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더리스 브루클린 밀리언셀러 클럽 72
조나단 레덤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어릴 적에, 어떤 사람의 묘한 행동을 여러번 본적 있다.
알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고는 내가 "응? 뭐라고?"하고 되물으면 반드시 모르는 척 해버리는 것이다.그런 행동을 몇번 반복하고 나니,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을때 나는 당연히 모르는 척 해야한다고 생각했고,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한 나의 대처방법은 똑같았다.내가 "틱 장애"를 알게된 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고, 내게 그건 아주 대단한 발견이었다.
그 사람의 행동이 그런 부류의 장애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또 이 책으로 나는 또하나의 사실을 알게되었다.
투렛증후군. 틱장애를 동반한 일종의 강박증후군으로, 아마도 그 사람은 투렛증후군에 속했겠지. 다른 의미로 내게는 아주 인상 깊었던 책인데, 투렛증후군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게해주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강박적으로 단어의 조합을 만들어내고, 또다시 강박적으로 내뱉어야만 한다.
현대인들은 모두들 어느 정도의 강박증을 앓고 있다고들 하는데,
나 역시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자제할수 없을 정도로 강박적인 구석이 있어서,
이 책은 내게 있어서는 새로운 정보로써 꽤 재밌는 발견이었다고 생각한다.
 
투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주인공 라이어넬은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말도 안되는 단어의 말장난을 떠올리고,충동적으로 욕설을 내뱉는다.
이런 행동때문에 사람들에게는 늘 바보취급을 당하고,
어린 시절 몸담고 있던 고아원에서도 한번도 입양되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이런 라이어넬을 끌어안아준 것이 프랭크. 그의 투렛을 즐겁게 말장난으로 넘겨주고, 일을 주고 맥주를 준다. 그에게 있어 아버지 같은 존재였고, 동료를 만들어주었던 프랭크가 어느날 죽은 채로 발견되고, 누구도 믿을수 없는 뒷골목 세계에서, 라이어넬은 자신의 힘으로 프랭크의 죽음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끊임없이 터지는 라이어넬의 투렛처럼,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고, 다 읽는데에 시간이 꽤 필요한 책이다. 제대로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는가 싶으면, 라이어넬의 투렛이 느닷없이 튀어나와 진행의 이해를 흐린다. 그럼에도 내가 책을 끝까지 읽을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 어떤 매력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책에 쉴세 없이 등장하는 뒷골목 인생들의 욕설처럼, 이 책은 다분히 폭력적이고 비정한 매력으로 똘똘 뭉쳐있다. <엄마없는 브루클린>. 엄마 없이 자라온 라이어넬과 친구들에게 절대적으로 결핍되어있던 세상에 대한 믿음-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투렛을 내뱉는 라이어넬이 지키고 싶었던 것은 "엄마없는" 비정한 세상에서도 의지하고 믿으려 했던 우리모두가 잃어버린 신뢰에 대한 보상이 아니었을까.
그래... 살다보면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아마도 첫째로, 우리모두가 잃어버리는 것은 타인에 대한 신뢰이며,
마음속으로는 누구나 그런 불신감을 해소하고 타인을 만나 의지할수 있기를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슬리퍼스>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그 영화를 떠올린 것도 매우 오랜만, 제목을 기억하는데도 꽤 오랜시간이 걸렸지만...)
이 책은 꼭 <슬리퍼스>와 <파이트클럽>같은 영화들이 떠오른다.
어둡고, 폭력적이고, 비정하며 절대적으로 믿음이 결핍되어있는...
하드보일드가 원래 이런 장르라고는 해도,
최근에 나오는 하드보일드는 예전의 흑백영화같은 하드보일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드는데,
(굳이 표현해 보자면 벽돌색 핏자국같은 느낌이랄까.)
믿음이 사라져버린 요즘 세상에서 하드보일드란,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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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11-2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점 믿을 수 없게 되는 것도 일종의 투렛처럼 강박적인 우리를 표현하는 것 같아요.

Apple 2007-11-2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동감입니다.
라이어넬이 말하듯이 사회전체가 투렛증후군에 걸려있는지도 모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