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의 두 눈은 겁이 가득 찬 두개의 웅덩이였다.
그녀는 내가 보지 못한 무엇인가를 본 것이다.
그 웅덩이안에서는 두려움이 타오르고 있었다.
나도 겁이 나고 의심스러웠지만, 그녀의 두 눈에 비친 나의 두려움을 보고 있을수가 없었다.
난 그녀에게서 확신과 위로를 얻고 싶었다.
그녀를 끌어당겨 꼭 껴안고, 서로의 이마를 맞대고,
내 마음속에서 새롭게 그녀에 대한 신뢰감을 불어 일으키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두려움에, 역시 그녀의 두려움으로 맞섰다.
부드러워야 할 그녀의 두 눈은 비명을 토해내지 못하는 두려움으로 번들거렸다.
그건 공격이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우린, 너무나도 많은 시간을 함께 지냈고, 또 많은 사랑을 나누었다.
그런데 갑자기 두려움이 끼어들어, 우리둘 사이를 위험하기 짝이없는 낯선 사람들로 만들어버렸다.
그녀는 돌아서서 도망가려고 했다.
난 뒤에서 그녀의 스카프를 움켜쥐었다. 애원하고, 변명하기 위해서였다.
나를 구원할수 있는 단 한사람을 붙들기 위해서였다.
그녀를 내 쪽으로 가까이 끌어당기면 당길수록, 그녀의 생명은 조금씩 더 사라져버렸다.
마침내 내가 원하던 대로 그녀를 내 바로 앞까지 끌어당겼을 때, 그녀는 죽고 말았다.
나는 그런 것을 원한 적이 없었다.
오로지 사랑해서 그랬는데, 결과는 반대로나타났다.
외로워서 그랬는데, 나의 외로움은 그대로 남았다.
그리고 이제 나는, 사랑이라고는 찾아 볼수 없는 혼자다.
-<코넬 울리치-뉴욕 블루스>중에서...
in 밤 그리고 두려움
남자는 사랑했다고 믿었고, 그녀를 잃지 않기 위해서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하지만.
여자는 도망치려고 하고, 그가 잡고 있던 그녀의 스카프는 그녀의 목을 죄어와
결국 여자를 죽여버리고 만다.
사랑이 착각이 되고, 집착이 되고, 독이 되는 순간.
코넬 울리치의 소설을 읽다보면 종종 저런 식의 장면들을 만나게 된다.
사랑했으나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 뻔함이 드러나는 비극적이고, 전위적으로 표현된 장면들과
한때 지독히도 사랑했던 현실이었으나, 결국은 환영처럼 사라지는 여인들.
아무렇지도 않게 읽어내려가다가 순간 쓸쓸함과 허무함에 마음이 싸해지는 그런 장면들......
환상속의 사랑. 환상속의 여인. 사랑에의 체념과 절망.
고독한 코넬 울리치가 꿈꾸고 있던, 의지하고 있던 마지막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