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미녀 열림원 이삭줍기 15
로버트 쿠버 지음, 이성원 옮김 / 열림원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어디서 줏어듣기를, 동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원래 미녀가 오랜 잠에서 깨어보니,
잠자는 미녀의 아버지가 미녀를 강간하여 낳은 아이들이 미녀 주위를 뛰어놀고 있더라...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물론 구전되어온 이 동화의 원전이 어땠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지만,
몇가지 동화들은 꽤 에로틱한 코드를 은연중에 담고 있고,
후세에 그런 동화들을 기억한 사람들은 그 이야기의 여러가지 변형을 생각해낸다.
이를테면, 빨간모자가 늑대에게 걸리면 안되는 건 늑대에게 속된 말대로 "잡아먹힐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거나, 라푼젤을 돌봐주던 탑속의 마녀와 그렇고 그런 사이더라...하는 성인 버전의 동화로.
 
"잠자는 숲속의 미녀" 역시, 몇가지 에로틱한 코드를 담고 있는데,
이제 막 사춘기를 지난 소녀가 100년동안 잠을 자게 되는 것이 그냥 마법에 걸리는 것도 아니고,
하필이면 "찔레"에 찔려 잠이 들게 된달지, 무방비의 상태로 누워 있는 여자에 대한 환상이랄지.
(움직이지 못하니 왕자가 키스는 안하고 다른 짓을 할지 어떻게 아냔 말이지..)
로버트 쿠퍼의 "잠자는 미녀"는 익히 잘 알고 있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엽기적으로 변형해 놓은 코드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책속에 등장하는 왕자와 잠들어버린 미녀, 그리고 미녀를 마법에 빠뜨리게 한 장본인이자,
미녀를 돌봐주는 수호자인 노파요정, 세사람이 등장해 각자가 상상하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변형 버전들을 들려준다.
오로지 자신의 재미만을 위해 미녀에게 겁을 주기 위한 노파요정의 무시무시한 현실의 엔딩들,
그저 운명이 예정되었기 때문에 다소 짜증나는 마음으로 가시 덤불을 헤치는 왕자,
꿈속에서 자신의 귀에 속살대는 마녀의 쓰디 쓴 (그러나 훨씬 현실적인) 자신에게 예정되어있을지도 모를 엔딩을 들으며 무기력하게 누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멍청한 찔레 공주.
노파요정은 무려 42가지의 다른 버전의 잠자는 숲속의 공주이야기로 공주를 겁에 질리게 하면서도,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찔레 공주에게 "아이야, 네가 이 이야기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그러니"라고 말하며 차라리 꿈에 빠져있는 것이 나은 현실에 대해서 인생 선배처럼 다그치며 이야기해준다.

이 소설의 난점은 아주 짧은 이야기임에도 도무지 뭘 이야기하려는 건지 종잡을수 없다는 점인데, 꿈과 환상, 상상, 이야기가 뒤섞이면서, 공주가 정말 잠에 빠져있긴 한 건지, 왕자가 가시덤불을 헤치고 있기는 한건지, 노파가 들려주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사실인지 그냥 이야기인지 보는 내내 헷갈리기 때문이다.
역자 후기에는 멋들어진 감상평이 적혀 있지만, 재미에 눈이 맞춰진 나같은 평범한 독자로써는 그 의견에 동의하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들지 않고, 이것이야 말로 평론을 위한 평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를 끼워맞춘다면 대단하지 않을 작품이 세상에 있기나 할까.
모두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이겠지만, 이 이야기에서 역사를 빗대어 놓았다거나,
비슷한 이야기를 양산해도 긴가민가 잘 모르는 독자를 빗대어 놓는다는 둥의 의견은 그다지 느낄수가 없었다. (물론 내가 멍청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책 자체 보다도 논문에 가까운 장황한 역자후기에 어쩐지 마음이 꼬여버렸달까.
재미있을 뻔한 소설을 무척 난해하게 만들어버려서 나처럼 우매한 사람을 혼란시킨 작가도 쬐끔은 밉고....

단순한 독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나는 남이 읽어서 무슨 내용인지 알아볼수 없는 작품은
어떤 면에서는 실패작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의미가 아무리 대단한 들, 읽는 사람이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런 면에서 아주 많이 아쉬운 책이었지만, 감상평을 아주 간단히 줄여보자면
" 매우 헷갈리지만, 볼만하기는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쥬베이 2008-01-2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패러디한 작품인가 봐요~
느낌이 오는데요ㅋㅋ 와 정말 읽고 싶은 책만 늘어가네-_-

Apple 2008-01-22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로써의 재미는 별로 없으니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