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P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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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된 인디 공포영화 <독>. 같이 볼 사람이 없어서, 또는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보고 오고야 말았다.
최근 몇년간 소리로 으악지르고, 신체 훼손으로 덜덜 떨게 만들었던 공포영화들만 봤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이야기 자체에 충실한 영화를 보았던 것 같다. (최근에 개봉했던 "불신지옥"과 더불어, 이 영화가 그렇다.)
이 영화는 큰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충분히 긴장감 넘치게 볼수 있는데,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담당하는 것이 귀신 나오는 장면이나 뭔가 나올랑말랑하는 기운을 폴폴 풍기는 음향효과가 아니라, 주인공들의 불안한 심리상태인지라, 시끄러운 공포영화에서 벗어나고싶은 공포영화 팬들에게는 꽤 괜찮은 영화가 되겠다.
단순한 구조의 영화가 아니라서, 보고나서도 한참 생각해봐야 영화에 흩뿌려져 있던 많은 복선들과 진실들을 깨닫게 될수 있다.
영화 마지막에서나 밝혀지는 반전이라고 부를수는 없지만, 이 모든 사건들의 시초가 되는 사건의 이야기 또한 예상할수 없었던 만큼, 놀랍고 또 불쾌하다.

영어 제목이 Pot인걸로 봐서는 제목 <독>은 항아리 독을 뜻하겠지만, 어쩐지 나는 Poison을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중의적인 표현을 노리고 이런 제목을 지었을런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행복을 위한 탐욕들이 현실과 부딪히면서 독이 되는 과정에 대한 영화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종교의 근원은 두려움이라는 말을 들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의 저 밑바닥에는, 행복하고자 하는 소박한 바램과 함께 행복해지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깃들여져 있다.
조금 더 불안한 사람들은, 행복해지고자 종교를 갖게 된다.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원초적인 질문의 답을, 비종교인들은 죽음 그 이후의 순간, 내 존재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으로,. 종교인들은 천국에서 찾는다.
종교인이나 비종교인이나 사는 것이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만큼이나 살아있는 것, 특히 잘 살아가는 것 이라는 주제는 누구에게나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주기 마련이다.

이 영화는 그런 마음으로 해석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골에 있는 땅을 팔아 서울로 이사온 가족. 이왕이면 떵떵거리며 살고 싶고, 교양있고 우아한 중산층에 정착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사업도 벌려놓고, 롤모델로 삼은 가족들처럼 종교도 가진다.
그런데 왜일까. 행복해지기는 커녕, 자꾸만 삐그덕 대기만 하니....
지극히 도시적인 소비들과 지극히 도시적인 욕망 저편에, 돌이킬수 없는 죄의 씨앗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뿌린대로 거두리라. 권선징악. 흔하디 흔한 말이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그러한 말들이 사실이기를 바라게 된다.
가지고 싶은 욕망,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또다른 공포를 낳게 된다.

다소 투박하고, 호흡이 불규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중반부쯤에는 이야기가 조금 늘어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야기 자체가 좋고 여러가지를 깊이 생각하면서 봐야하는 영화라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이런 영화를 보다보면, 공포영화란 장르가 얼마나 영민해야하는 장르인지 생각해보게되고, 이런 영화를 이해할수 있는 내가 적어도 멍청하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음향과 이미지를 제외하고도, 주인공들의 불안한 심리와 기묘한 이야기들만 쫓아가도 충분히 으스스하더라.
영화를 보면서, <거미숲>이라던가, <악마의 씨>, 또 최근에 본 <불신지옥>같은 영화들을 떠올렸다.
분위기나 이야기가 닮아서가 아니라, 영화 자체의 어두침침하고 불쾌한 느낌이라던가, 복선을 따라가며 퍼즐을 맞춰야하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그런 영화들을 즐겁게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 역시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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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지옥 - Possesse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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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싼티 때문에 왠지 꺼려졌던 영화 <불신지옥>.
영화를 다 보고난 후에도 이 제목이 그리 마음에 든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동안 몇년간의 국산 공포영화의 저급한 수준에 실망해왔던 나로써는 기대보다 훨씬 재밌었던 영화였다.
누구나 선호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타 영화장르보다 더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게 추리, 스릴러, 그리고 공포영화류라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한가지 감정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긴장감, 공포, 그리고 뭔가 모를 희열감 등, 복합적인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분명, 능수능란한 연출력가 스토리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왜일까.
우리나라에서 공포영화란 이 계열에 그닥 취미 없어보이는 신인감독들의 등용문, 발로 연기하는 신인여배우들의 등용문이 되어버리니, 심리적 공포와 연출력의 부재가 있을수 밖에 없는 노릇 아닐까.
한 장르에 있어, 장인정신이 간단히 무시되는 현실. 우리나라 영화계가 추리 스릴러에서는 조금은 발전했을지도 모르지만, 꾸준히 여름을 겨냥한 공포영화들이 나오면서도 공포장르에서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지도 모른다.
물론 최근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타국의 공포영화들도, 오래된 고전 공포영화들에 비해 감각도, 스토리도, 심리적 압박감도 떨어진다는 것은 인정하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이런 불신을 품고 영화를 보러갔는데, 생각보다 재밌고 진중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예전에 소소하게나마 매니아층이 있었던 <소름>같은 영화와 비교할수 있겠다.
떠들썩하지 않되, 조근조근 얘기할줄 알고, 찢어질 듯한 음향효과로 귀를 혹사시키지 않되, 다만 서서히 조여드는 음향효과로 긴장감을 조성할 줄 안다.
얼토당토 않은 반전은 이제 그만. 그런대로 안정적으로 풀이해나가면서 환상이나 귀신 출현 따위에 의존하지 않고, 주변의 증언들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 해나가는 솜씨 또한 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매우 무서운 공포영화를 기대하고 갔다가는 실망할 것이다.
그러나 공포영화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찢고 자르고 고문하는 잔학성이 아니라, 한맺힌 귀신이 귀청 터질것같은 음향효과를 동반하고 등장해서 사람을 괴롭히는 등의 자극적이고 공허한 공포가 아니라,  내러티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괜찮은 영화가 될 것이다.

이 영화는 토속신앙, 그리고 기독교적 맹신을 소재로 삼고 있다.
귀신들린 아이가 등장하고, 그 아이를 둘러싼 이상한 사람들이 출현하면서, 아이의 실종을 둘러싸고 기이한 소문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이웃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언젠가 귀신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되기도 하지만, 막상 귀신은 등장하지 않고,
정작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귀신들리는 기이한 현상에 대한 생경한 공포보다도, 사람 마음의 이기적임과 잔학성이었다.
저마다의 욕망으로 충혈된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과 생각 자체가 호러이고 슬픔인 것이다.
감독이 전달하려는 얘기를 차근 차근 듣고 있다보면 욕망의 잔혹함에 소름끼치기도 할 것이다.

이 제목을 보고 특정종교를 결코 떠올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특정종교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신앙에 대한, 믿음에 대한 맹목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예정이라, 종교에 대해서 특별한 거부감도 호감도 없는 편이지만,
사람들은 왜 종교를 가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으려고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극장을 나오면서 해보았다.
맹목적인 믿음의 내면에 욕망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고 말할수 있을까.
내가 더 잘살게 되기를. 건강해지기를. 천국에 갈수 있기를.
그런 욕망 없이, 단지 순수하게 무언가를 믿고 있다고 말할수 있을까.
그리고 모든 것을 내버릴 정도로 무언가를 욕망하게 되었을 때, 그래도 이성과 감성을 간직할수 있을까.
누군가는 간절히 원하는 것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도 판다는데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그동안 누군가에게 줏어들었던 광신도들의 이야기를 떠올렸고, 이런 어처구니없이 비현실적이고 기이한 행태들이 인간세계에서는 전혀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참 씁쓸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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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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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발랄하고, 꿈에 가득차있고, 아름답다. 하지만 이것뿐이라면 그냥 보통 애니메이션과 똑같았겠지.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이 정말 재밌었던 이유는 외면적인 발랄함과 상큼함을 넘어선 마음 짠한 감동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모험하는 삶을 살고싶었던 꼬마들이 어른이 되어 결혼하게 되고, 여전히 마음속에 품어둔 꿈들은 삶에 의해 자꾸만 좌절당한다. 예측불허의 삶. 마음만큼 되지않는 일들.
겨우 그 꿈을 이루어볼까 했더니 할머니는 더이상 여행을 다닐수 없는 몸이 되어버리고, 할아버지는 홀로 남겨진다.
혼자 남겨진 자가 이루려는 두사람의 꿈.
하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꿈도 진화해야했던 걸까.
이런 저런 이유로 할머니와 꾸었던 꿈들은 좌절되지만, 그는 또다른 꿈을 얻게 된다.
아주 오래전, 그들이 자신들의 모험을 기록해놓을 거라던 책에 그들의 기억이 사진의 형태로 남아있듯이,
그들만의 파라다이스에 그들의 추억이 가득담긴 집만이 덩그라니 남아있는 마지막 장면은
묘하게 기분좋고, 또 묘하게 슬프더라.

월E가 크게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좀더 발랄한 애니메이션을 원하는 어린 아이들의 시선을 잡지 못해서라고 하던데,
사실 나는 월E보다 이 영화가 더 어른들이 보기에 좋은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싶다.
물론 주제가 "모험"이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도 무척 재밌게 볼수 있는 애니메이션이기는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을 더 깊이 느끼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꾸었던 "한때의 꿈, 그러나 지금도 마음속으로는 원하고 있는"이라는 필수조건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꿈을 꾸어보았던 사람들을 위해, 그 지나간 꿈들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또다른 꿈을 얻고 또다른 모험을 하며 살게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마음이 짠해지는 애니메이션. 좋구나.....허허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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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 Marley &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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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로 표현되는 가장 순수하고 즐거웠던 시절에 대한 향수. 왠지 눈물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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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플라이트 - Happy F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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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직업홍보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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