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노 료이치의 <제물의 야회>는 2008년 내가 가장 재밌게 읽었던 일본 소설이다.
그 오버없는 묵직함과 쓸쓸함을 쥐어짜내는 소설을 지은 작가가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는 점도 좋았다. (유명한 작가의 흔한 스타일은 이제 질렸으니까...)
일본 미스테리 소설을 즐겨보는 사람들이라면 가입정도는 당연히 되어있을 <일본 미스테리 문학 즐기기>카페에서 "우리가 뽑은 2008 일본 미스테리"에서 <제물의 야회>가 1위로 뽑혔고, 당연히 <제물의 야회>를 봅아놓은 사람중 하나로써 기뻤으며,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1위에 뽑힐 정도로 재밌고 인상적인 작품치고는 읽는 사람을 그다지 보지 못했고 서점 서평들 또한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물의 야회>의 판매성적은 별로였나보다.
오늘 일미문즐 카페에서 접한 소식때문에 밤새도록 기분이 우울했다.
<제물의 야회>를 포함한 미스테리소설 시리즈 "미스테리박스"가 단 3권을 내고 없어지게 생겼기 때문이다.
 편집자가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시리즈도 없어지게 되는데, 잘 모르긴 해도 시리즈가 단 3편 나온채 사라지는 제일 큰 이유는 "미스테리 박스"시리즈의 판매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제물의 야회>, 그리고 아직 책장을 펼치지 못한 <벨카, 짖지 않는가.>
꽤나 독특한 책을 내는 출판사구나 싶어서 마음에 들었고, <제물의 야회>를 읽고나서는 가노 료이치에게 푹 빠져서, 가노 료이치의 모든 소설을 다 사겠다고 마음 먹었으며, 2008년에 읽은 시리즈 도서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시리즈였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스테리 박스 시리즈도 엄청 기대중이었는데....
없어진다니 이 섭섭한 마음은 어찌할꼬. 가노 료이치의 다른 소설들은 이제 대체 어디서 읽어야 할꼬.

먼저 잘나가는 놈이 더 잘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진심으로 안타까운 것은 유명작가, 인기작가라는 타이틀이 있으면 범작도 되지 못하는 소설들이 꾸준히 잘 팔리는가 하면, 아무리 재미있어도 이름이 유명하지 않으면 잘 팔리지 않는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들은 설사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더라도 계속 사모으는 독자 있는가 하면, 그 작가의 책 말고는 보지 않는 시야가 좁은 독자들도 있다.
물론 선택은 각자의 몫이긴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야가 좁다.
비슷한 멜로디의 음악이 아니면 잘 듣지 않기 때문에, 늘 비슷한 패턴의 가요들이 히트치는 것처럼.
가끔씩 새로운 뭔가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조금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어떤 책을 보고 좋아했던 작가라도, 실망적인 소설들을 연속해서 낸다면 내쳐버려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름만 보고 믿고 실망하면서도 꾸준히 구매해버리는 것은 작가와 출판사에게 안일함을 주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아쉽게도 그 유명세에는 걸맞지 않는, 종이가 아까운 소설을 내면서도 인기있는 소설가들도 있긴 있다. (물론 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말이다.)
단지 이 시리즈가 없어진다는 사실이 안타까운 것보다도 좋은 책도, 좋은 음악도, 거대한 시스템이나 유명타이틀이 없으면 묻혀진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슬프다.

비오는 밤이라, 안타까운 소식이 더 깊이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안녕, 미스테리박스......
집에 고이 모셔둔 <벨카, 짖지 않는가>나 읽으면서 아쉬움을 달래야지...흑....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itty 2009-02-13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그런 일이 있군요. 안타깝네요. 좋은 작가라는 소문이 꾸준히 퍼지면 다른 출판사에서라도 다른 작품 소개해주지 않을까나요? 일본 소설이 많이 쏟아져나오기는 하지만 정말 괜찮은 작품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죠.

Apple 2009-02-13 16:0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아무쪼록 지금이라도 입소문이 많이 퍼져서 제물의 야회만은 잘 팔렸으면 좋겠어요...에휴...

물만두 2009-02-1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ㅜ.ㅜ
아무래도 미스터리 마니아가 생각보다는 적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한 만명정도 부동의 마니아만 있다면 괜찮을텐데 늘 생각한답니다.
그 만명 모두가 만부정도 꾸준히 판매해주는 것이죠.
꿈이겠지요.
비도 오는데 씁쓸합니다.

Apple 2009-02-13 16:03   좋아요 0 | URL
저도 미스테리 마니아라고 할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급적 안읽어본 작가들의 소설도 재밌어 보이면 읽어보려고 하는 편인데, 생각보다도 읽었던 작가들의 작품만 읽는 사람도 꽤 많더라고요...
비도오는데 칙칙한 소식이지요..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