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계절은 돌아오지 않는다.

미싱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8월

결국 누구나, 삶에서 자기자신이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결국 누구나, 나는 나, 너는 너로 존재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지만,
누구나 살면서 수많은 관계를 가지고 살아갈 수 밖에 없게되고,
내가 나로써 존재할수 있는 최초의 근거는 아닐지라도, 가장 중요한 근거중 하나는 타인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과 증오, 질투와 배신, 동경과 혐오-갖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인간관계-
그 속에서 나는 때로는 나약하게, 때로는 악랄하게, 끊임없이 변한다. 원하지 않더라도.
나는 아니라고 부인할지라도,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자신의 변화와 그에 따른 상실감.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시금 한번쯤 돌아보며 잃어버린 것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런 "누구나"의 이야기. 잃어버리고 후회하고 그리워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가
바로 혼다 다카요시의 <미싱>에 담겨 있다.

 
학생과 사랑에 빠진 선생님의 이야기 <잠자는 바다>.
어린 시절 사고로 잃어버린 동생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 <기도하는 등불>.
할머니의 부탁으로 한 노인의 삶을 추적하면서 비밀을 알게되는 <매미의 흔적>.
유년과 잃어버린 자신에 대한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 <유리>.
모든 것이 완벽해보이는 남자의 삐뚤어진 욕망에 대한 이야기 <그가 서식하는 곳>.
여섯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은 제목처럼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때로는 아련하게, 때로는 미스테리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들속에는 공통적으로 맥빠지는 상실감의 감상주의나,
그럼에도 아무 일없었다는 듯 정직하게도 이어지는 시간에 대한 권태로움으로 가득차있다.
개인적으로는 <유리>를 가장 감명깊게 보았는데, 아마도 주인공들의 연령이 나와 비슷하고,
나 역시 일상다반사로 느끼는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가 몹시 공감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한번 가지게 된 것은 놓치고 싶어하지 않지만, 어디 삶이 그렇게 되던가.
영원한 순간은 없다. 모든 것은 언젠가는 깨어지거나 비틀어지거나, 놓치게 마련이고,
수없는 상실감속을 살아가면서 참 많이도 무뎌진 자신을 문득 발견하는 것은 참으로 고욕스러운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 소중했던 기억을 놓아버리는 것, 아무렇지도 않은 기억들을 그리워하는 것.
특별해서가 아니라, 너무도 사소했기 때문에 문득 문득 그리워지는 순간들.
그리워하는 것은, 정작 잃어버린 사람이나 시간이 아니라,
살다보니 이전의 나와 너무도 달라져 버린 나 자신이 아닐까.
결국 잃어버리고, 변해버린 건 사람과 시간 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일테니까.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는가.
어느 순간 거울속의 내가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는가.
지나버린 순간들로는 돌아갈수 없음을 알기에 그리워하지는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