인간이 되어 겪어보라는 악마의 말에,
하느님은 인간의 몸으로 들어가 인간 아기로 태어나, 인간이 겪을수 있는 고행을 한다.
그 아기가 "예수"인것이다.
악마 멤노크는 좌절한다.
평생 노동자로 피곤한 삶을 근근히 살아가며, 결국에는 가혹한 고문을 당하고
십자가에 못박히는 예수의 인생에 좌절한다.
악마멤노크는 단언한다.
"그런 고통은 쓸데 없다"고.

예수는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신으로써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그것을 견딜수가 있었고 여전히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신을 오만하며 자기중심적이라 비난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신은 마치 아기처럼 순진하다 못해,
하나를 보면 둘을 모르는 것처럼 나온다.
참, 얼마나 용감한 발상인가.
게다가 한술 더 떠서 뱀파이어 레스타는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의 피도 빤다지.
그 부분에서는 실소를 도저히 멈출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저 상상일 뿐인 소설이라해도, 이건 너무 저급하지 않나.
 

악마 멤노크는 신에게 말한다.
왜 인간은 고통스러워야 하나,
어차피 죽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왜 힘겹게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나,
그런 무의미한 짓을 왜 전 인류가 반복해야하나.
인간 예수는 말한다.
그 고통 속에서 진리를 찾는거라고.
쾌락주의자 악마 멤노크는 그건 무의미하다고 다시 비난하고,
마치 멤노크의 말이 진리인듯 작가는 이끌어가지만,
개인적으로는 인간 예수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고통이 없는 매일 같은 행복이야 말로 매너리즘의 극 아닐까.
고통없는 매일이야 말로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러면 내일을 기다릴 필요도 없을텐데-
어제도 행복했고, 오늘도 행복하고, 내일도 분명 행복할텐데,
거기에 무슨 달콤한 깨달음이 있고, 어떤 기다림이 있단 말인가.
수없이 넘어져 깨지고 울고 다치며,
어느 하루 비친 햇빛에 내일을 기다리는 것이 인간인데,
그게 무의미하다고?
자살자들의 대부분은 불행하기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료함에 질려버려서 죽는다.
그런데 그게 무의미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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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 Illustrated Edition
댄 브라운 지음, 이창식 번역감수,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작가가 상상하기를, 사실 성서 이전의 수많은 신과 예수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기독교를 만든 사람들이 자기들 유리한 대로,
그들이 필요한 "전지전능한 신"의 이미지가 부곽된 기록들만 추려 낸 것이 "성서"란다.

충분히 동의할수 있는 얘기이다.
기독교가 신의 계시라는 명목하에 저질러온 그 엄청난 전쟁과 강압적인 통치와 오랜 핍박의 역사를 떠올린다면,
"전지전능한 신"이 인간에게 얼마나 쉽게 이용될수 있으며,
또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는 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교황도 얘기했다지 않는가. 지옥이란 없다고.
지옥 역시 우매한 인간들을 다스리기위한 협박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하느님이 있다면 "인간이 적어놓은" 성서의 "나 이외의신은 섬기지 말라"는
계시따위는 하지 않았겠지.
인간들이 우러러보는 하느님이 타종교의 신에 질투하는 속좁은 분 일리가 없지 않나.
아마도 저 위에서 하느님은 부처님과 차를 마시고, 알라와 장기를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책 얘기로 돌아가서, 하여간 그 부분까지는 쉽게 동의할 수 있는데,
그 다음 부분이 좀 걸린다.
한술 더 떠서 예수가 사실은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았고,
그 후손이 아직까지도 세상에 존재한다는데....
이 부분 부터는 "이건 좀 오버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며,
"이거 여주인공이 예수의 후손이로구만"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그대로 책에서 실현되니...원...-_-;


글쎄. 예수가 정말 마리아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을까.
여전히 글쎄올씨다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부분이나
어차피 픽션인 소설에서 현실성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 하니,
그냥 넘어가자.
 

전체적인 내용은 루브르 박물관 관장의 살해 사건에 관련된 두 남녀가 여기저기 도망을 치며
성서와 예수의 수수께끼와 비밀들을 풀어가며 성배를 찾는다는 내용인데,
중반까지는 그런대로 재밌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좀 많이 뻔하다.
이런 류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러브모드 또한 짜증스럽다.
왜 그렇게 인기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재미없었다.
차라리 수수께끼같던 아나그램 정도가 재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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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마 2005-12-05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에 대한 관심이 적은 저에게는 나름대로 B급의 재미를 준 책이긴 한데요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제 친구는 '이게 재밌다면 사람들은 그책을 읽으면 놀라 나자빠지겠군' 이라더군요 ㅎㅎ ' 그 책'이란 제목이 기억이 안나서 ㅎㅎㅎ
크리스챤이라서 어디까지가 사실일까가 오히려 더 관심이었는데 그냥 사실이 아니라고 믿어버려야지 했어요 ㅎ 진실은 진실이란 없다는 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라나 ㅎ
어느쪽이나 주관적인건 매한가지고 내가 생각하기 편한대로 생각하려구요 ㅎ
보수적인게 너무 티나나요? ㅋ
동생은 이거 읽고 한동안 이런 얘기에 빠져서는 둘이 이 책땜에 싸우기도 여러번했고 ㅋㅋ 안읽을걸 그랬어요 ㅋㅋ 괜히 싸우기만 하고 ㅠㅠ
 
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
다니엘 키스 지음, 김인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원제는 "엘저넌에게 꽃을(Flowers For Algernon)".
어떻게 해야 저런 촌티나는 문구로 바꿀수 있는 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원제로 책이 나온 적도 있던데, 그책이 절판되지 않았다면, 그 책을 샀을 것이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책표지와 뒷표지 또한 빵점감.
신호등 인간 둘이 끌어안다 만것같은 저런 그림은 도대체 뭐며,
뒷표지의 요상야릇한 수놓아진것같은 꽃병은 대체 무슨 의미로 박아놓았을까.
("엘저넌에게 꽃을"이라? 꽃을 바치는데 꽃병은 왜 있나?)

어쨌거나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는 포장이지만, 내용성에서는 명작이라 할수 있을 만한 감동이 있는 책이다.
몇년전 이책을 라디오에서 흘겨 듣고 굉장히 읽고 싶었는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았다가 얼마전에 기억나서 이번에 사보게 되었다.
아..무슨 생각으로 이런 가슴아픈 소설을 만들어냈을까.
읽다 읽다 결국에는 울어버렸는데, 아마도 내 인생 최초로 책을 읽다 울어본 경험이 될것이다.
영화를 보고는 종종 울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미지성이 약한 소설은
영화보다 가슴아프고 슬플지 몰라도, 읽다가 눈물이 잘 나지 는않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소개로 빵가게에서 일하게된 32세의 찰리는 아이큐 70의 이른바 "저능아"이다.
어느날 그에게 교수가 찾아와 실험대상이 되어주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아이큐 70짜리 저능아를 보통 사람 이상의 지능수준의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실험을 하고 있는 교수들은
실험쥐 엘저넌의 두뇌가 이 테스트와 수술로 인해 상당한 향상이 있다는 걸 알아냈고,
인체 실험을 해보려던 중 찾은 것이,
저능아라 들어도 들어도 잊어버리지만 배우려는 의욕만은 누구보다 투철한 빵가게 찰리.
실험의 성공으로 찰리는 점차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결국은 아이큐 185의 초 천재가 되어버린다.
천하를 얻은 것같은 성취감후에 찾아오는 것은 그 자신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이었다.


수술전의 그는, 바보이나 행복했다.
사람들이 그에게 어떤 우월감이나 동정심을 가졌을지 몰라도,
그 시절의 그는 사랑받고 싶어하는 인간이었고, 사랑받고 싶어 노력하는 인간이었다.
머리가 좋아진 그는, 그가 바보였던 때를 모두 떠올려보게 된다.
그 이전에는 도저히 기억나지않아서, 아니, 기억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그는 언제나 모든 것을 잊었고, 모든 것을 사건의 형태로만 알고 있었다.
기억을 떠올리게 되면서부터, 그의 유년시절이 그에게 커다란 트라우마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고,
자신의 주위에 있던, 언제나 상냥하고 자상해보이던 사람들의 행동에서
위선과 우월감과 거짓을 읽어내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찰리의 엄마는 그를 내버려두려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모자란 아들을 남들과 똑같이 대우하려는 강한 어머니 상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바보인 찰리를 인정할수가 없었고, 그런 저능아를 자신이 낳았다는 사실을 수치로 여겼다.
타인의 눈을 위해 찰리를 바보가 아닌 보통아이로 보이려고 애썼다.
남들에게 부끄러워서 특수학교에도 보내지 않았고,
남들에게 창피해서 손님이 오는 날에는 지하실에 찰리를 가두어버렸다.
기어코 남부러울 것없는 정상인 딸이 태어났을 때는,
괴물이라도 되듯, 여동생을 만지게 하지 조차 않았고, 결국은 앞으로의 딸의 인생을 위해
찰리의 인생을 희생시켜 집에서 내쫓아 버린다.
귀여운 동생이라 잘해주고 싶었던 여동생은 찰리를 창피하게 여기며 사라져주길 바랬고,
빵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친절하고 자상한 동료는,
알고보니 빵가게 수입을 남몰래 횡령하고 있는 위선덩어리이었고,

함께 웃고 즐겼다고 생각하던 순간들은 사실 모자란 찰리를 조롱하며 비웃던 순간들이었다.

바보였을 때는 모르던 일들. 모두가 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들이 준 것은 상처일뿐이었다는 것을 찰리는 머리가 좋아진 다음에야 알게되었다.
자신이 세운 틀에 맞춰 아들을 맞추고 싶었던 엄마때문에,
찰리는 어디를 가든 눈밖에 나지 않으려, 사랑받으려 그토록 노력했다.
그것은, 그 자체가 만들어낸 성격이 아닌, 어린 시절의 억압받은 상처가 만들어낸 잔상이었다.

실험쥐 엘저넌의 미로는 끝없이 그를 성장하게 하지만,
결국은 벽에 부딪혀 엘저넌은 다시 퇴행하기 시작한다.
자신보다 먼저 천재쥐가 된 엘저넌의 미래를 보고 찰리는 자신의 미래를 직감한다.
결국 인간은 신을 이길수 없다.
바보로 태어난 인간이 천재가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찰리는 다시 퇴행하기 시작한다.


철자도 제대로 모르고 문법도 모르기 때문에 서투른 초등학생이 쓴것같은 찰리의 일기는
초지식인의 학술 논문처럼 변했다가,
다시 철자와 문법이 엉망인 일기로 되돌아간다.
처음부터 선생님이었던 앨리스와의 사랑도 잊어버리고,
다시 바보가 된 찰리는 연인 앨리스가 아닌, 선생님으로 기억할 뿐이다.
다시 바보가 된 찰리를 본 앨리스는 울며 뛰쳐나간다.
찰리는 알수 없다.
조금 더 전에, 그들이 사랑을 했다는 사실을.



물질 만능 시대에 과연 잘난 사람이 행복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던져주는 책이다.
엄마가 끊임없이 찰리를 보통인간의 틀에 맞추려고 했던 것처럼,
바보가 아닌 우리들도 나보다 더 잘난 사람,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을 마냥 부러워하며,
되지도 않는 틀에 나를 맞추려고 해본적이 있지 않던가.
바보였기 때문에 행복했던 찰리는 천재가 된 후에 행복했던가.
매일같이 부딪혀오는 상처투성이 과거로 인해 사람을 믿을수가 없게 되어버리고,
결국 엘저넌처럼 폐기되고 말거라는 불안감에 휩싸여 자기안의 바보 찰리를 몰아내려 전전긍긍하며
매일을 아찔하게 불안한 천재 찰리는,
과연 행복했을까.


인간의 성장이란, 지식의 성장이 아니라 지혜의 성장이다.
지혜란, 머리가 좋아서 가지게 되는 것도 아니고, 머리가 나쁘다고 가질수 없는 것도 아니다.
풍부한 삶의 경험과 쓰라린 상처, 실패해가며 배우는 과정,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지혜를 만들어낸다.
천재인 찰리에게 모잘랐던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였다.
그 상처가 아직까지 괴롭고 배신감을 느끼게 만들어도,
그 상처로 인해 바보였던 찰리는 충분히 행복했고, 누군가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았었다.
머리가 성장한 천재 찰리는 결국 수많은 배신감과 굴욕감으로 인간 불신에 빠져
가슴은 성장하지 못한 미숙아가 되어 결국은 자기자신을 파멸시켜 버리는 메마르고 피폐한 인간이 되어버린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어떤 것이더 행복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나는 바보도, 천재도 되어본적 이 없어서 일것이다.
나도 모르는 새에 무시당하는 바보로 남아 하루하루를 대충 만족하며 살아갈 것이냐,
아니면, 깊게 패인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불행한 지식인이 될것이냐.
누구도 그 해답을 정확히 내리지는 못할 것이다.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가슴아프며, 때로는 무섭도록 불안하며 때로는 슬픈 소설.
그래서 찰리의 인생은 행복하고도 슬펐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인간 심리의 묘사와 뼈아픈 고통의 기억이 주는 씁쓸한 맛과
결국 일그러져 버린 한 사람의 인생이 주는 슬픔을 모두 가지고 있는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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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X-DAY 2 - 완결
미즈시로 세토나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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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제목이 <그들의 X-day>가 아니라 <그녀들의 X-day >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주인공 네명중 두명만이 여자이고, 모두들 사연을 가지고 있는데.
원제 역시 <그녀들의 X-day>인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 막 붙인 이름도 아닐터.
 
누구나 흔히 겪을수 있는 재수없는 일들의 연속인 일상.
아주 작고 세세한, 내일이면 잊혀질지도 모르는 일상의 아주 조그만 단편이 쌓여
세상을 부숴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일상.
누구나 그런 경험있지 않나.
 
남자친구를 라이벌인 후배에게 뺏기고,
입맛이 없어서 밥을 남겼을 뿐인데, 친구들은 다이어트한다고들 수근대고,
좋아하는 아이돌그룹이 해체되고,
좋아하는 시계는 망가져버리고,
쓸데없이 가족들과 싸우고,
대각선에 앉은 애는 이유없이 날 보고 비웃고,
만원지하철은 언제나 지긋지긋하고,
싫어하는 여자는 스토커처럼 죽어라 하고 쫓아다니고....
 
그래서 살기 싫은 주인공들.
크게 불행해서 라기 보다는, 하나하나 작은 것들이 쌓여서 세상에 대한 어떤 사랑도 남지 않고,
내가 참아서 누군가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니 죽어버리고 싶다고 말하는게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을 탓하는 주인공들.
너무 극단적이지 않아서, 그들의 세상에 대한 투정은 마음에 와닿으면서도 귀여운 느낌까지 들었다.
 
어느 채팅방에서 만난 네명의 주인공은 이 지긋지긋한 일상들로만 가득찬 학교를 폭파시켜 버리기로 한다.
어쩌면 그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다만, 이 짜증스러운 일상을 바꿔보고자 그런 비현실적인 계획이라도 붙잡고 늘어지고 싶어했었던 것뿐.
 
조금 우울하고, 조금 행복하고, 조금 잔잔해서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만화였다.
매우 차분한 진행과 안으로 폭파해 들어가는 것같은 감정처리 또한 마음에 들었다.
뒤에 나오는 단편은 보고나서 쓸쓸한 여운을 남겨서 더더욱 좋았다.
 
잔잔하고 조분조분한 만화를 좋아한다면 강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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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세세한 것들이,
미치도록 마음을 아프게 한단 사실을
나도 알고 있었다.
 
-Mizushiro Setona <그녀들의 X-day>
 
 
 
 
가끔씩, 마음이 부서지는 것같은 순간 순간에,
그런 순간과 딱 잘 어울리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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