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밀리언셀러 클럽 9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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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그럭저럭 무시무시하지만, 결코 비관적이지 않은 책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다카노 가즈아키 책을 읽고 있다보면, 비록 소재는 그럴지라도 언제나 어느 정도의 낙관적인 분위기가 흩뿌려져 있는 것 같다. 물론 지나치게 긍정적인 시선같은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런 낙관주의는 참 좋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어떻게 되지 않는다-같은...
단편이라고 해야할지 장편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 것이, 매 단락마다 내용은 다르지만 케이시라는 미래를 내다볼수 있는 남자가 등장하기 때문에 연작 단편으로 보아도 무리없겠다.

미래를 내다볼수 있다면, 또는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6시간후에 죽을수도 있고, 60년 후에도 죽을수 있으며,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생을 보내게 될지도 모르고, 바로 눈앞에 드라마 뺨치는 기가 막힌 사건이 발생할지도 모를 일. 주위에 미래를 내다볼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당연히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게 될것이다.
그래서 이 미래를 내다보는 청년 케이시에게는 언제나 자신의 미래를 알려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간혹 자신이 먼저 다가가 그 사람의 미래를 알려주기도 한다. 이 책은 케이시와 관련되어 자신의 미래를 알게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처음과 끝이 맞닿아있는 소설이다. 행복한 이야기 따위 하나도 없는데, 읽는 내내 꼭 행복한 동화처럼 느껴졌다.

표제작인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에서는 그닥 감흥이 없었는데, 두번째 단편부터 마지막까지 나는 빠져들고 말았다.
아주 독특한 이야기는 아니다. "시간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어린시절의 자신을 만나는 이야기는 이미 영화나 소설에서 여러번 보아왔던 이야기이고, 전체적으로 다소 밍숭맹숭한 이야기임에는 분명하지만, 왜 나는 이 책을 읽다가 눈물이 날 뻔했는지....
"시간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플롯 라이터의 고단한 삶이라던가, "돌하우스 댄서"에 등장하는 꿈을 잃어가는 어느 댄서의 이야기가 꼭 내얘기 같아서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누구나에게 주어지는 것이 꿈인 것은 아니지만, 내게는 확실하게 주어졌던 꿈.
오직 그것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한때는 여렸던 마음에 얼마나 많은 굳은 살이 배기게 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극본가가 되기 위해서 근근히 내일 하루 생활비를 걱정하면서 몸 아끼지 않고 일하는 플롯 라이터의 이야기.
열심히 노력했고 어딘가 특별히 잘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결코 눈에 띄지 않는 무명댄서의 이야기.
그 얘기들은 꼭 내 얘기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가 가슴이 따뜻해지다가 눈물이 날 것 같다가....그랬다.
그리고 다카노 가즈아키가 그들에게 주었던 운명이라는 것, 그 끝은 보여주지만 결코 그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 점이 냉혹하다면 냉혹하고, 배려심있다면 배려심 있는 결말 같았다.
내일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지치고 고단한 몸을 채찍질해 다시 달려나가는 것, 또는 현실에 좌절해 꿈을 잃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그 어느 삶을 선택하더라도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고, 어느 쪽도 어리석지 않은 선택이라고 내게 얘기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지더라.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래서 좋다. 누구에게 들어도 뻔한 위로같아보여도, 소설에서 읽으면 그 느낌이 다르다.
아마도 책속의 주인공을 나라고 감정이입하면서 보게되어서이겠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되더라도, 후회스럽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순간 순간 행복했더라면, 충실했더라면, 그걸로 괜찮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문득 내 미래가 궁금해졌다. 점쟁이라도 찾아가 볼까, 사주라도 봐볼까.
케이시같은 사람이 내 곁에 있다면 한번쯤 물어보고 싶다. 내 인생은 어떠냐고.
어쩌면 "너는 10년후에 죽어."라고 말하거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운명은 예정되어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 운명은 거스를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일은 누구도 알수 없다.
그 내일들의 사소한 변수들이 내 운명을 또다른 방향으로 이끌어줄지도 모를 일이다.
미래가 어떻다 하더라도, 어쩌면 내일은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
내일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또 다른 내일도 있으니 그리 찌푸리고 있지 말자.
아직도 살아갈 날들은 많고, 해야할 일도 많고, 수많은 내일이 남아있으니....
알수 없는 것 투성이인 인생, 그래서 모두 미래를 알고 싶어하면서도 현실에 충실해야만 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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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9-04-18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이거 단편집이군요
다카노 가즈아키의 단편집이라...여러모로 의미있는 작품 같아요^^

Apple 2009-04-19 02:50   좋아요 0 | URL
단편이기는 한데, 메인주인공이 하나 등장하는 단편이예요..^^
아주 막 흥미진진하지는 않은데, 읽다보면 마음이 따뜻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