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 - 이안 맥켈런 주연 영화 [미스터 홈즈] 원작 소설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1
미치 컬린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나이가 든다는 것은 겨우 자기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인간에게는 어쩔수 없는 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막을수가 없어서, 인생에 순응하듯 나이를 먹어간다. 동안이든, 노안이든, 나이가 드는 것은 마찬가지. 언젠가 세상에서 소멸한다는 것도 마찬가지. 소설속의 주인공처럼 독자들이 아는 그 시간, 그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는 인간은 한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에는 신도, 영웅도 없다.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의례 한번쯤은 읽어봤을 만한 추리소설의 고전이
아가사 크리스티 시리즈와 셜록홈즈 시리즈인데, 그중에 이제는 누가 들어도 "명탐정"이라는 고유명사처럼 되어버린 셜록홈즈의 또다른 이야기가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이다.
여러 작가들이 쓴 셜록 홈즈의 외전격되는 소설들 중 하나.
미치 컬린의 이름은 <타이드랜드>라는 소설로 내게 기억되었는데,(물론 책은 아직 보지 못했다.) 책을 읽는 내내, 셜록 홈즈 이야기와는 또다른 깊이와 매력에 빠져 작가마저 기대하게 되었다.
 
한때 세상의 모든 미스테리한 사건들을 다 풀수 있을 것만같던 영웅 셜록홈즈도, 언젠가는 늙는다. 이 책은 그 노년의 셜록홈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49세에 꿀벌에 빠져, 양봉에 남은 인생을 바치고, 로열젤리 매니아가 되었으며,
이제는 나이가 들어 기억력도, 통찰력도 예전같지 않은, 90세가 넘은 평범한 노인 셜록 홈즈.
어린 아이들은 싫어했지만, 한 소년을 바라보며 사랑스러움을 느꼈고,
살인사건을 다루기보다는 자연에 파묻혀 남은 일생을 보내는 홈즈의 모습은 몹시 평화로워 보이지만, 하루하루 줄어드는 남은 일생에 대한 불안감은 매일밤 그를 두렵게 만든다.

책은 일본을 여행했던 셜록 홈즈의 이야기와 양봉에 빠져 가정부와 가정부의 아들 로저와 함께 지내는 이야기,
그리고 49세 그가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은퇴했던 결정적인 기억을 섞어가며,
인생의 황혼과 불가항력의 인생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셜록홈즈의 모습을 그린다.
이야기 자체의 매력도라기보다는, 마음이 울렁대는 아름다운 장면들의 연출이 무척 수려하고,
노년의 홈즈가 느끼는 인간에의 연민이 깊이있게 표현된 멋진 소설이다.
작가 미치컬린의 아름다운 문장력에 반해 앞으로도 기대하게 될 것 같은 작가이다.
(<타이드랜드>는 정말 읽고싶은데, 왜 아직도 안나오는지..!!!)
 
로저를 잃은 가정부와 홈즈의 먹먹한 대화를 들으면서,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건지, 슬픈건지, 아련한건지 알수 없는 복잡다난한 감정을 느꼈다.
홈즈는 내게 있어, 전설에나 존재할 법한 영웅같은 명탐정으로써, 소설속의 개성적인 "캐릭터"로써 기억되었지만, 이 책 만큼 홈즈를 인간으로 느끼게 해준 책은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 중 하나도 없었다.
나이가 들면, 눈물이 늘어간다.
그것은 논리만으로는 어쩔수 없는 세상을 알고, 인간에의 연민을 알게되기 때문이다.
가끔씩 젊은이들의 입에서 "서른이 넘으면 죽어버릴 거야!!"하는 농담조의 극단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는데, 아직 서른이 되지 않은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겠지만, 더 살아보라고 늘 말하고 싶었다.
아무리 인생이 절망적이라 해도, 나이가 한살씩 먹어갈수록, 삶에 대한 집착과 사랑도 한살씩 먹어가는 것 같다.
쉽게 얘기할수 없는 것이 인생. 나 역시 더 살아봐야 알게되지 않을까.
인생이 뭔지 아무리 오래 살아도 결코 알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걸 찾아가는 과정은 분명 모든 것 중에서도 가장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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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1-0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년이 된 셜록홈즈 이야기, 특이하네요
서평을 읽으니, 인생의 쓸쓸함이 묻어있는 작품 같아요. 특히 노년의 향혼.
미스터리면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관심가는 책이에요^^

Apple 2008-01-0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내용자체의 참신성보다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책이예요.
사람에 따라서는 지루하다고 느낄수 있는 소설인지라, 선뜻 추천하기는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