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큐리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아멜리 노통브 소설들을 천천히 끄적대다 보니,
함께 읽은 <머큐리>와 <공격>은 어쩐지 비슷한 느낌을 주는 한편의 시니컬한 동화같은 소설들이었고,
이전에 읽었던 아멜리 노통브 소설들의 특징에서 좀 벗어나 있으나
여전히 노통브 특유의 말싸움 대결은 주구장창 이어지고 있는 소설들이었다.
 
<미녀와 야수>의 고딕판 같은 느낌을 주는 머큐리는 한 부유한 (전직) 선장의 섬에서 시작된다.
선장 오메르는 폭격에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채 얼굴이 망가진 하젤을 양녀로 삼아
육지에서 고립된 섬에 같이 살고 있으나, 이제 곧 23살이 되는 하젤과 이제 곧 77세가 되는 선장 오메르의 관계는
단지 양녀와 양부사이만은 아닌데...
몸이 좋지 않은 하젤을 간호하러 육지에서 섬으로 건너온 간호사 프랑수아즈는
섬에 도달해 외로움에 지쳐있는 하젤의 이야기를 듣다가 둘 사이의 폭력적인 관계를 눈치채고
하젤을 구하기 위한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두가지 결말을 준비해놓고 있다.
다소 평범하게 이야기가 끝나는구나..했다가, 아멜리 노통브가 덧붙여놓은 또다른 한가지 결말에서
나는 알수 없는 통쾌함과 어이없음에 한참을 웃다가 잠잘 시간을 놓쳐버렸다.
섬에 갖힌 미녀, 미녀를 감금해 놓고 삐뚤어진 애정을 과시하는 남자, 그리고 섬에 갖힌 미녀를 구하려는 또다른 미녀.
고딕적인 요소와 함께, 동성애적인 코드, 아멜리 노통브 다운 시니컬하다못해 악의적이기 까지 한
등장인물들의 대사들, 신랄하고 삐뚤어진데다가 억지논리를 그럴 듯 하게 설명하는 고집쟁이들.
동화적이고, 다소 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부족한 부분은, 특유의 불꽃튀는 설전과 이상야릇한 결말로 충족시켜주고 있다. 그래서 노통브의 소설들이 언제나 그렇듯, <머큐리> 역시 짧은 이야기지만, 더러는 그 짧은 이야기조차 지루하고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머큐리>는 한편의 이상한 동화처럼 무척 흥미롭고 즐거운 작품이다.

그나저나, 아멜리 노통브가 한때 일본에 살았음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소설에 일본 이야기가 무척 많이 등장하는데, <머큐리>에도 역시 일본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떻게 이렇게 어떤 이야기든 일본이야기를 갖다붙일 수도 있는지도 신기하다.)
그녀의 소설속의 일본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사람이 일본을 사랑하는건지, 일본을 경멸하는건지
제대로 알수가 없단 말이야...
어떨 때는 꽤 많은 부분에서 일본식의 사고방식이 드러나는데다가 그러한 문화코드 자체를
신비롭게 여기는 것 같으면서도, 또 어떨 때는 신랄하게 비난하고 비꼬고 만다.
혹시 이런 것이 노통브 자신의 일본에 대한 애증의 감정일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본식의 탐미주의에 아멜리 노통브가 꽤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
그것이 잘 드러나는 소설들이 바로 <머큐리>와 <공격>이었는데,
이마저도 이런 삐뚤어진 탐미주의를 옹호하는건지 경멸하는건지는 확실히 알수는 없지만...
 
p.s 미치고 팔짝 뛰는 답답하고 짜증스러운 상황이나 사고방식을 만드는데 있어서
아멜리 노통브를 따라갈 사람은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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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12-09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동화같은 이야기였어요~
동성애적 코드는 아멜리 노통브 소설에 조금씩 묻어 있더라구요
서평 잘 봤습니다^^

Apple 2007-12-0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