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합본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상수 옮김, 배미정 그림 / 신세계북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보면서 문득, 교과서처럼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곤욕스러운 일일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아무 생각없이 읽다가, 중간쯤 보다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 책이 논술 관련도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부터 책 읽는 속도가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했는데, 과연 교과서적인 독서에 대한 반발심 때문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교과서에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찾은 듯 주제의식 따위를 찾으며 읽는 것처럼 되었으니 수년간 반복해왔던 기계적인 교육방식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 영향력을 가졌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일까. 교과서처럼 읽지 않을수록 즐거워지는 것이 소설의 세계.
수능과는 한참 떨어진 나이에 읽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무척 유쾌하고 재밌었다.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세상에 대해 다룬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느 세상에나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인간군상들로, 이름도 없고 쥐도 잡지 않는 평범한 고양이의 시선에서 서서 인간이라는 족속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인간의 눈으로 볼때, 우리는 이들에게 부러움을 느끼기도 할테고, 혐오감을 느끼기도 할테지만, 주인공이 고양이인 이상, 그런 모습들이 곱게 보일리가.
'겉멋든' 학자인 고양이 주인과 그의 잔소리쟁이 아내, 헛소리를 늘어놓는 허풍쟁이인 미학자 메이테이, 늘 요상한 연구를 하고 있는 간게츠군, 딸을 시집보낼 생각으로 이남자 저남자 재보는 아줌마 하나코.
서로가 서로를 업신여기면서도, 한구석으로는 서로를 부러워하는 인간들.
고양이가 보기에 인간은 얼마나 쓸데없는 데 온신경을 쓰고 살아가는 동물인지,
하는 짓이 하나 하나가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겉으로만 우아한 척 하는 가식덩어리들,  자세를 낮추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에 잡힌 어리석고 간교한 인간들의 마음들이 유쾌하게 그려져있다.
 
풍자소설이니 뭐니 하고 얘기를 할수도 있겠지만, 일단 재미로 읽은 소설이다보니
어쩐지 인간의 모습보다 소나무 미끄럼틀을 좋아하고, 사마귀나 매미를 괴롭히는 고양이의 모습이 더 흥미로웠고, 인간을 비꼬아놓긴 했지만, 꽤 유쾌하게 그려져있어서 분량이 꽤 되는데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읽을수 있는 책이다.
왠지 모르게 "샤바케"같은 소설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딱 그런 느낌으로 읽어나가면 즐거운 소설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의 세익스피어라고 불린다고 하던데, 과연 일본의 고전이란 이런 느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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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12-0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으신거 같네요~ 나쓰메 소세키 자주 접하고 싶은 작가에요^^
그런데 <그 후>인가 이건 별로였어요-_-

Apple 2007-12-03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글쿤요..^^ <그후>라는 소설도 있었군요;;;그..금시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