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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니스트
로버트 슈나이더 지음, 안문영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이야....책을 이렇게도 읽을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독서.
책이 뭐 어떻다는 얘기가 아니라, 바빠서 몸이 힘든데 뭔가 읽고는 싶고 해서 읽는다는게,
하루에 5분씩 열흘에 걸쳐 이책을 다 읽었다. 징하다 징해...
빠뜨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책 "오르가니스트".
그루누이가 후각의 천재였다면, 엘리아스 알더는 청각의 천재이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을 뒤흔드는 섬광같이 귀가 트여버린 엘리아스.
사람은 들을수 없는 세상의 소리들을 들을수 있는 엘리아스가 천재적인 음악가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 "오르가니스트"는 추하나 고요한 천재 엘리아스의 천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의 사랑, 엄마 뱃속에서 희미하게 뛰고 있는 태아의 심장소리- 그것에 매혹당해
그 여자를 한평생 사랑하게 되는 불행한 남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이 누렇게 빛나는 눈과 함께 엘리아스를 향해 쏘아버린 천재성은
행운의 선물이었을까, 아니면 불행의 시작이었을까.
그 눈 때문에 부모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살았고,
그 결과로 평생을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려고 하는 내성적인 사람이 되어버렸고,
유리 깨지는 듯한 목소리의 컴플렉스를 신이 준 청각에의 천재성을 이용해 교묘히 감춘다.
그의 인생은 가면-
추하나 솔직한, 자연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아온 삶.
누구에게도 진실할수 없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솔직할수 있을까.
지지부진하고 머뭇대는 엘리아스는 결국 고백한마디 하지 못한채 사랑하는 여자를 놓치고 만다.
"오라, 오, 죽음이여, 그대 잠의 형제여-"
잠든 자는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에 실패하고 자신을 옭아매던 모든 것에 허무함을 느끼던 엘리아스에게 그런 말이 들려온다.
잠든 자는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잠이 들지 않은 채, 충분히 그녀를 사랑하지 못한 자신을 학대한다.
잠의 형제인 죽음이 그에게 찾아올때까지.
마지막으로 혼자만의 사랑을 불태우며-
우리나라에 잘 소개되지 않는 오스트리아 작가의 소설이다.
눈에 익지 않기 때문에 다소 거칠어 보이고, 낯설긴 하지만,
주인공에게 국한되지 않고 주위 이웃들의 이야기에 눈을 돌리는 서사는 참 독특했다.
조금 산만해보이긴 했지만...
우울한 장송곡을 듣는 듯한 기분으로 읽을수 있는 소설.
"향수"와 비교하면 조금 거칠긴 하지만, 기이한 예술가의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