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남자 밀리언셀러 클럽 76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전설이다>를 읽은지 꽤 오래되었기 때문에 잊고 있었다. 리처드 매드슨이 이렇게 글을 잘쓰는 사람인 줄은!!!!
특히 이 책은 <나는 전설이다>와 마찬가지로, 장편 <줄어드는 남자>를 포함해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들이 함께 실려있는데, <나는 전설이다>에 수록된 단편들에 약간 실망해서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들이 이렇게 재밌는지는 처음 알았다.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줄줄줄 재빠르게 읽어 내려갔는데, 최근 빠져있었던 독서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달까.
 
키 183cm의 건장한 아버지 스콧은 어느 날부터인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하루하루 조금씩 줄어들어 어느새 아내보다 키가 작아지고, 또 하루하루 조금씩 줄어들어 어린 딸보다 키가 작아진다.
처음에는 병원도 열심히 다녔다. 희귀병이기 때문에 병원비를 충당할수 없어졌을 때 쯤에는 병원에서 연구 목적으로 치료비 지원도 해주었다. 약도 먹고, 치료도 받았는데, 이 몹쓸 병은 고쳐지지 않는다.
하루하루 키가 조금씩 줄어들 때마다 가장으로써의 자신감도 줄어들기 시작하고,
세상이 자신을 만만하게 보는 것만 같아 매사가 짜증스럽게 느껴지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비겁하고 한심한 어린애같은 남자로 타락해가는 자신을 느껴가면서도, 스콧은 매일 매일 일상에서, 세상에서 줄어드는 자신의 존재감을 어쩔수 없다.
 
그렇게 작고 작아져, 찬 겨울 바람에도 날려가는 나약한 신세가 되었을 때는
그는 지하실에 남아 누군가의 구조를 바라고 있는데도 누구도 알아챌수 없을만큼 작아져버려서,
지하실이라는 거대한 정글에 혼자 남겨진 채 손수건을 잘라 옷을 해입고, 작은 흑거미와 싸우는
인간 세상에서 무존재에 가까운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제 몇일 후 그가 더 작아져 0센티미터가 되는 날, 그는 완벽하게 소멸해버리는 것일까.


매일 매일 줄어드는 키와 함께 사라져가는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비통한 심정과
타인의 불행을 잣대 삼아 자신을 위로하는 사람들의 이기심에 대한 통렬한 비판, 스릴 넘치는 거미와의 추격전, 거기다가 묘하게 가슴을 아리는 감동까지, 이 <줄어드는 남자>만으로도 올해 최고라고 말해도 좋을만큼  멋진 소설이었지만, <줄어드는 남자> 이후에 실린 단편들 역시 하나같이 재밌어져버리니, 이 책을 내가 올해 읽은 가장 재밌는 소설이라 말하는 것은 말해봤자 소용없는 당연한 말! 가장 인상적인 단편은 <2만 피트 상공의 악몽>과 <시험>, <배달>이었지만, 감히 모든 단편이 훌륭했다 말하겠다.
 
<2만 피트 상공의 악몽>은 예전에 TV에서 방영한 적 있던 <환상특급> 에피소드의 원작이라고 한다.(아쉽게도 나는 환상특급은 보았으나 이 에피소드는 못보았다.)
비행기 화장실에서 못 볼 것을 본 한 남자, 비행기 날개에 붙어있는 사람의 정체는 무엇일까.
리처드 매드슨 답게 신경질적인 긴장감이 넘치는 멋진 스릴러 단편이었다.
 
<시험>은 단편들 중 유일하게 씁쓸한 슬픔을 남기는 단편으로, 현대판 고려장과도 같은 느낌의 단편이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5년에 한번씩 시험을 본다.
너무 나이가 들어 인식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정부에서 데려가 그 노인들을 안락사 시켜 버리는 언젠가의 미래.
어느 가정에서는 할아버지의 처리(!!)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아들은 아버지가 시험에서 떨어지기를 바라는 반면, 부모에 대한 애정으로 복잡한 심정으로 시험을 기다리고,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시험에서 떨어지기를 바라면서도, 뒤돌아 눈물을 흘린다.
기어코 시험을 보기위해 떠나는 노인. 결과는 어떻게 될까.
가슴이 뭉클해지고, 쓸쓸해지는 단편이었다.


<배달>에서는 원초적 악인이 등장한다.
동네에 이사온 남자는 예의바르게도 이웃해있는 집들에 이사인사를 가는데, 이 남자, 뭔가 꿍꿍이가 이상하다. 평화로운 동네로 이사온 한 남자가 각 가정들을 도미노 무너뜨리듯이 파멸시켜가는 이야기. 짧지만 무척 임팩트가 큰 단편이었다.
 
그외, 사망자수를 예측할수 있는 남자가 등장하는 <홀리데이 맨>,
10년을 10분으로 단축시켜버리는 영화편집처럼 인생의 긴 시간들이 재빨리도 흘러가버리며,
주인공이 기억나지 않는 세월에 대한 허망함을 느끼게 되는 <몽타주>,
<결투>나 <파리지옥>처럼 현실에서 일어날수 있는 짜증스러운 사건을 긴박감넘치게 써내려간 단편들이나, 예약손님을 받는 이발소에 대한 섬뜩한 이야기 <예약 손님>이나, 버튼하나로 세상 어딘가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를 하나 죽이는 댓가로 돈을 받을수 있는 부부의 이야기 <버튼, 버튼>같은 괴담같은 이야기도 재밌다.
 
스릴과 극도의 긴장감, 신경질적인 감정선, 그리고도 인간이라면 느낄수 있는 고독감과 허망함이 담긴 리처드 매드슨의 <줄어드는 남자>.
나는 <나는 전설이다>도 참 재밌게 읽었지만, <줄어드는 남자>에서는 그의 소설이 완벽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겨울, 즐거운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리처드 매드슨의 더 많은 작품을 읽을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캬~정말 멋지다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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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1-03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을거 같아요. 시즈님이 이 정도로 추천하신다면요^^

Apple 2008-01-04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정말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