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키퍼 2
킴 에드워즈 지음, 나선숙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마음속에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넘쳐흐르던 때였다.
마음 착한 의사 헨리와 그보다 많이 어린, 그래서 보호본능이 절로 일던 아내 노라,
그리고 노라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던 아이.
더할 나위 없이 안락한 가정속에서, 미래에 태어날 아이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그들은 세상 어떤 것도 넘쳐나는 사랑으로 이겨낼수 있을 것만 같았던 부부였다.
그들이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그랬다.
 
눈이 내리던 어느 밤, 예정보다 일찍 시작된 진통, 눈이 너무 많이 내렸기 때문에 담당의사를 급히 호출할수 없어서, 헨리는 직접 자신의 아이를 받기로 한다.
남자아이라면 폴, 여자아이라면 피비, 산통을 느끼면서도 노라는 행복하게 아이들의 이름을 짓는다. 건강하게 남자아이가 태어난 후, 머지않아 또다른 진통이 몰려오고, 노라는 폴이라 불뤼게 될 아이의 쌍동이 여동생 피비도 낳는다.
하지만 건강하고 완벽하게 태어난 폴과 달리, 피비는 다운증후군에 걸려 태어난다.
두 아이를 받아낸 헨리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도 준이라는 여동생이 있었다. 그녀는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나 선천적으로 심장이 몹시 약했고, 12살이 되던 해에 죽었다.
동생을 잃은 상실감으로 어머니가 무척 힘들어했던 시절을 헨리는 떠올린다.
아이가 그렇게 태어난 것이 자신의 유전자 때문인 것 같았고, 노라가 받게 될지 모르는 상처가 두려웠다.
그래서 헨리는 피비를 버리기로 한다. 간호사 캐럴라인에게 피비를 장애아 시설에 보내도록 부탁하고, 노라에게 할 말을 여러 번 심사숙고해 생각했지만, 노라가 폴의 쌍둥이를 찾는 순간,
거짓말처럼 충동적으로 그 아이가 죽어버렸다는 말이 튀어나와 버린다.

한번의 거짓말과 그가 평생 간직하게 될 비밀.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상실감은 노라를 나약하고 신경질적으로 만들어가고 있었고,
헨리는 그 나름대로 노라에게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비밀을 안고,
튼튼하고 건강할 것만 같았던 가정에는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헨리는 노라가 선물해준 "메모리 키퍼"라는 카메라를 시작으로 점점 사진에만 빠져가게 되고,
그런 헨리를 바라보는 노라는 그가 쌓아가는 비밀의 벽에 부딪히며 겉돌기 시작한다.
말할수 없는 비밀을 가직한 자, 혼자만의 기억을 싸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헨리는
눈이 많이 내리던 그 날 이후로, 모든 감정을 닫아버린 듯이 살아간다.
그는 어린시절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던 가난이 두려워 음악을 하려는 아들에게 현실의 압력을 넣었고, 자신은 더 큰 비밀을 안고 있기 때문에, 노라의 외도를 알면서도 눈감아 준다.
그런 그의 모습이 아들에게는 사진으로 현실도피를 해버리는 비겁하고 나약한 모습으로,
노라에게는 철저한 무관심으로 비춰지고, 더이상 그들은 가정이 아닌 생활을 이어나간다.
 
한편,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피비는 어떻게 되었을까.
간호사 캐럴라인은 피비를 시설에 데려다주려다가 열악한 환경에 아이를 내버려 둘수가없어
아이를 들쳐안고 도망친다.
다른 아이들에게 자연히 시기가 되면 찾아오는 행동, 몸을 뒤집고 물건을 잡는 행동마저 열성을 다해 가르쳐야 하며, 남들 다 가는 학교 한번 보내려고 세상과 전투를 해야하는 캐럴라인.
남의 아이를 데려다가 이 무슨 고생인가 싶겠지만, 피비를 키우는 동안 캐럴라인 역시 변해가기 시작한다. 고아처럼 자라나 늘 외로웠고, 늘 혼자뿐이던 생활에 자신도 모르게 지쳐있었다는 것을 캐럴라인은 피비를 키우면서 알게된다. 그리고 피비 덕에 그녀에게 사랑도 찾아온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보이는 생활, 언제나 부지런 해야하고, 잠시도 눈을 뗄수 없는 생활. 그러나 캐럴라인이 헨리에게 말했던 말처럼, 그녀는 피비를 데리고 살아가면서 피할수 없는 어려운 상황을 많이도 겪었지만, 그와 함께 아이를 키우며 성장시켜나가는 행복감도 얻었다.
 

킴 에드워즈의 <메모리 키퍼>는 하나의 선택이 인생을 얼마나 바꿀수 있는가 보여주는 책이다.
어쩔수 없다고 느껴지는 선택, 자신의 아이를 버리면서까지 가족의 행복을 바랬건만,
결국 그 가족은 행복해지지 못했다. 아이를 잃은 상실감과 혼자만의 비밀은 그들의 결혼생활을 지배해버려서, 집은 서서히 균열되어가다가 결국에는 무너져버린다.
어쩔수 없는 선택과 그로인한 인과응보라고 생각해볼수도 있겠지만, 누가 헨리를 탓할수 있을까. 아이를 버린 죄로 그 세월동안 언제나 침묵했고, 사진속에서 늘 떠나간 딸을 그리워한 헨리를, 누가 단죄할수 있을까.
 
카메라는 비밀을 담는다는 뜻의 라틴어가 어원이라고 한다.
메모리 키퍼. 기억을 간직하는 사람. 헨리에게 주어진 카메라는 이처럼 비밀로 가득찼다.
깊은 상실감으로 가득찬 맥빠지는 책,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악인도 악인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책,읽다보면 애잔한 슬픔이 비밀스럽게도 흘러넘쳐서 나도 모르게 눈앞이 먹먹해지기도 했지만, 데이비드가 딸을 그리워하며 찍어쟀던 사진처럼 무척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가득찬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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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2-28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이 책 소개를 보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던 작품이에요^^
시즈님 서평으로 먼저 접하네요
헨리의 선택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하네요, 시즈님 말씀처럼 그만 탓하기도 어렵겠죠??
그의 심리갈등 양상이나 스토리전개가 무척 기대되는 작품이에요
서평 잘 보고 갑니다^^ (집중해서 3번 읽었음ㅋㅋㅋ)

Apple 2008-02-28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재밌어요..^^책도 술술 읽히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부드럽고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