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에 어느 순간 나는 내가 탐미주의자라는 것을 알았다.
꽤나 편식쟁이이던 어린 시절의 나는 '보기 나쁜' 그리고 '냄새가 이상한' 음식들은 절대 먹지 않았다.(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이게 무슨 탐미주의와 연관이 있나 싶겠지만, 음식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면에서 그랬던 것같다. 나는 언제나 무엇이든 '보기좋은 것'을 훨씬 좋아했다.
마음이 예뻐야 진짜 미인이라는 말은 절대적으로 공감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냉정한 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안그런척 성인군자처럼 내숭을 떠는 것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예쁘다'는 말을 그다지 하지 않는데, 동시에 '못생겼다'는 말도 그다지 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보고 '예쁘다'고 느끼지 않는 것은 내 마음에 찰만한 미를 가진 무언가를 만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고, 극한의 추함또한 만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 이상에 맞춰지지 않는 이상, 아무리 예쁘고 잘생기고 아름다운 미남 미녀라도
평범한 남자,여자와 그다지 다를 것이 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최상, 아니면 그저그런 것. 극단적이지만, 내 시선은 그렇다.
그래서 나는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못생겼다 해도, 어딘가는 괜찮은 구석이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모순같이 느껴지지만, 내게 있어 (내 눈에) 최상의 미가 아닌 이상은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의 경계는 모호해서, 오히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게 되거나 타인의 외모를 문제삼게 되지는 않는 것이다.
조금 더 예쁜 사람이 그보다 못한 사람의 외모를 헐뜯는 것이야말로 우물안 개구리의 자아도취적 폭력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외모를 잡아 험담을 늘어놓거나 냉소를 던지는 것을 무척 우습게 생각한다.
그러는 자기는 얼마나 잘나서?

미에 관한 아멜리 노통브의 시선을 알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 <공격>인데, 이런 나는 그녀의 미에 관한 의견중에 꽤 많은 부분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고, 또 이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머큐리>와 함께 동화같은 느낌이 풍겨나는 <공격>은 <노틀담의 꼽추>의 이야기를 은근슬쩍 데려오고 있고, 세기의 추남 에피판의 입으로 '얼굴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면서, 결국 마음좋은 추녀가 아닌 미녀를 사랑한 카지모도 역시 추악한 속물'이라 말하고 있다.
그렇다. 미녀에게는 아름다운 마음까지 바라면서, 미녀를 사랑한 추남은 그 열등감과 이루어질수 없을 사랑덕에 동정을 받아야하는걸까.
결국은 모두 이왕이면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책속에 주인공 추남 에피판이 미녀에게 빠진 카지모도를 속물이라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속물근성을 노골적으로 인정하고 여신처럼 아름다운 여배우 에텔을 사랑했듯이, 여배우 에텔 역시, 사람 좋은 척, 외모같은 것은 문제되지 않는 척 하지만, 결국은 아름다움이 척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넌 좋은 사람이지만, 너랑 사귀고 싶지는 않아. 그러나 속마음은 결국 넌 못생겨서 싫어.
이런 것이 간사한 인간의 마음이다.

외면과 내면의 미에 대한 젊잖은 허위에 대한 신랄한 공격을 퍼부어대는 <공격>.
몹시 공격적이고 음흉한 냉소주의자 아멜리 노통브다운 책이다.
<머큐리>와 함께 더불어, 동화같은 이야기이자, 고전의 이야기를 살짝 가져왔고,
또 미에 대한 적나라할정도로 솔직한 그녀의 시선을 알수가 있다.
그래. 적어도 이 여자는, 내숭은 떨지 않아서 좋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쥬베이 2007-12-09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보면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
<노틀담의 꼽추>이야기를 다시 보게 됐답니다.

Apple 2007-12-0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오랜만에 아멜리 노통브 책 읽으니까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