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내기들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우열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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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 풋내기들 2

 

   끝까지 비교해가며 읽어냈다는 기쁨보다는 숙제를 해결했다는 해방감이 앞선다. 목표 완수 뒤에 오는 허탈감은 이 작품을 끝까지 매달고 있어야 할 이유가 있었나, 하는 의구심으로 연결되었다. 마라톤 완주하는 사람들에게 딱히 큰 이유가 필요치 않듯이 그냥 비교해 읽기로 했으면 끝까지 가보는 거지 뭐, 하는 기분이랄까.

 

   확실히 레이먼드 카버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다만, 그의 소설에 엎어지겠는가 하는 질문을 해오는 이가 있다면 즉각 대답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17편의 길고 짧은 단편은 주로 가정 파탄, 가족의 위기 등에 관한 보고서로 짜여 있다. 술에 쩐 가장은 가끔 폭언과 폭력도 행사한다. 결혼 생활의 권태기쯤에서 오는 알콜 의존성 일탈과 폭력 그리고 후회를 직조하는가 하면, 생의 아이러니를 직감하고 받아들이는 과정과 삶은 그저 그렇게 흘러갈 뿐이라는 자각을 펼쳐보이기도 한다. 애매모호하게 처리한 심리묘사 속에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장치 같은 것이 숨어 있기도 하다.

 

   수수께끼처럼 다 말해주지 않는 노련함(이게 단순한 회피일 수도 있는데, 독자로서는 노련함으로 해석하고 싶어짐. 어떻게든 의미 부여를 해야 속은 기분이 들지 않으니까.)에도 얼비치는 비애 서린 가족애와 이웃에 대한 섬세한 시선 등등이 레이먼드 카버 특유의 연필질에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당분간은 레이먼드 카버를 들여다볼 일은 없을 것 같다

 

  나처럼 비교해가며 읽고 싶은 사람은 어쩔 수 없으나 굳이 시간 빼앗겨 가며 수고할 필요가 없다. 레이먼드 카버를 읽고 싶은 독자라면 <<풋내기들>>로 족하다. <<사랑을 말할 때~>>는 읽지 마시길. 고든 리시의 장난질 말고는 더도덜도 아니더라.

 

**괄호안 제목은 <<사랑을 말할 때~>>

 

 

8. 여자들한테 우리가 나간다고 해(여자들에게 우리가 간다고 말해줘)

빌 재머슨과 제리 로버츠는 불알친구이다. 제리는 대학 3학년 때 캐롤과 결혼했고, 그녀는 빌과도 친했다. 머잖아 빌도 린다와 결혼했다. 캐롤과 린다도 잘 지냈다. 권태를 느낀(?) 제리는 빌에게 일탈을 부추기고 둘은 지나던 여자애 둘을 꼬신다. 빌은 단순히 섹스를 원하고, 제리는 빌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 채, 같은 바위에서 빌의 몫인 여자까지 섹스를 했다. (이건 뭥미? 제목과도 도저히 연관이 안 됨)

<의문점>

100제리가 보기엔 그녀가 바로 그런 방식으로 자기를 쳐다본 것 같았다? -원본에는 없는 문장. 낚시용 문장. 원본에는 <제리와 눈이 마주치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 아마 빌보다 제리가 못생겼다는 의미가 아닐지.

100다시 만나? - 소녀들이 공원(페인티드 록스, 사랑을~에서는 픽처록)에 간다는 사실을 말했기에 거기서 만나자는 뜻. 사랑을~에서는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이해 불가.

100그건 가방 안에 있어. -원본에서는 없는 말. 역시 미끼.

101우린 해냈어. - 여자애들을 쉽사리 꼬셨다는 뜻. 사랑을~에서는 무슨 말인지 이해 불가.

 

- 우울증과 피로(네 딸에 또 임신 중)에 찌든 제리는 어린 여자애들과 놀아날 생각을 하고 사고 방식이 제대로인 빌은 애들이 너무 어린데다 집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리는 기어이 갈색머리를 겁탈하고 돌덩이로 여자애 얼굴을 내리치고 목을 조르고 또 돌을 내리친다. 빌은 작은 여자를 따라갔지만 해칠 마음은 없고 겁이 났다. 빌은 제리의 잔인한 모습을 목도했다. 소녀들 자전거 중 한 대만 없애버리면 이 일과 관계없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맥 빠진 제리가 자신에게 어깨를 기대자 그를 토닥이며 눈물을 흘린다. (운명적인 우정의 장난. 세상에나 이렇게 서늘하고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의 문제작을 이도저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리나. 원제목을 몰라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빌이 여자들(아내들)한테는 내가 (바람 쐬러 나간다고) 얘기할게.” (사랑을~에서는 여자들에게 다녀온다는 얘기를 할게.” 이 장면에서 따온 것 같음. 그렇다면 <<풋내기들>> 제목이 번역을 맞게 한 것임.)

 

 

9. 당신 뜻에 부합한다면(청바지 다음에)

패커 부부는 주말 여가로 마을의 빙고 게임장을 찾는다. 그곳에서 시건방진, 청바지를 입은 젊은 커플을 만난다. 그들은 돈을 내지 않고 게임을 하는 속임수를 쓰는데 빙고가 터져 행운을 거머 쥔다. 돌아오는 길, 그들 걸음걸이조차 건방져 보인다. 집에 돌아온 아내는 하혈(?)을 한다며 주치의를 만나야 할 것 같다며 남편에게 기댄다. 왜 그자들이 아니라 아내에게 이런 일이 닥치는지 모르겠다. 그는 문단속을 하고 자수를 놓는다. 용골(선박 아랫단 척추 역할) 위에 올라선 남자처럼 손을 흔들고 있다고 믿으려 애쓰면서.(, 애매모호해요. 제목과도 연결이 안 되고, 뒤집어진 배처럼 씁쓸한 초로의 풍경?)

 

-제임스는 뜨개질 취미가 있고, 이디스는 관심이 없다. 두 사람은 관심사가 다르다. 청바지 소녀 커플은 히피족이다. 이디스는 히피족이 속임수를 쓰든 상관하지 않지만 제임스는 그들을 신경 쓰느라 제 게임에 집중하지 못한다. 이디스는 하혈하는 것을 앞에서도 내비친다. 괜히 히피 커플의 자유와 젊음이 부러워 심통이 난다. 제임스는 알콜 중독자 모임에 나간다. 거기에서 바느질 권유를 받아 시도했고, 뜨개질도 해 소품을 만들어 손주들에게 선물했고 제법 큰 물건들도 뜨개완성을 했다.

그날밤 바느질에 몰입하지만 속임수 히피 커플을 생각하면 부아가 인다. 실은 속임수를 썼다고 해서 히피가 이길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아들, 교통사고로 죽은 아버지가 있다. 아내가 암이 아니고 흩어져 사는 자식들을 위해 기도했다. 끝내 히피 소녀와 미워죽을 것 같은 남자에 대해서도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 삶과 죽음 모두를 위한 기도. “당신 뜻에 부합한다면.” - 이 역시 <<풋내기들>> 원작이 제목도 맞고, 집필 의도도 살렸다. 편집자본인 사랑을~에서는 결말 부분도 매끄럽지 않고, 제목도 전혀 맞지 않음. 독자의 상상력이 편집자에 맞추기에는 터무니없이 말이 안 되는 제목과 결말.

 

 

10. 집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물이 이렇게 많은데(너무나 많은 물이 집 가까이에)

친구 셋과 낚시를 갔던 남편은 강물 나뭇사이에 낀 시체를 발견하고 낚시 캠핑이 끝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아내인 나에게 말한다. 나는 장례식에 들른다. 그곳에서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도 듣는다. 집에 돌아오니 남편은 위스키를 마시고 있고, 아들 딘은 아직 오지 않았다. 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남편은 나에게 필요한 중요한 일부터 하겠다며 블라우스를 벗긴다. 그가 뭐라고 중얼거리지만 (집 주변에?) 많은 물이 흐르니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나는 딘이 오기 전에 남은 단추들을 내 손으로 푼다.

(범인이 아들이라는 암시. <<풋내기들>> 읽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가장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소설이라는 느낌. 말할 수 없는 당혹감과 괴로움 및 소통 부재 앞에서 어떤 위로도 받을 수 없을 때의 인간 상황. 의 이 정도의 편집이라면 괜찮지만 만약 <<풋내기들>>을 읽은 다음의 내용이 내 상상과 다르다면 이 낭패감은 어찌할 것인지. 일단 <<풋내기들>>에서의 이 단편을 읽고 판단하기.

 

-어쩌면 딘(아들) 얘기일지도 모른다는 대화의 복선이 빠져 있음. 시체를 발견했지만, 여행 첫날인데다 막 도착한 참이고, 강에서 차로 돌아가려면 5마일이나 걸린다는 사실이 빠져 있어 편집본은 시신을 너무 무신경하게 다뤄 의아함을 줌. 죽은 지 5일이 지났고, 강간에 교살이라는 신문 기사, “집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물이 이렇게 많은데, 왜 남편은 그 멀리까지 낚시하러 가야 했을까?” 이 문장에서 제목을 따왔음을 알 수 있다. 편집본은 애매함. 나는 심리적으로 남편을 의심하고 있으며 뭔가 서운한 나머지 남편 뺨을 때린다. 남편은 알콜에 의존하고 있으며 나는 약간의 우울증이 있다. 둘은 소통부재를 겪고 있다.

지난날 남편과의 삶에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싸움 끝에 이 정사가 폭력으로 끝날 것이라고 남편이 말한 적도 있고, 두통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의사에게서 위안을 받기도 한다. 별일 없는 것 같지만 나의 내면에는 뭔가의 균열이 있는 상태. 남편은 잦은 터치(스킨십)로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 남편에게 나는 연민을 느낀다. 남편은 딘이 범인이라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눈치 채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 먼곳까지 낚시를 간 것일까(확인 차). “나는 딘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고 심장이 덜컥한다.”에서 나는 확실히 알게 된다. 두 책 단편 중 편집자가 손을 많이 댄 축에 속하는데 그나마 이 작품이 원작에서 덜 멀어져 있다는 안도감 같은 게 인다.

 

 

11. 멍청이(우리 아버지를 죽인 세 번째 이유)

멍청이란 뜻을 지닌 더미는 말을 못하는데 직장인이다. 아버지가 보여준 배스가 나오는 잡지 영향으로(?) 배스를 웅덩이에서 키운다. 나와 아버지가 배스 낚시를 하려하자 강력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낚싯줄이 끊어지고 만다.

강이 범람하는 겨울 더미집에 가보니 물고기 대부분이 휩쓸려나갔다. 더미의 슬픈 표정. 점점 우울해진 더미는 (무슨 갈등인지는 나오지 않지만) 망치로 아내를 때려죽이고 자신도 물에 몸을 던졌다. 시체를 건지는 것을 보러 간 나는 아빠가 여자를 잘못 만나면 저렇게 된다는 얘기를 듣는다. 아빠의 그 말은 진심이 아니고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몰라서 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더미가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는 하는 일마다 잘 안 됐다. 아버지는 진주만과 할아버지 근처 농장으로 이사간 것 외 세 번째로 더미 때문에 죽음(인생허무)을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절반도 -”라는 의미가 아내에게 뭔가 잘못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드러나지 않음. 원작에서 그 이야기를 찾아보자.)

 

-아버지를 죽인 이유가 아니라 아버지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못 박음. 고든 리시 편집본에서는 자극적인 은유로 독자를 홀리는 경우라 하겠다. 아버지가 그렇게 된 이유도 첫째가 멍청이로 먼저 나온다. 진주만도 진주만 사건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해준다. (이건 번역자가 다르니 단순 번역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더미가 배스를 연못에 풀어놓게 된 것도 아버지의 권유에 의해서임.

아버지의 친절에 더미(여기서는 멍청이)는 아버지를 친구로 의지함. 더미의 아내는 냉정하고 의심이 많음. 아버지는 멍청이와 친구니 배스가 자라면 송어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배스 낚시를 할 수 있을 것에 기뻐함. 하지만 더미는 배스에 집착해 아무도 자기집에 들어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성어가 된 배스 낚시를 허락받는데 나보다는 겨우 아버지한테만 허락한 상황이라 내가 낚는 걸 탐탁지 않게 생각해서 방해를 함.

강이 범람해 연못과 강의 경계가 없어져 배스 가두리는 무의미해짐. 더구나 더미의 아내는 멕시코 남자랑 바람이 남. 더미는 점점 외톨이가 되어 감. 바에서 아내를 데리고 나와 트럭에서 죽이고 연못으로 뛰어듬. (더미의 죽음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 아내든, 우울증이든 혹은 설사 아버지의 권유에서 시작한 배스든 - 직간접적으로 우리는 무언가의 죄책감이나 자책에 시달림. 그냥 객관적이고 단순한 죽음일 뿐인데도.)

 

12. 파이(심각한 이야기)

버트는 크리스마스날 전아내의 집을 찾아 아이들과 선물 교환을 하고 나오면서 벽난로에 화염을 피우고 파이를 훔쳐(?) 나온다. 차문을 열다가 파이 하나를 떨어뜨린다. 다음날 사과하기 위해 베라를 찾아가는데 베라는 불을 지르려고 한 거냐고 따진다. 베라 아닌 다른 사람의 기척이 밴 것은 질투심(?)에 못견뎌한다. 남자와 통화하는 베라를 보고 코드를 칼로 잘라버린다. 접근금지신청을 하겠다고 하자 그는 재떨이를 던지려한다.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빼먹은 감이 있다. 그는 진입로에서 파이를 피해 차를 탄다. 재떨이를 가져오는 바람에 운전하기가 쉽지 않다. (깨져 버린 부부 관계에 집착처럼 전부인의 집 물건에 집착하는 남자의 이야기?)

 

-통나무 8개를 화로에 넣고, 쌓인 파이를 들고 나옴. 알콜의존형 버트. 딸 테리는 (엄마의) ()약에 손을 댐.

330버트는 그로써 자기가 아직도 그녀를 사랑한다는 걸, 그리고 자기가 질투한다는 걸 확실히 보여줬기를 바랐다. - 이 문장이 빠지면 안 되는 거였음. 원본에는 재떨이 가지고 나오는 장면 없는데, 이건 편집자본도 나쁘진 않지만 이미 스스로 화해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버트이기데 무의미하기도 함.

 

 

13. 평온함 (고요)

이발소에서 이발을 하면서 삼대가 사슴 사냥에 나간 수위의 이야기를 듣는 나. 친절한 이발사는 수위에게 수위의 관심사인 사슴 사냥에 대해 물어준다. 사슴을 쏘았지만 놓쳤다는 수위 이야기에 늙은이는 당장 사슴을 찾으러 가라고 말한다. 옥신각신한 끝에 수위, 늙은이는 차례로 이발을 하지 않고 나간다. 이발사는 늙은이는 폐기종으로 곧 죽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잘 모르는 남자도 망설이다 나가버린다. 이발사는 내가 모든 일의 원인이라도 되는 양 이발을 계속할까, 말까 물어온다.

이발사의 손가락이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캘리포니아 크레센트 시에서의 추억. 그때의 고요와 그 손가락의 감미로움과 자라기 시작한 머리칼을 생각한다. -친절했던 이발사, 그 고요한 순간에 대한 회고담?

 

- 경비는 남의 이목을 즐기며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스타일이고, 늙은이는 그 잘난 척을 잘 받아주지 못하는 스타일. 대기하는 남자는 그들 싸움을 부추기고(이 장면은 편집본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음) 이발사는 중재하고 정리하는 분위기. 손님이 다 나가버리자 화가 난 이발사는 그 화풀이를 내게 하는 격(이 부분도 편집본에서는 잘 묘사되지 않아 왜 이발사가 나에게 이발을 계속할까 말까 물어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음) 새로운 손님이 들어오는 장면도 없음. 새로운 손님이 들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풀린 걸까. 이발사는 내 머리칼을 애인의 손길처럼 쓸어준다. 아내와 새 인생을 살려고 했던 그곳의 추억인데 어쩌다 그날 이발소 의자에 앉아 그곳을 떠나 뒤돌아보지 않기로 결심했는지. 머리칼 사이로 느껴지던 평온함과 손가락에 어려 있던 슬픔, 다시 자라기 시작한 머리칼을 떠올린다. -단순히 이발사에 대한 추억이라기보다 새 인생을 출발하려고 했던 그때의 순간을 이발사의 손길에 비유해서 쓴 것 같음.

 

 

14. 내 거야(대중 역학)

헤어지면서 아기를 서로 데려가겠다고 드잡이하는 부부 이야기.

-원본과 거의 같음

    

 

15. 거리(그에게 달라붙어 있는 모든 것)

중년의 부부는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밀라노에 왔다. 십대에 결혼했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아기가 아픈데도 사냥을 가고 싶어했던 소년 남편과 그것을 말리고 싶어했던 소년 아내. 그 시절을 떠올리며 감성에 젖는다. 아내는 남편이 그 도시를 안내해 줄 것을 기대한다.

-원본에서는 사냥 같이 하기로 한 칼네 집 현관까지 간다. 그곳에서 칼이 사냥이 뭐가 중요하냐고 이야기하고 칼은 집에 가봐야겠다고 말한다.

그날 아침 이후 힘든 삶이 있었음도 편집본에서는 빠졌다. 남편과 아내가 각각 바람을 피웠지만 둘은 춤을 췄고 서로를 품에 안았다. 모든 것이 얼어붙었지만 그들은 잠시나마 웃다가 웃는다.

    

 

16. 풋내기들(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나와 여자친구 로라는 멜네 집에 놀러갔다. 내 친구 멜은 결혼 전력이 있고(나와 로라도 그렇다), 정신과 의사이고 신학교에서 오 년 보낸 적이 있다. 정신적인 사랑을 믿는다. 테리는 멜과 살기 전에 만난 남자가 자신을 사랑한 나머지 죽이려 한 적 있다고 말한다. 가학적인 사랑도 사랑으로 이해하는 쪽이고 전남친을 연민한다. 로라는 타인의 상황을 판단하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하며 회의적이다. 테리의 전남친은 그녀가 떠나자 쥐약을 먹었고 권총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금은 죽었다. 테리와 멜을 끊임없이 위협했고, 멜은 당시 두려웠다. 멜은 테리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로라는 나와 별일이 없이 사랑하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테리는 그게 신혼이라고 그렇다고 응수한다. 멜은 전처를 사랑했다는 점에서는 테리가 전남친을 사랑한 감정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랑했고, 지치면 미워하고 새로운 사랑을 하고, 또 헤어지고 이런 것이 삶이니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멜이 말한다.

멜은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는 노부부를 치료한 이야기를 해준다. 사고 자체보다 서로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을 지닌 그들에 대에 마음이 아팠다는 사실. 아내를 볼 수 없는 절망 때문에 죽어가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

멜은 아이에게 전화하고 싶지만 전처가 죽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정도로 전화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 전처는 파산상태로 재혼도 하지 않고 새로운 남자친구와 사는데 멜이 다 부양하는 셈. 술이 떨어져가고 방이 어두워졌는데도 서로의 심장소리만 들릴 뿐, 누구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217사랑에 관해 뭔가 아는 것처럼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선 창피해야 마땅해. - , 이 부분에서 편집자본 제목을 따옴.

 

-주인공 이름이 원본에서는 허브. 허브 ->,로 바뀜.

384내가 보기에 우린 사랑에 순전히 풋내기들이야. - , 이 부분에서 제목을 따옴.

385그런데 끔찍한 건, 끔찍하지만 또 좋은 일이기도 한데, 말하자면 그나마 끔찍함을 덜어주는 건 우리 중 누군가에게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상대는, 남은 배우자는 얼마 동안은 애도하겠지만 결국 다시 사랑하게 되고 조만간 다른 누군가를 만나게 될 테고, 그럼 이 사랑이라는 것도 - 맙소사, 이걸 어떻게 이해하겠어? - 그것도 다 그저 추억으로 남는다는 거야. 추억조차도 안 될지도 몰라. 어쩌면 애초에 그렇게 생겨먹은 건지도 모르지.

노인이 아내를 몹시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한다는 것. 젊어서도 같이 거실에서 춤 추고, 눈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 노인이 회복해서 아내의 병실을 찾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장면, (허브)은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떠나버려서 몹시 힘들어한다는 상황, 끔찍이도 전처를 싫어한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을 술을 마시면 더 힘들어한다는 사실. 테리는 전남편의 아이를 임신했었고 낙태 시술을 멜이 했다는 사실. (언젠가는 나와 로라의 사랑도 파국이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읽힘. 그럼에도 아직은 그대로 있기를 바라는 마음.)

413나는 창가에서 기다렸다. 아직은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걸, 바깥으로 눈길을 향하고 밖을 내다봐야 한다는 걸 알았다 볼 것이 남아 있는 동안은.

    

 

17. 한마디만 더(한 마디 더)

파탄 난 가정(술이 원인인 듯)에서 짐을 싸게 되는 남편. 아내와 딸과 함께 살면서 폭언과 기물을 부순다. 정신병원 같은 이 집에서 나가게 되는데 집을 정신병원으로 만든 건 당신이라고 아내가 말한다. 면도용품 가방과 여행 가방을 들면서 뭔가 한 마디 하고 싶은데 그게 뭔지 생각해낼 수가 없다.

 

-또 취해서 딸에게 난폭하게 군다고 원본에서는 확실하게 말해 줌.

424한마디만 더 할게. 맥신, 잘 들어. 나 당신 사랑해. 너도 사랑한다, . 둘 다 사랑해.

423(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안 됨. 물어볼 것)충격적이게도 그는 이날 밤을, 이런 모습의 맥신을 기억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날에 맥신이, 그가 더 이상 떠올릴 수 없는 어떤 여자를 닮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 코트를 입고 불 켜진 방 한가운데에 서서 눈을 아래로 깔고 있는 흐릿한 형상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미래에 새로운 여자를 만나도 맥신과 다르지 않은 광경을 연출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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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5-14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의 책에서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제목에서 2가 있는 것처럼요.^^
읽는데도 한참 걸리는데, 찾아보고 정리하는데 시간 많이 걸리셨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다크아이즈님, 편안한 밤 되세요.^^

다크아이즈 2018-05-25 03:08   좋아요 1 | URL
맞아요, 서니데이님
너무 길어서 잘라서 두 번에 걸쳐서 올렸어요.
시간만 허락한다면 읽고 정리하는 것이 최대의 행복이지요.
편히 주무세요.

koviet2 2018-05-30 08:34   좋아요 0 | URL
아무리 찾아봐도 1편은 어디 있는지 못찾겠습니다.
죄송하지만 링크 좀 부탁 드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5-14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갑 낀 쉽보르쉬카에서 잠시 웃었습니다.. ㅎㅎㅎㅎ
그보다는 검은 가죽 장갑을 낀 쉼보르쉬카가 더 강렬하지 않을까요.. ㅎㅎㅎ

다크아이즈 2018-05-25 03:13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어감이 ㅋㅋ
쉼보르스카 여사님, 어쩌쓰까요 ~~

2018-05-21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5 0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3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5 0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4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5 0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5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koviet2 2018-05-30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버 작품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