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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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오만한 세살이 있을까.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고, 사람들이 자신의 사랑스러움에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 생각한다. 못이기는 척 애교를 떨어 자신을 사랑하게도 만들고, 자신이 너무나도 똑똑한 아이라는 것을 부모님이 알면 실망할까봐 선심을 베풀어 적당한 나이에 말문을 터기도 한다.
딱 아멜리 노통브 소설 캐릭터다운 오만하기 짝이없는 세살이 되겠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지나치게 사랑받고 자라난 아이들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인줄 알았던 것같다.그래서 본인이 원하기만 한다면, 모든 것을 자기 손악위에 쥘수 있다고 생각하고,
세상이 자기 발아래 굴러가는 줄 아는, 그런 아이들이 세상에는 있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되바라졌다거나, 자기밖에 모른다고 하거나, 또는 부모가 잘못키웠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타인의 마음같은 것은 이차적인 문제이다.
일단은 자신의 굶주림과 자신의 외로움, 자신의 만족감이 중요할 뿐이다.
나는 순자가 주장했던 성악설을 믿는 편인데, 바로 이런 자신밖에 모르는 소악마가
세상을 살아가며 여러가지를 교육받고 자신의 마음이 중요하듯 타인의 마음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되면서부터 이 어린 소악마들이 비로소 인간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설속의 세살짜리 영악한 주인공은 신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정착한다.
아직도 배워야할 것은 너무나도 많겠지.
이 세살짜리가 겨우 자살 비슷한 사건으로 인해 인생을 깨달았다고? 웃기는 소리.
(게다가 본인이 마치 퇴폐적 탐미주의에 심취한듯 자살사건이라 명명하는 그 사건은
타인이 보기에는 명백한 '사고'가 아니었던가.)
단지 죽음과 삶의 차이를 깨달은 것이 아닐까.
자신을 사랑하고 보살펴주는 사람만이 살 가치가 있는 인간이라 여기는 극단주의자인 이 오만한 세살이 먼저 깨달아야하는 것은 어린 시절 자기합리화처럼 되뇌인 삶과 죽음의 대한 겉멋든 철학보다 삶과 살아있는 것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재미의 여부를 떠나 간단히 읽기에는 술술 잘 읽히고 괜찮은 책이었는데,
읽다보니, 아멜리 노통브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고 어쩐지 기분이 꼬여버렸다.
(나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많이 이용하는 작가들이 불편하다. 자기 삶이 마치 소설처럼 드라마틱하다고 착각하는 지나친 자기애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또 하나는 소재 고갈에 대한 안일한 대처방법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공주병에라도 걸린 것 아닐까.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고보니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지배했던 집요하기마저한 자존심 대결은 어찌보면 자신의 의견이 절대로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벽창호같은 어린 아이의 고집같았다는 느낌도 든다.
마음에 들지 않는거지. 자기 멋대로 흘러가지 않는 세상과 사람이....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에 한참 심취해 있다가 더이상 읽기를 포기했던 것은
'독특함'이라는 겉포장을 벗겨놓고 나니 그 이상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기 때문인 것같다.
"난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 "난 독특해." "난 세상에서 보기 힘든 종류의 사람이야."
자신을 이렇게 착각하는 사람의 말처럼 실소를 자아내는 사고방식이 또 있을까.
세상이 광고하듯, 아멜리 노통브는 천재가 아니라, 태생적으로 오만한데다가 공주님처럼 키워져 자기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세상에 영 마음이 불편해진 한 인간일 뿐이라는 점을 본인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설가가 굳이 천재일 필요가 없다는 점과
독특한 자극성같은 것은 한때 반짝하고 금새 사라질 뿐이라는 점도...
그래도 오랜만에 집어든 김에 그간 안 읽었던 아멜리 노통브의 책들을 좀 들여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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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11-2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즈님~ 아멜리 노통브 다시 읽기 시작하셨네요^^
아멜리 노통브...공부끼가 좀 있긴 하죠ㅋㅋㅋ 저도 이 책 얼른 읽어봐야 겠어요~
서평 굿입니다^^

Apple 2007-11-27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오랜만에 읽었어요..흐흐..
쥬베이님 필을 받아서 오랜만에...^^
다른 소설들은 더 좋겠지요?^ㅅ^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