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헵번의 옆모습      

 

    

 

  <유섭 카쉬(Yousuf Karsh) -  오드리 헵번 > 

 

 

 

  요즘 젊은 연예인들의 얼굴은 똑 같다. 갸름한 달걀형 라인에 이마는 봉긋하고 콧날은 오뚝하며 눈은 앞트임을 곁들인 쌍꺼풀이 대세이다. 눈썰미 젬병인 나 같은 이는 그 얼굴이 그 얼굴 같아 갑갑하기만 하다. 아이돌의 노래나 춤을 보면서 활력을 얻고 싶은데,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안 되니 재미가 반감 될 수밖에.

 

 

  개인적으로 나는 달걀형 얼굴에 대한 환상이 있다. 이목구비가 아무리 뚜렷해도 턱 선이 곱지 않으면 내 기준의 미인 목록에서 탈락시키곤 했다. 이마 좁고, 광대뼈 나오고, 턱 선이 발달한, 전형적인 몽골리안 계통의 내 얼굴에 대한 보상 심리 때문에 그런 생각이 자리했는지도 모른다. 한데 무개성한 브이자 얼굴이 유령처럼 뒤덮는 세상을 보면서 조금 달라졌다.

 

 

  인물사진의 대가 유섭 카쉬(Yousuf Karsh)가 찍은 오드리 헵번의 옆모습을 오래 들여다 본 적이 있다. 흠잡을 수 없는 오드리 헵번이지만 예의 내 기준에 의하면 그녀가 미인일 리 없었다. 사각 턱에 가까운 얼굴형 때문이었다. 그녀가 현재 우리 연예계에 진출했다면 턱 선 교정은 피할 수 없는 강요가 되었을 것이다. 한데 들여다볼수록 무한 애정이 생긴다. 발랄한 듯 기품 서린 오드리 헵번의 숨은 ‘강단’이 그녀의 턱 선에서 보이는 것이다. 진주 품은 조가비처럼 어금니 꽉 깨문 외유내강이 그녀의 턱 선에서 읽히는 것이다.

 

 

  배우로 이룬 꿈을 유니세프 친선대사라는 사회적 가치로 환원한 그 행보가 각진 턱에서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명성을 개인적 목표보다는 사회적 이타심과 결합하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다. 누군가의 건전한 결정이 아무리 즉흥적이라도 해도 삶에 대한 깊은 사유가 전제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헵번식 사유의 출처를 나로서는 그녀의 강인한 턱 선에서 찾고 있었던 것. 그녀가 세상을 뜬 지 이십 년이나 지났지만 우아하고 결단력 있는 그녀의 옆모습은 누군가의 내면을 자극하는 강단 있는 매개물이 되어 줄 것이다.

 

 

                  <헵번의 다른 옆모습, 작가 몰라서 못 가져옴>

 

 

<마지막 크리스마스 때 오드리 헵번이 자녀들에게 읽어 준 시>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tm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좋은 점을 봐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결코

네 자신이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며 걸어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어야 하고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기억하라 만약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샘 레벤슨 (Sam Levenson) : Time Tested Beauty Tips

 

 

 

 

 

 

 

 

 

 

 

 

 

 

 

 

 

2. 코트의 진실

 

  델포이 아폴론신전 진실의 벽엔 탈레스 혹은 킬론이 말했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경구가 새겨져 있다. 이 금언이 대중성을 확보한데는 자신의 철학 근간으로 이 말을 애용한 소크라테스의 공이 크다. 어쨌든 탈레스에 의하면 남에게 충고하는 일은 쉽고, 자신을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힘들다고 했다.

 

 

  프로이트 역시 자신을 아는 것이 어렵다고 보았다. 나보다 타인이 나를 잘 알고 있으며, 역으로 이웃보다 내가 이웃을 잘 아는 수가 있다고 했다. 대체로 인간은 나 자신보다 타인을 분석하는데 탁월한데 이는 반쪽짜리 분석일 뿐이라고 보았다. 나를 포함한 분석이어야 제대로 된 정신분석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얼마나 자신을 모르는가는 프로이트 자신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여름휴가 때 한 청년을 알게 된 프로이트는 그와 친해지기를 원했다. 하지만 청년은 곧 산책 가자는 프로이트의 제안을 거절했고, 아내가 오기로 했으니 저녁마저 먼저 먹으라며 피했다. 다음날 부부의 저녁 식사에 초대되었을 때 프로이트는 들뜬 맘으로 청년의 식탁으로 갔다. 부부 자리 맞은편에 의자 하나가 마련되었는데, 그곳엔 두툼한 코트가 걸쳐 있었다.

 

 

  분석의 대가인 프로이트의 결론은 이러했다. ‘나는 이제 당신이 필요 없고, 여긴 당신 자리가 없습니다.’ 프로이트의 이 사례는 ‘정당한 오해’에 대한 진실을 보여준다. 오해를 살 만한 행동에 그 어떤 의도가 없었음을 항변해도 당한 쪽에서는 상대방의 속을 다 읽어낼 수 있다. 이 경우 진실을 밝히기라도 한다면 청년은 모욕을 느끼고 화를 낼지도 모른다. 프로이트는 이를 ‘내적 부정직함’이라고 불렀다.

 

 

  불편한 진실을 들춰내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프로이트. 하지만 타인에 앞서 나를 알려면 이 정도의 따끔거림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 자신이 걸쳐 놓은 코트 때문에 상대를 아프게 하는 나는 상대가 눈치 채기 전, 가만 의자 쪽으로 걸어가야 한다. 코트 걷은 그 자리엔 상처 받은 프로이트의 엉덩이를 데울 방석을 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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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2-26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님팜님팜님팜님, 오랜만이어요, 오랜만!
저 2학기 미술시간에 첫 과제가 소묘였는데, 바로 저 사진을 그렸어요.
유섭 카쉬의 사진이요. 얼마전 EBS에서인가요, 세기의 여인들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해주었는데 노년의 오드리 헵번이었어요. 그녀가 유니세프에서 활동한 것은 알았지만 그녀의 주름진 얼굴은 영상으로 처음보아 놀랐어요. 늙어서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요. 나이 들어서도 그렇게 예쁜 기품을 뿜어낼까요. 얼굴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그러니.

프로이트는 적잖이 당황했겠어요. 자신을 알다라... 오늘 두번째 단락은 꽤 어렵네요.
두고두고 생각해봐야 겠어요.

다크아이즈 2013-03-01 17:32   좋아요 0 | URL
이진님 새학기가 되어서 많이 바쁘지요?
새학기 새친구 잘 맞이하시고 공부와 글도 병행하려면 체력 보충도 하시고.(엄마 마음 ㅋ)
울 아들도 기숙사 들어갔어요. 엄마는 뒷전이고 새로운 룸메랑 인사 트느라 정신 없더군요. 그게 정상이니 웃으며(맘으론 울며) 돌아섰네요.
카쉬 사진은 자꾸 보게 되어요.

프로이트는 너무 빠지면 혼미해져요. 적당히 ㅋ


순오기 2013-02-26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이진님이 말하는 EBS프로그램 나도 봤어요.^^
오드리는 늙어서도 아름다웠는데, 오드리의 행보를 증언하던 로져 무어는 예전의 그와 거리가 멀게 느껴저 안습이었어요.ㅜ
나보다 이웃이 나를 정확하게 안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어요. 나를 아는 것은 영원히 미해결의 과제일 듯해요.

다크아이즈 2013-03-01 17:36   좋아요 0 | URL
늙어서 아름다운 헵번은 정말 맞는 말이에요.
순오기 언냐도 나이들수록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될거라 확신해요.
나보다 더 나를 많이 알 수도 있는 타인이란 걸 생각하면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지 뭡니까. 프로이트는 불편하지만 극복해야할...

마태우스 2013-02-26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망여인님 과거엔 정말 달걀형 얼굴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요. 요즘은 어떤 게 대세인지 잘 모르겠네요. 암튼.. 헵번을 보니까 턱선은 눈에 안들어오고, 그저 속눈썹이 참 길구나 싶네요. 속눈썹 길면 미녀가 많죠...

다크아이즈 2013-03-01 17:39   좋아요 0 | URL
여전히 달걀형이 좋긴 해요. 하지만 마카다(!)그러니 어리둥절하고 시큰둥해지지 뭡니까.
전 얼굴형에 집착하다 보니까 늘 헵번의 턱선이 맘에 걸렸거든요.
근데 그 강단있어 보임이 헵번의 이타성을 완성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속눈썹이 저리도 알흠다우니 턱 선은 양보할게요. ㅋ

프레이야 2013-02-27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드리 헵번, 나이 들어가면서 더 아름다운 여인으로 저도 기억하고 있어요.
자녀에게 들려준 저 시도 다시 보니 정말 붙여두고 매일 읽어라도 봐야할 글이라 싶어요.
불편한 진실,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진실을 말하면 서로 다치게 되는 경우도
있는지라 오늘도 저는 불편한 진실을 묻어두고 그냥 가라앉혀야 할 것 같아요.
좋은하루~~ 팜므님^^

다크아이즈 2013-03-01 17:44   좋아요 0 | URL
저도 헵번이 낭독한 시를 새겨요.
근데 정작 가까운 식구들에게는 실천이 잘 안 된다는...
하기야 타인을 대하듯 식구를 대하면 그것도 이상하겠지요? ㅋ

프레님 말씀대로 불편한 진실은 성찰의 거울로 삼을 일이지 타인에게 적용하면 안 된다, 그 말씀이지요? 맘에 새길게요.^^* 봄이 오고 있어요~~

드림모노로그 2013-02-2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드리헵번이 자녀들에게 들려 준 시 무척 좋아해요
사회적 이타심에 대한 사유를 오드리 헵번의 바로 옆선, 그 중에서도 턱선에서 ㅎㅎㅎ
매우 새롭습니다 ^^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닌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아름다움이란 몸과 마음에서 품어내는 강인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오드리 헵번을 보면서 생각해봅니다 ^^
사회적 이타심과, 프로이트의 무의식, 너무 황홀한 조화인데요 ㅎㅎ
팜므,느와르처럼요 ㅎ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ㅎㅎ

다크아이즈 2013-03-01 17:46   좋아요 0 | URL
역시 드림님 비롯 이 시 좋아하는 분들 많군요.
저도 맘에 새기지만 실천하긴 넘흐 어렵습니다.
제가 좀 엉뚱한데 한 번씩 그런 생각이 들지 뭐예요. ㅋ
이타심과 프로이트의 조합, 뜻하지 않게 낯설게 하기 기법이 되어버렸네요.
드림님도 봄 맞이 잘 하세요.^^*

세실 2013-02-27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제 얼굴이 왜 여기에? ㅎㅎ
참으로 닮고 싶은 여인이지요.
나이들수록 더 아름다운 헵번. 사각턱인거 지금 알았어요. ㅋ

다크아이즈 2013-03-01 17:48   좋아요 0 | URL
역시 센스쟁이 우리 세실님^^*
헵번보다 젊은데다 일단 헵번은 먼 길 떠났으니 세실님 윈!!!
전 얼굴형에 관심 많다 보니 헵번만 보면 그게 맘에 걸렸어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을 텐데, 이제 늦게 그 턱 선의 매력이 보이지 않겠어요. ㅋ

꿈꾸는섬 2013-02-2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전 얼굴형만 달걀형이에요. 나머진 ㅜㅜ 오드리햅번의 아름다운 얼굴도 좋지만 시가 정말 좋아요.^^

다크아이즈 2013-03-01 17:50   좋아요 0 | URL
와, 꿈님 제가 바라던 이상형을 님에게서 찾다니...
실은 요 얼굴형 달걀형이면 얼마나 유리한데요.
부드러워보이고, 이목구비 조금 손해나도(?!) 얼굴형이 커버해준다니까요.
전 다시 태어나면 달걀이, 아니 달걀형 얼굴을 갖고 싶어요. ㅋ

2013-03-01 0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1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