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간혹, 염불보다 잿밥이 먼저 눈에 띄는 경우가 있다.
이 책, "굽이치는 강가에서"가 그랬다.
 
그래서 네 소녀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열 일곱 여덟살의 소녀, 소년들이 모여서 와인을 마시고, 자리를 피하며 "아, 그럼 실례-"하고 말하며,
등 뒤에서 날개를 보았다는 둥의 비현실적인 로망으로 가득찬 대사를 보며,
"난 뭔가를 알고 있어"라고 무언으로 말하듯, "후후..."하고 웃는 "성숙하다"는 소녀들을 바라보며,
나는 정작 이야기보다는 오로지 감상으로만 가득찬 비현실적인 글을 보았다.
(얘네들은 9일동안 합숙하면서, 잘도 차려먹더라...
보통 그 나이 아이들은 음식을 해본 경험이 적기도 하고, 음식을 한다는 것자체를 귀찮게 여기지 않나.)
온다 리쿠의 소설에서 좋아했던 것은 노스텔지아의 환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을 보며 아무리 그래도 참 너무 공주병이구나...하는 비비꼬인 생각이 들었던 것은 왜일까.
그런 사소한 가식, 화장실도 가지 않을 것 같은 미소녀들에 대한 환상이
나를 짜증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이 전체적으로 좋았다면, 그런 점도 그냥 넘어갔을 터이지만,
여류작가들의 박력있는 글을 좋아하는 내 취향과는 달라서
(이런 태도는 별로 좋지 않지만) 하나하나 걸고 넘어지며 코웃음치며 보았다.
 
구성이나, 이야기나 그닥 독특할 것도, 그렇다고해서 밝혀지는 사실이 충격적이거나 마음 아플 것도,
심리묘사가 잘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 아름다운 부분, 비밀스러워 보이는 부분만 부곽시키려 한 점,
가장 예뻐보이는 장면만 엄선해서 고른 듯한 느낌이 강해서,
마치 예쁜 소녀가 자신의 인생에게 불행이 깔려있다는 사실을 은밀히 즐기며
"나는 보통 사람들과 달라"하는 듯한 가소로운 인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등장인물 모두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초미소녀인데 누구도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온다리쿠가 만든 이 미소녀들에게는 인간적인 면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 아닐지.
이 소설이 "소녀적"이라기보다는, "비밀스럽다"기보다는,
소년이 짝사랑하는 옆집 누나를 바라보는 듯한 로망만 가득차 보이는 것은 또 왜일지.
 

책을 읽는 내내 <밤의 피크닉>과 <삼월은 붉은 구렁>의 작가가 맞는가 의심하면서 보았다.
너무나 실망적인 소설.  아니, 그저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의 내용이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
별점을 주자면 1점 정도 나올까.
하지만 아직까지는 온다리쿠를 믿어보기에 두개 정도는 줘야지.

p.s 왜 이 소설이 "마리아님이 보고계셔"와 겹쳐보일까?
백합물의 그림자가 스물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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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1983 2006-11-0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쓴 분 본인이 오히려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를 너무 의식하면서 보신 듯 하네요..

Apple 2006-11-0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닌데요..^^;;;마리아님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요..

werpoll 2006-11-25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동감이에요. 저는 추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