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 현대세계추리소설선집 3 현대세계추리소설선집 3
이언 뱅크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7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읽는 이언 뱅크스의 소설 <공범>.
내게 이언 뱅크스는 <말벌 공장>으로 기억되는데, 그는 사실 SF 소설작가라고 한다.
어쩌다보니, 유일하게 읽은 두 책은 그의 몇권 안되는 순문학들이었는데, 푸석푸석한 듯 건조한 문체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이야기의 아귀를 맞추어 나가는 솜씨는 여전하다.
<말벌공장>의 기억이 머릿속에 꽤 각인되어버린 건지, 이 소설 <공범>의 주인공 카메론을
어쩐지 소년이라고 생각하면서 보게되는 이유는 뭘까.
컴퓨터 게임, 마약, 술, 기이한 섹스...중독될 수 있는 것에는 다 중독되어버린 세상 귀퉁이에
세상을 비꼬며 살아가는 (그럼에도 전혀 행동할 생각은 없는) 염세적이고도 나약한 사춘기 소년같은....
 
책의 내용은 의외로 간단하다.
의문의 참혹한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냉소적이고 어딘지 반사회적인 저널리스트 카메론은
자신이 썼던 비평글속의 인물들이 살해된다는 것을 알게되고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이에, 카메론은 누명을 벗기 위해 기억을 더듬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너'로 표현되는 의문의 살인자를 책속의 인물들에서 찾기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이 책은 범인을 찾아야 모든 것이 풀리는 퍼즐게임은 아니기 때문에, 굳이 그런 점에 얽매이지 않고 봐야하는 책이다. 부패해 썩어들어가는 세상, 누구나 마음속에서는 품어보았을지는 모르지만, 누구도 결코 실행에 옮기려 하지 않는 살의. 범인의 살의는 악랄한 욕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세상 누구나 꿈꿔본적은 있어도 해본적은 없는 완벽한 정의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무척 독특하다. 정의를 잃어가고 있는 사회를 그린 무척 푸석푸석한 작품이다.
사실 소설자체에서는 그다지 감명 받을 것이 없었지만,
삐뚤어진 세상을 살아가며 단단히 세상에 매달릴 것이 필요해 무언가에 중독되어서
끊임없이 중독을 갈구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래전부터 위시리스트에 담아놓고 잊어버리고 있던 책들은 필요할때 찾으면 꼭 절판이다.
이 책이 딱 그런 경우.
오랜만에 이 책이 떠올라 결국 도서관에까지 가서 빌려오는 엄청난 노동(?)을 한 이유는
올해 보았던 <뜨거운 녀석들>이라는 영화에서 등장인물이 이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묘하게 옥의 티 같은 것은 잘도 찾아내는 나는, 잠깐 스쳐가는 그 장면을 찾아내고,
위시리스트 구석에 있던 이 책을 기억해내고, 결국은 읽고 말았다.
아아, 이 무시무시한 집착...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쥬베이 2007-12-15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재밌을거 같아요~ 염세적 분위기, 스릴러, 연쇄살인 와~ ^^
영화속 한장면을 보고 기어이 빌려오신 집념~ㅋㅋㅋ

아...이언 뱅크스 신작나왔어요 <플로베르를 생각하라>인가 뭐시기-_-

Apple 2007-12-16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저도 나중에 주문하려고 담아놓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