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핀란드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장편소설이다. 집단 자살을 목표로 시작된 자살 여행을 그린 이 작품은, 경쾌하게 핵심을 찌르는 직선적인 문체로 인간의 욕망과 고통, 삶의 진실을 담아낸다. 2004년 '유럽의 작가상(European Writer of the Year)'을 수상했으며, 유럽 전역에 파실린나의 소설을 패러디한 자살 희망자들의 모임이 생겨나기도 했다.

살인은 100여 건인데 비해 매년 1500여 건의 자살이 일어나며, 많은 사람들이 알코올중독에 시달리는 우울한 나라, 핀란드. 전형적인 핀란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 소설은 독특한 서술방식과 블랙 유머가 조화를 이룬 한 판의 익살스런 풍자극이다. 오직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극단적인 인물들이 벌이는 일련의 파란만장한 사건들 속에는 따뜻한 휴머니즘이 숨어 있다.

빛과 기쁨의 축제가 열리는 성 요한의 날에 파산한 세탁소 주인 온니 렐로넨은, 외진 곳에 위치한 헛간에서 자신의 생을 마치기로 계획한다. 그러나 그 역시 자살을 준비하던 한 육군 장교와 친구가 되면서 잠시 죽겠다는 결심을 미룬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자신들과 비슷한 고통을 나누는 동지들을 더 찾아보기로 한다.

그들이 핀란드 유수의 일간지에 낸 자살단 모집 공고는 엄청난 반응을 블러일으킨다. 삶에 지친 600명 이상의 남녀들이 편지와 엽서로 답신을 보내고, 이들이 모여 세미나를 개최한다. 자살 동지들이 결정한 최종 목표는 노르웨이에 있는 유럽의 최 북단 노르카프 절벽에서 뛰어내려 집단 자살을 하는 것. 눈 앞에 확실한 죽음을 두고 떠나는 여정, 문득문득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욕구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버스는 전속력으로 노르카프를 향한다.

 

아르토 파실린나 (Arto Paasilinna) - 1942년 핀란드 북부의 라플란드 키틸래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벌목일이나 농사를 포함해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1963년 라플란드 성인대학을 졸업했고, 이후 여러 신문사와 문학 잡지사에서 편집인으로 활동하다 작가가 되었다. 1989년 에어 인터상(Air Inter Prize), 1994년 주세페 아체르비상(Giuseppe Acerbi Prize), 2004년 유럽의 작가상(European Writer of the Year)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토끼의 해>, <울부짖는 남자>, <목 매달린 여우의 숲>, <독을 끓이는 여자>, <기발한 자살 여행> 등이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

반정도 읽었는데 참 재밌다. 작가 자체가 정말 사랑스럽다.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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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언저리의 부드러운 모래밭 위를 작은 사내아이가 발자국 하나 없이 걸어갔다.
해 없는 환한 하늘에 갈매기들이 울어대고,
소금없는 큰 바닷물 위로 송어들이 뛰어올랐다.
먼 수평선위로 바닷뱀들이 거대한 아치 일곱개를 그리며 잠깐 뛰어올랐다가



앞발을 변호사나 파리처럼 비벼대고 있었다.
집안에 있는 시계의 두팔은 10시 10분전을 가리키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뭘 가지고 온거니, 디키?"
증류기 안에서 서서히 끓고 있는 토끼 스튜에 후춧가루 조금과 파슬리를 넣으며 엄마가 물었다.
"상자예요, 엄마."
"어디서 났니?"
엄마와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가 양파가 줄줄이 달린 서까래에서 훌쩍 뛰어내려,
엄마 목에 여우 목도리처럼 우아하게 내려앉으면서 대답을 가로챘다.
"바닷가."
디키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아요. 바다 저 멀리에서 밀려온 거예요."
"그안에 뭐가 들어있니?"
엄마 친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르랑 거리기만 했다.
마녀엄마가 뒤를 돌아 아들의 동그란 얼굴을 똑바로처다보며 다시 물었다.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니?"
"어둠이요."
"오, 그래? 좀 보자구나."

엄마가 상자를 살펴보기 위해고개를 숙였을 때, 엄마 친구는 여전히 가르랑 거리며 눈을 감았다.
사내아이는 가슴에 상자를 꼭 껴안고 아주 조심스레 뚜껑을 열어 보였다.
"그래, 그렇구나.
자, 그럼 함부로 다뤄지지 않게 저리에다 치워놓자구나.
그런데 이 상자 열쇠는 어디있는지 궁금하구나.
지금 당장 뛰어가서 손을 씻고 오렴.
식탁, 이리와 앉아!"
아이가 뒤뜰에서 무거운 펌프 손잡이와 씨름을 하며 얼굴과 손에 물을 튀리는 사이,
작은 오두막집은 다시 접시와 포크의 재잘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식사후, 엄마가 이른 낮잠을 자는 동안,
디키는 보물 선반에서 바닷물에 허옇게 탈색되고 모래 켜가 쌓인 상자를 내렸다.
그리고 그 상자를 가지고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모래언덕으로 출발했다.
거친 풀밭을 지나 오래위를 총총걸음 치는 아이 발뒤꿈치 바로 뒤로는
검은 친구가 따라오고 있었다.

아이의 단 하나뿐인 그림자 였다.

-어슬러 K.르귄 "바람의 열두방향" 중 <어둠상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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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떠나는 귀성열차는 비어 있었다.
이 차량에는 지친 노파가 한 사람 타고 있을 뿐이다.
휴일도 아닌데 시골에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나 보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다.
차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좋게 이마와 뺨에 닿는다. 희미하게 고향 냄새가 났다. 정말 기분이 좋다.

연일 이어진 과로 때문에 완전히 잠들고 말았다.

정신없이 자면서 옛날 꿈을 꾸다가 깨어 보니, 어느새 앞좌석에 한 남자가 있었다.
피부가 희고, 젊은 건지 늙은 건지 알 수 없는 남자였다. 몹시 졸린 듯한, 인형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자리가 많이 비어 있는데, 뭐가 좋다고 여기 앉은 걸까?
곰곰이 그런 생각을 한다.

남자는 상자를 들고 있다.

몹시 소중한 물건인 듯 무릎에 올려놓고 있다.
가끔 상자에 말을 걸기도 한다.
졸린 눈을 비비며 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지 맞혀 보려고 하지만, 너무나도 졸렸다.
항아리나 꽃병이라도 들어 있는 걸까?
크기도 딱 적당한 상자다.
남자는 가끔 웃기도 한다.

“호오.”
상자 속에서 소리가 났다.
방울이라도 굴러가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교고쿠 나츠히코 <망량의 상자>中 "상자속의 소녀"



"망량의 상자"속에 나오는 소설 "상자속의 소녀중에서...
소설속의 주인공들도 이 소설을 모두 왠지 기분나쁘게 생각하지만,
종종 등장하는 "상자속의 소녀"의 이야기는 참 기이할 정도로 기분나쁘다.
심각하게 병적이고, 그래서 딱해지는 느낌.
그래서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상자속의 소녀"라는 소설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은건 내가 변태여서 일지.-_-;;
소설속에서는 <중략> <하략> 등으로 자세히 나오지 않는데,
오히려 무지하게 궁금해졌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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