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눈먼자들의 도시 - Blindn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주제 사라마구 할아방의 첫번째 영화화된 소설이다.
사실 그다지 흥행 작가라고는 할수 없고, 또 작품의 색채또한 영화 장르로 호완되기에는 너무나도 다르지만,
어쨌거나 소재로만 보았을 때는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중에 블록버스터에 가장 잘 어울릴만한 설정 아닌가.
그렇다고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가 블록버스터라는 얘기는 아니다. 아니, 차라리 그랬으면 더 나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라고 말하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블록버스터를 벗어난 영화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타켓으로 삼아야하는 관객층을 잡기가 무척 어려운 영화같다. 흥행하지 못한다-에 한표를 걸겠다.
칸느 오프닝에 오른 후, 평단의 평가가 참담했다는 사실을 미리 보고 보았기 때문에, 그닥 기대는 하지 않고 보았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너무나도 많은 영화.
개인적으로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가슴을 치며 눈물을 줄줄 흘려가며 보았던 명작부류에 꼽고싶은 책이라, 이걸 영화로 옮긴다면 어찌되었든 간에 실망할수 밖에 없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평가한다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럭저럭 볼만한 정도. (그 점이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단점일 것이다. 딱히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은 없는데, 그렇다고 극도로 싫어할 만한 요소도 별로 없다. 여러모로 어중간하다.)

나는 소설을 보고 내용을 모두 알고 보았기 때문에, 거의 "확인"정도에 가까웠기는 했다.
그래도 원작을 무참히 망쳐놓은 "나는 전설이다"라던가, "미스트"같은 영화들보다는 훨씬 수준있긴 하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것은 보통 다른 영화들에서 기억상실증 환자가 병원에서 깨어날 때 눈앞이 온통 하얘지는 것같은 느낌의 색채를 무척 많이 사용했다는 점이다. (많이 사용했다기보다는 그냥 전체적으로 다 그렇다.;;;)
전체적으로 입자가 굵은 화질, 영화속의 "백색병"을 컨셉으로 잡은 듯 하얗게 날려찍은 색감들, 그런 면들이 여타 헐리우드 영화들과의 차이점이면서, 낯설게 느껴지는 점이기도 할 것이다.
소설과는 무대가 다르므로, (어디가 배경인지 확실히 등장하지는 않지만, 원작처럼 포르투갈은 아니다.) 다양한 인종들도 등장하는데, 산드라 오가 대통령으로 등장해서 어쩐지 반갑다. (몇씬 등장하지도 않지만;;;)
줄리안 무어는 여전히 줄리안 무어이고, 의외로 악역으로 등장한 가엘 가르시아의 모습은 어색하다.
역시 완전히 못된 놈으로 등장하기에는 악의 포스가 부족하다. 아모레스 페로스에서는 나쁜녀석의 이미지가 꽤 잘 어울리기도 했지만, 가엘 가르시아는 어쩐지 완전한 악당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는 찌질한 동네 깡패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다.
배우 연기는 그럭저럭, 화면이라던가 이미지도 그럭저럭, 그러나 소설에 비하면 한참 모자른 영화였다.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가 내게 그토록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아마도 주제 사라마구만이 표현할수 있는 정제된 대사의 감동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요즘은 코맥 맥카시가 그 뒤를 잇더라. 이제 세상을 쫌 아는 이 두 노인들의 대사발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내는 듯한 "괜찮아"같은 말에서도 눈물이 철철 나버리는 걸 어쩌나.
그런 점을 영화에서는 조금도 맛볼수 없어서 영화가 조금은 실망적이었을런지도 모른다.
완벽하다 생각하는 소설들은 스크린에서 보고싶지 않은 마음이 있긴 하지.
그저 상상속에서의 감동을 간직하고 싶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렛 미 인 - Let the Right One i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간혹 어떤 영화를 보다보면, 암담하다는 말밖에 설명할수 없는 영화들을 발견하곤 한다.
이전에 보았던 "스위트 세븐틴"이라는 영화가 그런데, 이 슬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뿌듯한 것도 아닌 뭐라 말할수 없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
보는 내내 마음을 졸이면서 보았던 이 "렛미인"도 그런 영화였다.
뱀파이어가 등장하지만, 공포영화는 아니며, 사실 영화가 담고 있는 소재 또한 왕따라는 전세계 공통의 뻔한 주제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토록 차고 불안정한 느낌이 드는 것은 영화속에 주구장창 등장하던 눈의 탓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 말 없이 쌓이는 눈, 그보다 더 하얀 아이들의 얼굴.
상황과 시간에 무방비하게 내던져진 듯한 느낌이었고, 영화속의 아이들의 상황도 그래서 더더욱 마음이 불편했다.
어떤 끝을 내더라도 암담했을 이야기. 해피엔딩이어도, 배드엔딩이어도 그랬을 것같다.

영화속의 거의 유일한 뱀파이어인 이엘리. 학교에서 왕따당하는 열두살 소년 오스칼.
새까맣다고 말할수 밖에 없는 오밤중에 눈속에 혼자 놀고 있는 오스칼에게 이엘리는 단도직입적으로
"난 너와 친구가 될수 없어"라고 말하지만, 결국은 친구가 되고 만다.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그렇게 될수 밖에 없는 이엘리와 왕따를 당하면서도 부모님에게는 털어놓을수 없는 소심한 소년 오스칼. 어차피 두 아이들은 세상에 홀홀단신으로 내던져진 아이들이었는지도 모른다.
혼자 있을때면 몰래 숨겨둔 칼을 꺼내들고, 자신을 괴롭혔던 아이들이 했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는 오스칼.
진정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실은 그 잔인무도한 아이들의 행동을 나름 멋있다고 부러워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스칼이 원했던 것은 자신을 왕따시킨 아이들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이 상황에서 도망치게 해줄 구원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죽이고 싶어하는 오스칼과 죽여야만 사는 이엘리.
이엘리의 초인적인 대범함과 오스칼의 나약한 자아는 너무나 다르지만, 그들은 서로를 사랑한다.
아마도 의지할곳이 서로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렛미인>은 공포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지나친 잔인함은 표현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무척 잔악하다.
소녀가 짐승처럼 인간에게 달겨들어 피를 빠는 장면 같은 것은, 여타 다른 뱀파이어영화와 다를 바 없고 어린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도 아니지만, 왜 그다지도 불편하게 느껴지던지.... 살기 위해서 그렇게 밖에 할수 없는 그 상황이, 열두살 소녀가 의지할 부모나 가족조차 없다는 사실이, 초대받지 않으면 안으로 들어갈수 없는 뱀파이어의 방식이 이 소녀 이엘리에게는 초대받지 못하면 마음이 산산히 부숴지는 고통과도 같은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이, 아마도 영화속의 냉정한 눈처럼 차게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원작소설이 있다고 하던데, 기회가 닿으면 읽어보고 싶다.
이 영화가 소소한 성과를 거두면 어디선가는 번역해주지 않을까.
원작소설에서는 미묘하게 아동성애를 다루고 있다고 하던데, 영화속에서는 전혀 표현되지 않는다.
다만, 영화속에 이엘리의 아버지처럼 등장하는 아저씨가 하나 있는데, 그 사람의 존재감에서 어렴풋이 짐작만 할 따름이다. 이엘리와 아저씨의 관계는 영화속에서 전혀 설명되지 않는데,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만 아버지라 소개하고, 둘이 있을 때는 노예부리듯이 대하는 이엘리의 행동이라던가, 아저씨의 맹목적인 희생이 묘하게 부모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던 것은 그런 느낌이었을지...
짐작이 맞다면, 그 아저씨의 눈물겨운 사랑도 참 가슴 아프구나.

아주 독특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아주 특별한 느낌의 영화였다.
단 하나뿐인 우정과 눈과 성장통과 죽음에 대한 조금 이상한 동화...
영화의 이미지가 무척 차고 시려서, 영화를 보는 내내 극장에서도 입김이 날 것만 같았고, 이가 시리다.
열린 엔딩 또한 해피엔딩인척 하면서도 무척 암담하다.
혼자 극장에서 보고 나오는데 머릿속이 멍하고 쓸쓸해지더라..



이보다 더 흴수 없는 아이... 어쩜 이렇게 하얄수가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쿄! - TOKY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취향 확실한 레오 까락스, 깨끗하고 귀여운 봉준호, 길잃은 미쉘 공드리....라고 요약해보는 영화.
큰 사건 없이도(물론 까락스편은 큰 사건이 있었다.) 그럭저럭 재밌게 볼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비틀어놓은 영화였다.

타락과 비루함에 대한 레오 까락스의 애정이랄까, 대담함이랄까는 이 영화 <도쿄!>에서도 나타나서 감독의 개성면으로는 최고였던 것 같고, 개인적으로도 가장 재밌게 보았던 것 같다. 일본에 살면서도 일본인들이 너무 싫어서 지하에 숨어살다가 간간히 나와서 일본인들을 괴롭히는 정체불명의 괴남자역의 드니라방의 포스도 절절 끓고, 역시 레오 까락스의 영화에는 드니 라방이 나와야 색깔이 확실해지는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의외로 코믹하기도 해서 참 괴물같은 영화이면서도 나름 귀엽다.흐흣...

봉준호의 <흔들리는 도쿄>는 가장 일본스러웠다.
주로 일본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일상의 모습들이랄까 그런 모습들이 가장 잘 반영되었던 것 같고,
아마도 같은 아시아사람이라 그런지 감성 역시 딱 일본, 한국 스타일이었달까.
아오이 유우도 예쁘게 나오고, 주인공으로 나왔던 히키코모리 아저씨의 연기도 훌륭했다.
한장 한장 사진같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색채 반짝이는 조명만은 정말 일본 사진같은 느낌이 가득했던 편이었지만, 살짝 공익광고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인지. 너무 건전해서 그럴까.
하긴 봉준호 영화가 지금까지는 그닥 삐뚤어진 점은 별로 없었지만서도, "히키코모리 여러분! 세상으로 나오세요!! 사랑은 당신에게 용기를 준답니다!!!"하는 공익광고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래도 거의 결벽증적으로 하얗고 깨끗한 색채들이 참 예쁘더라. 지진같은 사랑도.

미쉘공드리 편이 좀 아쉽기는 한데, 그럭저럭 볼만은 했다.
갈팡질팡하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이래저래 꼬여버리고 친구집에 자기 연인과 빌붙어 사는 여자의 오갈데 없고 쓸모 없어진 자신의 신세에 대한 단상과 그로 인해 아예 가구가 되어버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긴 한데, 초반부와 후반부가 잘 맞물리지가 않아서 어색한 느낌이 든다.
후반부는 미쉘 공드리 영화같은데, 초반부는 그렇지 않다.
초반부의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후반부의 이야기의 아이디어가 갑자기 생각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오히려 초반부를 짧게 줄이고, 이래저래해서 의자가 되어버린 여자를 더 많이 보여주었더라면 괜찮았을 것 같기도....

그래도 한편 한편 아주 떨어지는 편들은 없어서 이게 감독의 내공인가 싶기도 하다.
마감끝나고 처음으로 극장을 찾은건데, 세편 다 나름의 상큼함이 있어서 특별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넋놓고 보았던 것 같다. 특히 봉준호의<흔들리는 도쿄>의 영상들은 너무 너무 예뻐서 이걸 어딘가에 담아놓을수 있다면 담아놓고 싶었다. 또 영화의 프롤로그,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단면적인 도쿄 애니메이션도 귀여웠다.

부탁하지 않아도 이런 영화도 만들어주고.... 일본은, 도쿄는 좋겠다!
제목이 <서울>이었더라면 대체 무슨 얘기가 나왔을까?

p.s. 미쉘공드리의 <아키라와 히로코>에 갑자기 츠마부토 사토시가 등장해서 깜짝 놀랐다. 까메오?.
<아키라와 히로코>에서 히로코로 등장하는 여자는 놀랍게도 스티븐 시걸 딸이란다. 허걱....!!!
그러고보니 어딘가 닮은 것 같기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