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4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더 이상 소녀가 아닌 19살의 앨리스(미아 와시코우스카 분)가 어쩌다 본의 아니게 또다시 들어간 이상한 나라는 예전에 겪었던 그 이상한 나라가 아니다. 십여년 전 홀연히 앨리스가 사라진 후 이상한 나라는 독재자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이 그녀 특유의 공포 정치로 통치하고 있었던 것. 물론 하얀 토끼와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쌍둥이, 겨울잠 쥐, 애벌레와 음흉하게 웃어대는 체셔 고양이 그리고 미친 모자장수(조니 뎁 분)는 붉은 여왕의 공포 정치 속에서도 정신없는 오후의 티타임을 즐기고 있다. 마치 어제 헤어진 친구를 오늘 다시 만난 듯 앨리스의 귀환(?)을 대환영하는 미친 모자장수와 그 친구들. 손가락만큼 작아져버린 앨리스는 모자장수의 정신없는 환대와 붉은 여왕의 공포 정치를 뚫고 이번에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랑해 마지않는 팀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데뷔시절부터 남다른 미치광이 괴기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팀버튼에게 딱 잘 어울리는 미치광이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작년부터 엄청 엄청 어어어어엄청나게 기다리고 있던 영화인지라, 최소한의 정보만 야금야금 받아먹고 왠만하면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막상 뜯어보면 어떨런지는 몰라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야기 자체와 팀버튼의 암울한 환타지의 조합이 꽤 근사하기 때문에,
그냥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는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 (내 마음은 이런데, 12세 이하 아동을 위한 초건전 환타지가 나와버리면 나 울어버릴테야!!!!!! 환상말고, 환각을 보여줘!!!!
그리고 이 영화는 3D로 보고 말테다!!!!!)

어린 시절 보았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내게 괴기 환타지에 가까웠다.
그 시절 우리 집에 있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삽입된 그림들이 너무나 무섭고 괴기스러웠기 때문에 더 그랬을런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갑자기, 다른 세계로 빠져버린다-는 설정은 이제는 환타지에서는 기본으로 깔려버리는 클리쉐에 가까워져버렸지만,
그 비슷한 설정의 <오즈의 마법사>는 그토록 환상적이고 따뜻했으며 동화스러웠건만, 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왠지 어린아이에게 어울린다기보다는, 술취한 알콜중독자의 환각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은 나뿐만이었을까.
이상한 세계관과 기이한 모습의 주인공들.
그게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기묘한 이미지인지라, 이 동화를 결코 어린 아이를 위한 모험 환타지라고는 결코 생각할 수 없다.

자, 팀버튼의 앨리스 개봉을 기념하야, 요런 어른을 위한 기괴한 환타지 영화들을 한번 모아볼까나.
이 주인공들은 어느날 갑자기, 다른 세계에 빠지는데 그게 참 환상적이면서도 기이하다.
근데 얘네들은, 대부분 삶 자체가 기이하다.

타이드랜드

개인적으로 세기의 미소녀가 아닐까? 싶은 조델 퍼랜드(훌륭하게 자라다오!!!!)가 등장하는 요 영화 "타이드랜드"는 마약중독자 부모와 함께 사는 소녀가 기이한 세계를 경험하게 되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정확히 말하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처럼 완전히 다른 세계에 빠져들지는 않지만, 혼자 놀아야하는 이 소녀가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일대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어른의 눈에서 보기에는 한없이 열악한 환경속에서, 그 모든 것을 놀이이며 모험으로 여기는 소녀의 모습이 어른인 내 눈에는 참 처연하고 끔찍하기 그지 없어서 몹시 아름다운 영상에도 불구하고 무척 찝찝한 기운을 남겼다.
영화속의 주인공 질라일라 로즈가 어른이 된후, 그녀가 겪었던 이 모든 경험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다면 대체 어떤 생각을 할까?
그래도 그녀의 인생이 즐거운 모험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아니면, 어쩌면 이 소녀에게는 모든 것이 놀이이고 모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정도로, 삶이 가혹하고 비참했던 걸까.
정말 알수 없는 4차원적인 영화이고,  마약중독에 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봐도 무방할 영화인데도, 냉정한 현실의 눈으로 보면 무척 서글픈 영화이다. 

판의 미로

어린이용 환타지인줄 알고, 아이 엄마가 아이의 손을 잡고 룰루랄라 극장을 찾았다가는 아이의 얼굴에서 비가 철철 내리는 경험을 하기 딱 좋은 요 영화 <판의 미로>는 애초에 왜 해리포터같은 느낌의 환타지로 광고를 때렸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영화이다.
영화속의 오필리아가 엄마를 따라 군인인 새아버지의 부대로 이사오면서 환타지가 시작되는데,
시작한지 20분만에 사람 목을 따는 잔인한 장면이 있어버리는 바람에 식겁했을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닐 것 같다.
오필리아가 겪는 환타지속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호러 게임에 등장하는 크리에이처들처럼 생긴데다가, (심지어 요정마저 징그럽기 그지없다.)더더욱 끔찍한 것은 이런 기이한 환상보다 어린 오필리아에게 내던진 삶의 모습이어서,환상으로 도피를 해야할지, 삶으로 도피를 해야할지, 어느 쪽을 고르기도 참 어려운 영화였었다.
그러고보니 <판의 미로>도 그렇고, <타이드랜드>도 그렇고, 열악한 상황에 빠진 아이들이 환타지로 빠져버리는 구나. 


비틀 쥬스

팀버튼 영화중에 가장 먼저 보게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어릴적 TV에서 봤었더랬지.)
행복한 신혼부부가 죽어서 유령이 되는데, 그 집에 다른 사람들이 이사를 와서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망쳐놓으려 하자, 이상한 유령 비틀쥬스의 힘을 빌어 가족을 쫓아내려 하는데, 시크한 현실 세계의 사람들과 순박하면서도 악의를 가지고 있는 유령세계의 사람들이 부딪히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무섭지는 않지만 기이하고, 괴기스러운 듯 하면서 언뜻 귀여운, 팀버튼의 초기영화들의 대표적인 색깔을 대변하는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초현실적인 색감과 장치들, 만화적 상상력, 괴기스러움과 유쾌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
정말 멋진 영화였었고, 앞으로도 이런 영화 나오기 힘들겠지.
(사실 나는 <비틀쥬스>보다는 <가위손>을 훨씬 더 좋아하긴 하지만, 위노나 라이더는 <가위손>보다 <비틀쥬스>에서의 역활이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록키 호러 픽쳐쇼

기괴하고 난해하고, 황당무계한 영화이지만,  컬트영화의 클래식이라고 볼수 있는 <록키 호러 픽쳐쇼>에서는 한 신혼부부가 길을 잃고 외딴 성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 성에 도달하면서부터 순박한 이 신혼부부에게는 기이한 환타지가 펼쳐진다.
내가 이 영화를 환타지라 얘기하는 이유는, 첫째 자신의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고, 둘째, 영화속의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현실이라보기에는 너무도 기이한 모습과 행동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가 고등학생 때였는데, 그땐 이미 이 영화의 주인공인 팀 커리와 수잔 서랜든이 나이도 어느정도 들었었고, 매우 유명한 배우였기 때문에
영화속의 두 주인공이 너무 어리고 너무 순박하게 보여서 일단 그 부분에서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1975년도 영화이니까 내가 그때 처음 보았을 때도 이미 이 영화는 20년하고도 몇년 더 나이가 먹은 영화였는데도 불구하고, 그 4차원적인 유머와 괴기스러우면서도 섹슈얼한 영화속의 모든 이미지들이 참 참신하고 독특하게 비춰졌었다.
몇년전부터 뮤지컬로도 나왔는데, 본다 본다 하면서 아직도 못본게 이제서야 생각나 버렸다;;;으악;;;; 

푸른 수염

작년에 유럽영화제에서 보고왔던 참으로 기이한 영화 <푸른 수염>.
영화는 두가지 이야기로 진행된다.
겁많은 언니를 놀리는 어린 동생이 언니에게 <푸른 수염>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이 두 소녀의 소소한 이야기들과 함께 푸른 수염 동화책 속의 이야기도 함께 펼쳐진다.
사실 이 영화는 참 기이하면서도, 아쉬운 점이 많았던 영화로 기억된다.
감독의 의도를 전혀 알수 없는 황당한 결말도 그렇고, 아무리 두 소녀가 푸른 수염 동화책을 읽기는 하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유명한 얘기를 거의 똑같은 방식과 전개로 스크린으로 보고싶은 마음도 없건만, 색다른 각색도 그닥 없는 이야기가 너무나 단조롭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화려하거나 기괴하기를 바랬지만, 어딘가 조악하기 그지 없는 배경이나 의상 또한 아쉽다.)
역시 까뜨린느 브레야 영화는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것만 확인하고 만듯한 느낌.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어른을 위한 초현실 스펙터클 꿈결같은 동화같다고나 할까.
한 스턴트맨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만난 꼬마에게 세상끝에서 온 다섯 전사에 대한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현실과 환상이 뒤엉켜 나와버리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영상자체를 확인한다는 느낌으로만 보아도 꽤 좋은 영화이다.
(물론 이 영화의 스토리가 못봐줄만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이 영상이 너무나도 우월하다.)
어디서도 볼수 없는 초현실적인 미술들. 그림인지 현실의 형상인지 알수 없는, 누군가의 말대로 살바도르 달리의 미술품을 스크린으로 풀어낸 것만 같은 희한하고도 경이로운 색과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어디서 줏어듣기로는 특수효과 없이 올 로케이션으로만 이루어진 영화라는데, 이만한 영상미와 색을 가질수 있다는 것이 참 놀랍다.
얼마전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아바타와 비교해보았을 때는, 개인적으로는 이 쪽이 훨씬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예전에 제니퍼 로페즈가 주연했던 연쇄살인범+괴기 환각 영화였던 <더 셀>의 감독과 같은 감독인데,  눈을 지배해버리는 강렬한 색감과 아주 선명한 꿈속의 이미지처럼 몽환적인 영상으로는 타셈 싱이 독보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글을 쓰려다가 참 이상한 영화를 하나 발견했다.
이 영화를 알게된 순간부터 영화포스터부터 엄청나게 끌리면서, 어떻게 이 영화를 보아야하나 혼자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데,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넘나드는 느낌의 영화인 듯 싶다. 스틸컷만으로도 충분히 자폐적이고, 기묘하고 섬찟하다.
아, 몹시 보고싶다!!!! 이런 영화는 어떻게 보나??!!!

 

  
앨리스 

Alice, Neco z Alenky, 1988
감독 : 얀 쯔반크마이어 

초현실주의 애니메이터 얀 쯔반크마이어의 처녀 장편 영화.

 앨리스는 진열장을 가위로 깨고 나온 흰 토끼를 쫓다가 지하 세계로 떨어진다. 앨리스가 가게되는 '이상한 나라'에는 다양한 괴상한 케릭터들이 있는데, 흰 토끼는 가슴의 뜯어진 틈으로 손을 집어넣어 톱밥이 묻은 시계를 몸 안에서 끄집어내는 박제이고, 애벌레는 핏발 선 의안과 의치로 무장한 낡은 양말이고 3월 토끼는 눈이 떨어져 가는 낡은 인형이며 도어마우스는 살아 움직이는 여우 목도리이다. 미친 모자 장수는 목제인형이고, 카드에서 방금 나온듯한 하트여왕은 보이는 족족 목을 잘라낸다.

 참고사항들. 영화 첫 부분에 앨리스가 하는 말은 "여러분은 이제 어린이를 위한 영화를 보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이다. 한편, 앨리스를 연기하는 아이가 촬영하는 동안 이빨이 빠졌기 때문에, 대사를 하는 앨리스의 입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에선 다른 여자아이를 썼다. 게다가 촬영하는 내내 인공니를 끼워줘야했으며, 심지어 아역배우가 자라나는데 맞추어 인공니의 크기를 늘려줘야 했다고. (puredew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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